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두산그룹] 가스터빈부터 SMR까지...AI 시대 전력 인프라 풀라인업 승부수

조재훈 기자

2026-09-04 09:00:00

SMR '글로벌 파운드리'로 도약…뉴스케일·엑스에너지·테라파워와 손잡아
해상풍력·수소연료전지까지…AI 데이터센터 전력 풀라인업 구축
2Q 영업익 16% 증가한 3143억...가스터빈·원전이 쌍끌이 실적 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제작한 380MW급 가스터빈 제품. / 이미지 = 두산그룹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제작한 380MW급 가스터빈 제품. / 이미지 = 두산그룹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빅데이터는 새로운 경제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에서 추출된 산업 데이터는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발맞춰 창간의 닻을 올린 빅데이터뉴스가 2026년 9월 창간 14주년을 맞았습니다. 빅데이터뉴스는 산업 분야에 있어 빅데이터를 비롯해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재와 분석을 가미한 발굴 기사를 통해 업계는 물론이고 독자들의 정보 니즈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간 14주년을 맞아 빅데이터뉴스는 인공지능(AI)를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정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현재 매출 상황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투자 전략 등을 다룰 계획입니다. 대한민국의 'K-산업'이 전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데 빅데이터뉴스의 이번 기획이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창립 130주년을 맞은 두산그룹이 AI 시대의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핵심 파트너로 발돋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365일 24시간 멈춤 없이 가동돼야 하는 안정적이고 유연한 에너지원이 필수인데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이 가스터빈부터 소형모듈원전(SMR), 수소연료전지, 해상풍력까지 전력 인프라 전 라인업을 갖추며 해당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스터빈과 SMR은 두산이 가장 공들여온 성장동력이다.

글로벌 5번째 가스터빈 개발국…SMR '글로벌 파운드리'로 원전 시장까지 공략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2013년부터 340여 개의 국내 산·학·연과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착수했으며 1조원 이상의 자체 투자와 기술 개발로 2019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김포 열병합발전소에서 1만5000시간 실증에 성공하며 성능을 입증했고, 지난해 '가스터빈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국산 가스터빈을 공급하며 한국 발전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까지 미국 12기를 포함해 23기의 가스터빈을 수주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후발주자라는 한계가 뚜렷하다. 서울경제가 블룸버그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세계 대형 가스터빈 시장은 GE버노바(미국·점유율 25%), 지멘스에너지(독일·24%), 미쓰비시파워(일본·22%) 3사가 합산 7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구도다. 대형 가스터빈을 자체 기술로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안살도에네르기아) 5개국뿐이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중 가장 늦은 2019년에야 개발에 성공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누적 기준 2030년 45기, 2038년 105기의 가스터빈 수주를 목표로 중장기 로드맵을 세워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8년까지 창원사업장의 연간 생산 규모를 현재의 1.5배 수준인 12대로 확충하는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며, 가스터빈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수소터빈 개발에도 속도를 내 차세대 무탄소 발전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차세대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 미국 기업과 손잡고 주기기 및 핵심소재 제작을 전담하는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 자리를 다지는 중이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용 핵심기자재(원자로 보호용기·지지구조물·내부구조물) 제작 계약을 체결하며 협력을 실제 수주로 구체화했다. 유럽 SMR 시장에도 교두보를 마련했는데, 영국 항공우주·방산 기업 롤스로이스 PLC가 최대주주인 롤스로이스 SMR이 지난 5월 두산에너빌리티를 470MW급 SMR의 핵심 기자재 파트너로 선정했다.

이같은 수주 물량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창원사업장에 세계 최초로 SMR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전용 공장 신축과 기존 공장 최적화, 혁신제조 설비 구축에는 8068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2028년 완공이 목표다. 공장이 가동되면 현재 연 12기 수준인 SMR 생산능력이 20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SMR 개발사마다 다른 설계와 요구 규격에 맞춘 '고객 맞춤형 최적화 생산 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가스터빈 최종조립을 위해 로터 블레이드를 케이싱에 설치하고 있다. / 이미지 = 두산그룹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가스터빈 최종조립을 위해 로터 블레이드를 케이싱에 설치하고 있다. / 이미지 = 두산그룹

