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에세이] 지금 학교에 필요한 것

기사입력 : 2020-08-27 1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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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운 충훈고등학교 교사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는 움직이기를 선호한다. 움직여야 위기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라기보다는 가만히 있다가 당했다고 후회하기 싫어서 그렇다. 그때 뭐라도 해볼걸.

특히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면 참지 못한다. 그래서 재해 현장을 전하는 뉴스 화면에는 유독 노란 점퍼를 입은 정치인이 많이 등장한다.

외부 관찰자 입장에서 어떤 조치가 해당 영역의 위기 상황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정확히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실제 상황 개선 여부보다는 개선되는 듯한 느낌, 개선될 거라는 희망을 더 바란다.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보다 희망이 안 보일 때 참지 못한다. 그래서 지도자는 위기 때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이 눈앞의 현실보다 먼 미래의 청사진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대통령은 그린 뉴딜 대국민 보고회 자리에서 ‘그린스마트 스쿨’의 비전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내년부터 2025년까지 총 18조 5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사업 내용은 ‘노후 학교 건물을 미래형 학교공간으로 전환하고,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열교환형 환기장치 구축으로 에너지 절약과 학생 건강을 보장하며, ICT 기반 스마트 교실로 학생 맞춤형 학습 지원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학교 시설을 꽤 많이 바꾸겠다는 말이다.

‘그린’ 스쿨을 위해 학교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스마트’ 스쿨을 위해 학교 전체에 와이파이 설비를 설치하고 교실마다 태블릿 피씨를 준단다. 의문이 들었다. 그동안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를 써서 학교가 우중충한 ‘그레이’였던 건가.

그동안 멀티미디어 기기가 없어서 학교가 ‘스투핏’ 했던 건가. 1층부터 4층까지 획일화된 최첨단 사각형 교실에 교사를 보고 일렬로 앉아서 태블릿을 켜면 학생들이 스마트하게 변하는 건가.

경기 침체에 대비한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제시된 탓일까. 미래학교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학교 안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투자는 말하지 않는다. 그린 뉴딜 대국민 보고를 즈음한 시기에 초등 교원 신규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인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학령인구가 줄어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중고교생은 인원 감소가 크지 않아 중등 교원 채용 규모는 큰 조정이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학령인구 감소로 2024년에는 교사 1인당 학생수가 14명대로 줄어들고, 학급당 학생수도 20명대로 줄어든다고 한다.

중등학교는 2020년 기준으로 교사 1인당 학생수 11명대, 학급당 학생수 24명대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교사 1인당 학생수’라는 지표는 OECD 평균과 비교하면서 상황이 개선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막상 학교 현장의 교실 상황을 개선하는 데는 크게 기여하는 바 없다. 학교는 전교생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교사 수에 맞춰 N분의 1로 학생을 맡는 곳이 아니다.

교사들은 해당 교과 시간에 각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을 가르친다. 2020년 현재 개별 학교 교과 시간에 교실에서 교사가 가르치는 학생이 몇 명이고, 앞으로 다가올 전염병 상시 창궐 시대에 적절한 학급당 학생 수는 몇 명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교사 수는 몇 명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전국 평균으로 현실을 단순화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실제 개별 학교 현장에서부터 상황 파악을 시작해야 한다.

2023년 교원 수급계획부터 ‘학급당 학생 수’, ‘초등학교 안심학년제 및 고교학점제’ 등을 반영하겠다고 하니 상황이 개선되리라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등교 개학이 시작되기 전 마이크와 소형 스피커를 사비로 구매했다. 아무래도 마스크를 쓰고 말하면 전달력이 약해 더 큰소리로 말해야 할 것 같은데 매일 그렇게 생목으로 버틸 자신이 없었다. 교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태블릿보다 마이크와 스피커가 더 절실하다.

태블릿이 할 수 있는 기능은 이미 교사들이 한 대씩 가지고 있는 업무용 노트북으로도 실행가능하다. 50만 원대 태블릿 한 대 살 돈으로 5만 원대 마이크와 스피커 10대를 사주는 게 가성비도 우수할 것 같다. 그러자면 태양광 패널이나 와이파이보다 교실에 방음벽 먼저 달아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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