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는 폭스바겐코리아에 암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유망주로 2022년 9월 데뷔했다. 이후 파워트레인(구동계)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2025년형 ID.4가 등판했다.
폭스바겐 ID.4가 올해 1분기까지 국내에서 보여준 성과는 '유럽 브랜드 전기차 판매량 1위'다. 비교 대상을 '유럽 브랜드'로 한정한 마케팅 언어가 궁색해 보이기도 하지만 ID.4가 나름대로 선전한 결과다.
최근 시승한 2025년형 ID.4는 자동차로서 기본기는 훌륭했지만, 전기차에서 혁신을 대표한 부분은 살짝 아쉬움을 남겼다. 일상 주행에 초점을 맞춰 서울 시내와 수도권 고속도로 약 320㎞ 구간을 달려 봤다.

출시 초기 ID.4는 폭스바겐이 그간 소형급 차량에서 보여준 운전의 재미를 포기했나 싶을 정도였는데, 신형은 새로운 심장을 장착하면서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ID.4 초기형은 공차중량이 2144㎏이나 되는데도 최고출력은 204마력에 불과했다. 경쟁 상대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현대차 아이오닉 5가 첫 출시(2021년) 당시 싱글모터 기준 공차중량 1950㎏에 217마력을 냈다. 아이오닉 5보다 200㎏나 더 무겁고 출력은 낮은 ID.4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신형 ID.4는 최고출력 286마력으로 80마력이 늘어났다. 경차 한 대가 내는 출력이 더해진 덕분에 육중한 무게 대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최대토크는 31.6㎏f·m에서 55.6㎏f·m로 75% 향상돼 '펀치감(치고 나가는 느낌)'이 한결 선명해졌다. 비로소 무게에 걸맞은 동력 성능을 가진 것이다.

정숙성은 한 체급 높은 차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전기차는 엔진 소리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바닥과 창문에서 들어오는 소음이 두드러지는데 ID.4는 주변 상황을 불문하고 조용하다.
완성도 높은 기본기에 만족감을 느꼈지만, 당황스러운 순간이 함께 하기도 했다. 구형과 마찬가지로 페달을 절반 이상 밟고 나서야 제대로 제동이 가능했다. 이에 익숙해지기 전까진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반적인 드라이버들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적잖이 필요해 보인다.

구형과 비교해 불편 요소가 일부 개선된 점도 돋보인다. 계기반 오른쪽에 붙어 있던 변속 레버가 스티어링 휠 오른쪽 와이퍼 조작 레버 자리로 옮겨 갔다. 일반 주행(D)에서 회생제동 강화(브레이크·B) 모드로 바꿀 때 손가락만 살짝 움직이면 가능하다.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도 살짝 변화를 줬다. 화면 크기가 기존 12인치에서 12.9인치로 소폭 커졌으며, 사용자환경(UI)이 개선됐다. 화면 아래 어라운드 뷰, 지능형 운전자 보조(ADAS), 자동 공조, 주행 모드 등을 설정하는 터치 버튼이 화면 안으로 들어갔다. 화면과 터치 버튼을 오갈 필요 없이 화면 안에서 해결 가능해 불편함이 작게나마 해소됐다.

◆기본기에 가려진 '혁신의 부재'
구형에서 눈엣가시 같았던 일부 요소는 그대로 남았다. 운전석 창문 여닫는 버튼이 2개뿐이어서, 뒷좌석 창문을 열거나 닫고 싶으면 먼저 '리어(REAR)'라고 적힌 곳을 터치해야 한다. 창문 하나 열고 닫는데도 깨알만한 글자에 불이 들어왔는지 확인하고 버튼을 두 번 눌러야 한다.
센터 콘솔(앞좌석 가운데 수납함)을 바닥에서 띄워 놓은 플로팅 형태로 만들어 놓고 새로 생긴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차량 외부로 220V 전원을 공급하는 V2L 기능 역시 빠져 있다. 부분변경 모델에 전기장치(전장)를 거의 새로 설계해야 하는 V2L을 넣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본고장인 독일에서조차 매년 에너지난을 겪으며 V2L 선호도가 높아지는 만큼, 해당 기능에 대한 니즈는 더욱 크다.
배터리 효율은 차량 무게를 생각하면 무난하다. 배터리 용량은 약 83킬로와트시(㎾h)로 환경부 인증 기준 도심·고속 복합 전비는 4.9㎞/㎾h다. 1회 충전 주행거리(복합)는 424㎞다.

실제 장거리 여행도 충전 걱정 없이 해내는 모습이다. 배터리 잔량 93%에서 320㎞를 주행한 뒤 남은 배터리는 21%, 주행 가능 거리는 105㎞였다. 계기반에 표시된 평균 전비는 5.8㎞/㎾h로 제원표에 나온 숫자보다 높았다.
최근 ID.4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다시 한 번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 3월 407대 팔리며 볼보 EX30(478대)에 '유럽 브랜드'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준 게 대표적이다. 캐즘(일시적 침체) 끝물에서 많은 브랜드가 신차 출시를 앞둔 가운데 한층 치열해진 경쟁이 예고된 상황이다.
한편, 차량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로서는 향후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ID.4 가격은 프로 라이트 5299만원, ID.4 프로 5999만원으로 전기차 보조금(서울 기준 총 458만원)과 딜러 할인을 받으면 3000만원 후반대로도 구매 가능해 가격 경쟁력이 나쁘지 않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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