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AI 인수 추진에 커지는 경계감…“정부의 방향 제시 필요”

김유승 기자

2026-09-03 16:51:53

한화, KAI 지분 15.89% 확보…시장선 인수 포석 해석
인수 기정사실화엔 경계감…"최선 해법인지 따져봐야"
장기투자 약화·인력 귀속·독과점 등 부작용 지적 나와
"생태계 영향 다각적 고려해 정부가 방향 제시해야"

KAI 본사 전경. 사진=KAI
KAI 본사 전경. 사진=KAI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취득을 승인하면서 KAI 민영화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KAI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민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만큼, 시장 일각에서 한화의 KAI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신중한 판단을 통해 명확한 방향성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3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등 한화 계열사 3곳의 KAI 주식 취득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의 KAI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 총 15.89%로 늘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한화의 지분 확대를 향후 KAI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화가 KAI 지분 취득에 2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만큼 당장 인수를 추진하지 않더라도 향후 민영화 논의에 대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화는 항공·우주·방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7월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인공지능(AI) 분야에 5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항공엔진과 유도무기, 항공전자, 레이더, 위성, 발사체, 지상·해양 방산 등 한화의 사업과 KAI의 KF-21·수리온·T-50 등 완제기 및 위성·공중전투체계 분야를 결합해 엔진부터 무장, 항공기, 우주체계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번 공정위 승인은 한화 계열사의 KAI 지분 취득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 결과일 뿐, 한화의 KAI 인수를 승인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한화의 KAI 인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화가 항공우주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은 아닌 만큼, KAI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화로의 수직계열화가 최선의 해법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들어와 그룹 차원에서 제대로 투자하고 육성한다면 인수를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앞선 협업에 대해서도 한화가 어떤 방식으로 시너지를 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로드맵을 아직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화가 추진하는 사업이 너무 많다. 항공엔진뿐 아니라 발사체와 발사체 엔진 사업도 하고 있고, 미국과 호주 조선소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며 “영남권에 55조 원을 투자해 우주 데이터센터까지 구축하겠다고 하는데, 이들 사업은 공통적으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리스크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KAI 사업의 특성상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KF-21 성능 개량과 차세대 전투기 개발 등을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연속 투자가 필수적이다. 단기적으로 실적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점을 고려했을 때 국영·공기업 형태에서는 국가 전략산업 차원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으로 재편될 경우 수익성 추구를 우선하는 경영 방침과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화는 항공엔진 및 발사체 사업 확대, 미국·호주 조선소 인수, 영남권 55조 원 규모의 우주·데이터센터 구축 등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사업이 집중된 상황에서 KAI에도 장기적이고 충분한 투자가 차질 없이 이어질 수 있을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항공우주산업은 핵심 기술과 생산시설 못지않게 고급 인력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 지원과 공공사업을 통해 육성된 항공 전문인력이 민영화 과정에서 특정 민간기업의 독점적 자산으로 귀속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사전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방산업체 간 통합이 반드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변수다. 대표적으로 미국 항공·방산업체인 보잉은 항공기 제작사인 맥도널 더글러스를 인수·합병했지만 이후 수익성이 하락하며 실적 부진을 겪었다.

또,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가 특정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독과점 심화와 산업 생태계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LIG D&A 측에서도 한화의 KAI 인수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칠 여파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처럼 KAI 민영화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만큼 정부가 향후 방향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정부에서 선행적으로 이를 정확하게 검토하고, 매각 방향이나 어떤 주체에 통합시키는 게 가장 좋을지, 어떤 방식이 적절한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며 “한화가 자금을 투입해 KAI를 사는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두기보다 정부가 신중하게 판단해 이 부분에 대한 방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