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청문회 대신 '대국민 사과'…위약금 면제는 '도돌이표'

고객에 불안·불편 초래…그룹 대표 사과까지
그룹 차원 '정보 보호 혁신위' 구성 계획 밝혀
'脫SKT' 위약금 면제엔 "형평성·법적 문제 검토"

성상영 기자

2025-05-07 17:14:38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중앙 서버 해킹 사태 관련 데일리 브리핑에 참석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중앙 서버 해킹 사태 관련 데일리 브리핑에 참석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017670) 중앙 서버 해킹 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8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는 대신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위약금 면제 여부엔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최 회장은 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데일리 브리핑에 참석해 "고객과 국민께 많은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다"며 "SK그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홈 가입자 서버(HSS)에서 악성코드 침투 흔적을 알아챈 지난달 18일 이후 19일 만이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 매장까지 찾아와 오래 기다리셨거나 해외 출국을 앞두고 촉박한 일정에 마음 졸이신 고객의 불편은 더욱 컸다"며 "이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이는 저를 비롯한 경영진 모두가 뼈아프게 반성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 조사에 적극 협력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보안 체계를 점검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와 함께 보안 시스템 투자를 늘리는 한편,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 보호 혁신위원회'를 그룹 차원에서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혁신위는 전산 관리 자회사인 SK㈜ C&C를 비롯해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계열사가 주도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직접 브리핑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건 들끓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창사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국회까지 나서 최 회장 책임론을 꺼낸 상황이다.

여기에 국회 과방위가 최 회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최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최 회장은 청문회 당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대미 통상 관련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룹 총수가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SK텔레콤 가입자를 달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약정이 남은 상태에서 다른 통신사로 갈아탈 때 이용자에 부과되는 위약금과 관련해선 뾰족한 답을 하지 않아서다.

최 회장은 "이용자 형평성과 법적 문제를 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 경영진이 밝힌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현재 SK텔레콤 이사회가 논의 중이고 좋은 해결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저는 이사회 멤버가 아니라 드릴 말씀이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위약금 면제 여부는 국회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긴급 현안 질의에서 언급하며 화두로 떠올랐다. 최 의원은 당시 SK텔레콤 약관을 제시하며 "회사 귀책 사유로 인해 해지할 땐 위약금을 물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이에 유영상 사장은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가 최 의원으로부터 "최태원 회장과 통화하고 오라"는 질타를 듣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과 SK텔레콤 측이 거론한 '법적 검토'의 의미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해킹 사고로 인한 정보 유출이 회사 측 귀책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대표적이다. 정치권 주장과 달리 SK텔레콤을 포함해 KT·LG유플러스까지 통신 3사를 통틀어 현재까지 고객 정보 유출을 이유로 위약금을 면제한 적은 없다.

위약금을 면제하면 '탈(脫) SKT'가 본격화하고 재무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경우 영업손실과 기업 가치 하락에 따른 배임 문제가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회 과방위는 8일 청문회에서 SK텔레콤 경영진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일 방침이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최태원 회장 불출석 사유서에 "불허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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