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2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언론 대상 설명회를 열고 추가 고객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전국 매장에서 신규 가입자 모집 중단, 유심 보호 서비스 자동 가입과 로밍 지원, 유심 재고 확보 등이다.
구체적으로 오는 5일부터 SK텔레콤 전국 매장에서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 업무를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내방 고객의 유심 교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발생한 매장 영업 손실에 대해서는 SK텔레콤이 보전하기로 했다.
유심 보호 서비스도 개편된다. 오는 14일까지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자동 가입 조치하기로 했다. 14일부터는 해외 로밍 가입자도 유심 보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한 6월까지 유심 재고를 총 1000만 장까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가입 중단'도 역부족…국회, 최태원 회장 '소환'
이날 발표된 방안은 앞서 국회가 유 사장을 비롯한 고위 경영진을 불러 강도 높게 질타한 뒤 나온 추가 대책이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달 30일 제5차 전체회의에서 SK텔레콤 해킹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를 열었다.
당시 과방위 전체회의 일정 대부분이 SK텔레콤 청문회로 채워진 가운데 회사 경영진은 시종일관 진땀을 빼야 했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로부터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져서다.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인 유영상 사장을 비롯한 고위 경영진이 "검토 중"이라는 말을 반복할 때마다 의원들의 언성도 높아졌다.
유 사장은 자사 가입자가 KT나 LG유플러스로 옮길 때 위약금을 내도록 한 약관과 관련해 모호한 답변 태도를 보였다가 화를 자초하기도 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민주당·남양주시 갑)이 위약금 면제 조건 중 '회사의 귀책 사유'를 명시한 SK텔레콤 이용 약관을 제시하자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답하면서다.
최 위원장이 "뭘 검토한다는 거냐"고 재차 추궁하자 유 사장은 "제가 바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결국 최 위원장은 "최종 결정권자(최태원 SK그룹 회장)와 통화하고 오라"며 휴정을 선언했다.
이후로도 SK텔레콤 경영진이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국회 과방위는 최태원 회장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치과 진료 후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하며 출석이 불발됐다. 국회 과방위는 오는 8일 다시 한 번 SK텔레콤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최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터져 나온 분노 '번호이동' 정보량 급증, '탈 SKT' 합류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이후 유심 교체·초기화를 비롯해 비정상 인증 차단 시스템(FDS) 강화,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을 병행하고 있지만, 소비자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정보 유출 우려와는 별개로 SK텔레콤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SK텔레콤을 향한 여론은 싸늘했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이후 유심 교체·초기화를 비롯해 신규 가입 중단까지 언급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사고 초기부터 SK텔레콤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빅데이터뉴스가 지난달 30일 오후 5시 기준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라온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청문회 관련 부정적 키워드 언급 비율이 46.2%로 긍정적 키워드(11.5%)를 압도했다. 부정적 키워드 중 '유출'이나 '피해' 같은 단순 사실을 담은 표현을 제외하면 '질타', '못하다', '불안하다' 같은 반응이 윗자리를 차지했다.
해킹 사고 전후 정보량 변화는 소비자 불안과 SK텔레콤 측 대응에 대한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빅데이터뉴스는 해킹 사고 사실이 발표된 지난달 22일을 기준으로 앞뒤 일주일(4월 15~21일, 22~28일)간 SK텔레콤이 언급된 게시물을 키워드 분석 기법을 활용해 조사했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사고 이전 부정적 키워드 언급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SK텔레콤 발표 직후 60% 가까이 치솟았다. 긍정적 정보량은 조사 기간 내내 하루 155~653건으로 세 자릿수를 유지한 반면, 부정적 정보량이 하루 3~26건에서 최고 4457건까지 급격히 증가한 영향이다.
SK텔레콤 연관 키워드 언급 양상도 사고 전후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이전 일주일간 언급 빈도 상위권에 속한 키워드는 △사용(총 978건) △정보(807건) △혜택(782건) △할인(771건) 등이다. 이와 달리 사고 이후 일주일 동안엔 △해킹(1만837건) △교체(1만244건) △유출(9507건) △피해(8541건) 같은 표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언론사가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 게재한 기사와 유튜브에 올라온 방송 뉴스는 제외한 수치다.
유심 교체 조치가 발표된 4월25일부터는 통신사를 갈아타는 번호이동 관련 정보량이 급증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해킹 사고 발표 이전 하루 200건 안팎이던 '번호이동', '통신사 변경' 등 언급 빈도가 이날을 기점으로 1000건 수준에 이르렀다. 유심 대란이 발생한 첫날인 지난달 28일에는 3000건이 넘었다.
이를 두고 정보 유출을 우려한 가입자들이 대거 '탈(脫) SKT' 대열에 합류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실제 지난달 28일 3만4132명이 SK텔레콤을 이탈한 데 이어 29일에는 3만5902명이 KT 또는 LG유플러스로 갈아탔다. 유심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요금제 결합 등 혜택을 포기하거나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통신사 변경을 감행한 것이다.

◆불신 자초한 SKT, 원인 규명 1년 걸릴 수도
대규모 가입자 이탈 사태에는 해킹 사고 발표부터 사후 조치에 이르기까지 SK텔레콤 측 대응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SK텔레콤은 초기 대처부터 미숙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민희 의원이 SK텔레콤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버에서 비정상적 데이터 이동을 최초 감지한 때는 지난달 18일 오후 6시 9분, 악성코드가 심어진 사실과 함께 파일 삭제 흔적을 발견한 건 같은 날 오후 11시 20분이다. SK텔레콤은 그로부터 만 사흘이 지나서야 웹사이트와 보도자료를 통해 해킹 사실을 대외에 알렸다.
사건 경위와 대처 방법을 확인하고 대리점에 줄을 서는 불편은 온전히 소비자 몫이 됐다. 사고 초기 전체 문자메시지나 고객센터 애플리케이션(앱) T월드를 통한 푸시 알림도 없었다. 유심 재고는 턱없이 부족했고, SK텔레콤이 대안으로 제시한 유심 보호 서비스마저 앱 접속자가 몰리면서 가입이 어려웠다. 명의 도용 방지 서비스 신청 페이지는 해킹 사고 공지 이후 열흘이 가까운 1일 현재까지도 먹통이다.
앞으로 규명돼야 할 내용이 훨씬 많다는 점도 문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공격을 받은 서버, 해킹으로 유출된 정보, 공격 방식과 악성코드 종류 정도다. SK텔레콤 서버에 어떠한 경로로 악성코드가 침투했는지, 최초 사고 인지부터 신고·발표까지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편, 구체적인 전말이 드러나려면 1년은 더 기다려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사 결과 발표까지) 짧게 걸리면 2~3개월, 시스템이 복잡하면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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