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산책] 코로나19로 인한 대학의 전면 온라인화, 호주는 어떨까

2020-04-30 08:54:46

편지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편지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한국과 호주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의 지속과 더불어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이 일시적인 적용을 넘어 일상으로 스며들면서 이러한 방식의 명과 암 또한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개강 연기로 인해 기존보다 늦은 중간고사 기간을 맞이하였다. 일부 대학생들은 통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온라인 수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구축된 온라인 시스템과 통일되지 않은 수업방식 등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필자가 묵고 있는 호주의 상황은 어떠하며, 호주 대학의 온라인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호주에서는 매우 강경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왔고, 이는 세계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언급 및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호주에는 주(States)마다 다르게 규칙이 적용되고 있다. 가장 강경하게 시설들의 폐쇄를 권고했던 뉴사우스웨일즈(New South Wales) 주에서는 한 집안에 3명 이상의 사람이 있거나, 불필요한 외출을 했다는 이유로 적발돼 벌금을 낸 사례들이 많았다. 같은 주에 속한 시드니에 묵고 있는 필자의 경우, 친구와 함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경찰들이 3명 이상의 무리 혹은 1.5m의 간격을 유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현재 호주의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은 매우 호전되었으며, 앞으로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보고가 뒤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주에서는 5월 1일, 혹은 4월 28일부터 보다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적용한다.

뉴사우스웨일즈(New South Wales) 주의 경우 5월 1일부터 타인의 집에 2명 이하의 사람이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으며, 대부분의 식당과 시설들이 영업 재개를 계획 중에 있다. 물론 규칙 완화와 함께 기본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준수하며 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는 권고도 뒤따랐다. 필자가 묵고 있는 던 모어랑 칼리지(Dunmore Lang College)내의 식당에서는 기존에 금지되었던 샐러드 자율배식을 다시 허용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시설들이 완화된 규칙의 적용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대학은 여전히 한 학기 전면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상황 호전에 따라 대면강의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대부분의 한국 대학과는 달리, 현재 필자가 수업을 듣고 있는 맥쿼리 대학교(Macquarie University)는 3월 중 모든 강의와 시험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까지도 학교 내의 체육관, 도서관 및 공용시설은 폐쇄된 상황이며, 기존에 운영하던 온라인 대학 시스템인 ‘i-learn'과 함께 'Zoom'을 활용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습이 필수적인 수업의 경우에는 철저히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며 제한적으로 대면수업을 진행한다.

이는 대다수의 실습수업이 20명 내외의 소규모 수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대면 실습을 지향하기 때문에, 기존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던 수업들의 경우 교수 혹은 튜터(tutor)가 실험실에서 실습을 한 후 영상을 유튜브(YouTube) 혹은 학교 사이트 ‘i-learn'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호주 대학의 수업은 ‘강의(lecture)’, 그리고 실습 혹은 토의로 이루어진 소규모의 ‘튜토리얼(tutorial)’로 구분된다. 학생들의 참여 및 출결은 ‘튜토리얼(tutorial)’에서만 평가되기 때문에 강의 자체의 출결은 성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강의는 사전에 녹화되며, 온라인으로도 실시간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구축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현재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수업들은 작년도에 녹화된 강의영상을 사용하되 필요하다면 온라인 강의를 새로 녹화해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규모 수업인 ‘튜토리얼’의 경우 실시간 토의를 진행하는 수업도 있으나, 대부분은 온라인 사이트인 ‘i-learn'에 올라온 자료를 읽고 매주 글을 써서 제출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따라서 대다수의 학생들은 실시간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닌, 녹화된 강의와 과제를 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대학 수업의 전면 온라인화는 4주차에 접어들었다. 온라인 강의와 시스템을 잘 활용하고 있는 호주의 대학이지만, 갑작스럽게 맞이한 대학의 전면 온라인화에 혼란을 겪는 학생들도 있다. 이에 따라 대학 내에서, 그리고 기숙학교 내에서도 심리상담 및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고 있는 호주인 신입생 A씨는 수업시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어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튜토리얼’ 수업으로 인해 매주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는 점에서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A씨는 성인으로서, 그리고 대학생으로서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온라인 수업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하는 시간에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에서였다.

학교의 시설을 활용해보고,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이곳을 찾은 교환학생들에게는 전면 온라인화가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캐나다에서 온 교환학생 B씨는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온라인 수업이 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모든 자료는 도서관에서 전자책(e-book)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영상이나 기사와 같은 다양한 보충자료로 인해 수업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더 많아진 과제와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환경, 그리고 기대했던 교환학생으로서의 생활을 누리지 못한다는 아쉬움으로 인해 스트레스 또한 많은 상황이라고 한다.

다음 학기의 온라인화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호주 정부와 대학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편지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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