연료전지·해상풍력까지…AI 데이터센터 전력 풀라인업 완성

두산퓨얼셀은 수소연료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설치 기간이 짧고 모듈형으로 확장이 쉬워, AI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즉각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산퓨얼셀의 제품 라인업은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인산형연료전지(PAFC), 전기 효율이 높고 기대수명이 길어 경제성이 뛰어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하루 약 430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양성자교환막(PEM) 방식 수전해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열은 흡수식 냉동기·히트펌프 등과 연계하면 데이터센터 냉각에도 활용할 수 있는데, 두산퓨얼셀은 이렇게 남는 열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내 기업들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두산퓨얼셀은 아직 실적 반등을 완전히 증명하지 못했다. 별도 기준 2분기 매출은 44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9.4%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504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2분기 납품 예정이던 프로젝트가 하반기로 밀리며 주기기 매출이 줄었고 SOFC 하이창원 납품 완료 후 일시적 수주 공백에 따른 조업도 손실과 PAFC 부품(CSA) 교체 비용 증가가 겹쳤다. 다만 매출 자체가 취소된 게 아니라 시점이 밀린 것이어서, 회사 측은 하반기에 3000억원 이상의 주기기 납품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풍력발전 분야에서도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5년부터 풍력기술 개발에 매진해, 순수 자체 기술과 국내 최다 실적을 보유한 해상풍력발전기 제조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7월에는 자체 개발한 10MW급 해상풍력발전기가 국제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보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AI 전환(AX) 전략과 맞닿아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사적 역량을 모아 AX를 가속화하자"며 "AI 기반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완전히 다른 선상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896년 박승직 상점으로 출발해 국내 최장수 대기업으로 꼽히는 두산이 130주년을 맞아 에너지·스마트머신·반도체 및 첨단소재를 3대 축으로 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전력 인프라 사업이 그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큰 대형 AI 데이터센터 같으면 원전 5기분 정도의 전기가 필요하다"면서 "(데이터센터는) 워낙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니까 요즘은 사업자한테 '네가 직접 구해 와라' 이런 경향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정범진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 '네가 쓸 전기는 네가 직접 확보해라' 이런 식이 많이 생겼다"며 "아마도 우리도 갑자기 한전더러 그렇게 많은 전기를 지어내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자가발전이든지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런 차원에서 SMR이든지 가스발전소든지 사업 영역이 그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인근에 입지할 수 있어 송배전 시설 부담이 적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SMR의 기술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승훈 교수는 "SMR은 아직 우리에게 없는 기술"이라며 "미국의 뉴스케일이나 테라파워도 있지만 요즘 미국 안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주가가 엄청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가스터빈에 대해서는 "화석연료 발전기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기후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난다 해도 SMR과 가스터빈은 해외는 확장되겠지만 국내는 현재로선 별로 확대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두산이 국내보다 미국·유럽 수주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분당두산타워. / 이미지 = 두산그룹
분당두산타워. / 이미지 = 두산그룹

2분기 영업이익 3143억원…가스터빈·원전이 이끈 쌍끌이 실적

두산의 이같은 사업 확장은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 27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7248억원, 영업이익 314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16%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2264억원으로 14%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연결 기준 매출 8조9859억원(+8.0%), 영업이익 5478억원(+32.4%), 순이익 2866억원(+62.2%)을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으로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연결 기준 에너빌리티 부문만 놓고 보면 상반기 매출은 4조1289억원(+7.4%), 영업이익은 1544억원으로 69.7% 급증했는데, 2025년과 올해 수주한 대형 가스발전 프로젝트와 원자력 기자재의 공정이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된 영향이 컸다.

수주 흐름도 견조하다. 연결 기준 에너빌리티 부문의 상반기 수주(해외 자회사 포함)는 7조12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6% 늘었고, 수주잔고는 26조3509억원으로 60.4% 증가했다. 미국 기업과의 가스터빈 7기 공급 계약,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열병합발전소 2단계 공사, 오만 두큼 가스복합발전소 건설공사, 한국남부발전 가스터빈 장기서비스 계약 등이 대표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상반기 꾸준한 수주와 자회사 실적 상승을 바탕으로 실적이 개선됐다"며 "체코 원전을 포함한 주요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가스터빈 등 주요 사업에 집중해 올해 제시한 가이던스 13조3000억원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영상 뉴스 보기, 아래 클릭
두산, 130년 만에 판을 바꾼다…AI 전력 ‘정조준’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