롯데글로벌로지스, 피할 수 없는 IPO…'방어적 상장' 한계 드러날까

반값 상장·재무적 투자자(FI) 부담 우려, 부정 전망까지

임이랑 기자

2025-04-30 16:56:36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롯데글로벌로지스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롯데글로벌로지스
[빅데이터뉴스 임이랑 기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IPO 시장 환경 △재무적 투자자(FI) 부담 △낮은 공모가 등의 복합적 악재로 인해 무난한 완주, 또는 저조한 결과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30일 IB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시 행사에서 강병구 대표이사는 "상장 이후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와 특화 물류 역량을 강화해 자본시장에서 최고 성장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총 공모주식수는 1494만4322주며, 공모 희망가는 1만1500만원에서 1만3500원이다. 공모 예정 금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 2017억원이며, 상장 후 시가총액은 최대 5600억원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 효과 기대할 수 있을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이번 상장은 자발적 성장 전략이기보다 과거 사모펀드(에이치PE)와 맺은 투자계약 풋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했다는 점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017년 메디치인베스트먼트로부터 약 3000억원을 투자를 받았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PE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지난 2022년 2월 에이치PE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당시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21.87%를 그대로 승계했다.

문제는 투자 받을 당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특정 기한까지 IPO를 하지 못할 경우 에이치PE가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약조건이다. 따라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하지 못한다면 롯데지주가 연 복리 3%를 가산해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을 직접 매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권재범 CFO는 기자간담회에서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각각 8대 2 지분 비율에 따라 차액을 보전하도록 계약돼 있고 양측이 자금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주나 호텔 재무제표에도 이미 차액 보전과 관련해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반영하여 처리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한 회계 처리로 실질적인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IB업계 지적이다. 결국 롯데지주 등 최대주주가 대규모 현금 유출 부담을 안게 된다면 그룹 전체 재무 건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이는 상장 후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시가총액을 5000억원 안팎으로 시장 기대치의 절반 수준까지 낮추는 '반값 상장'을 선택한 상황이다. 이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크게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번 상장에 있어 50%가 구주매출이라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주 발행을 통한 성장 자금 유입보다, 기존 투자자의 엑시트(회수) 목적이 강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실제 케이뱅크가 상장 당시 구주매출 50%를 조건으로 준비했지만, 낮은 수요로 인해 상장을 철회한 사례가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대한 시장 분위기도 냉랭하게 굳어가고 있다. 최근 코스피 IPO 시장은 대형주 상장이 부진한데다 저가 공모 확산,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물류·택배 업종 자체도 성장성 둔화, 경쟁 심화로 인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자체가 그룹의 재무 리스크 해소를 위한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며 "투자자와 시장 신뢰를 얻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회계상 손실이 반영됐다고 하더라도 IPO 본연의 목적, 투자자 신뢰 저하, 상장 실패 시 리스크 등의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상장 후 경영진 보상 문제 등을 고려하면 롯데지주에 대한 재정적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첨언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이번 성장의 본질은 중장기적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데 있다"며 "스마트 물류 고도화,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 최적기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 이후 경영진에 대한 보상 부문에 있어서는 현재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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