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악화로 2011~2013년 누적 적자 1조 넘어
현대그룹 매출의 60%를 차지, 내부 지원은 한계
채권단의 ‘유동성 한계그룹’ 분류 재무구조 개선 압박
“2013년 12월 22일 3조3400억 원 유동성 확보” 발표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 매출실적은 전년 대비 24% 급감한 6조1155억 원에 머물렀지만, 불과 1년 만인 2010년에 7조9777억 원으로 다시 8조 원에 육박했다. 영업이익도 6017억 원 흑자로 돌아서며 역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컨테이너 물동량의 증가와 운임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좋아졌고, 내부적으로 강력한 비용 절감 등의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유가상승과 운임하락, 선복과잉의 여파가 가중되면서 현대상선은 매년 대규모의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2011년 3373억 원, 2012년 5198억 원, 2013년에 3630억 원 등 해마다 적자가 계속되었다. 그 결과 3년간 누적적자가 1조 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내부의 요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고비용 장기용선 구조가 문제였다. 2000년대 중반의 호황기에 체결한 고운임 장기용선 계약이 불황기에 고정비 부담으로 작용했다. 선복량의 약 70%가 용선이어서 매년 1조 원 안팎의 용선료를 지불해야 했다. 시황 하락으로 운항 수익보다 용선료가 더 큰 구조적 적자가 발생했다.
현대그룹 내의 자금 경색도 문제였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핵심이었지만 그룹의 자금 조달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내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2001년 그룹 분할 이후 현대차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과는 달리 현대그룹의 자금력은 제한적이었다. 현대그룹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제조·운송 부문을 담당하는 현대상선은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서, 현대그룹의 자금난은 곧 현대상선의 자금난과 같은 의미로 통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단기차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이자비용 부담이 커졌다. 그 와중에 선박금융의 만기가 도래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금융시장이 경색되어 신규 자금조달도 매우 어렵게 되었다. 결국 2012년 이후에는 단기차입과 유동화증권 발행으로 버티는 구조가 형성되었고 부채비율은 800~900% 수준까지 상승했다.
은행권은 현대그룹 전체를 ‘유동성 한계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신규 차입과 운전자금 조달은 채권단의 승인 없이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결국 채권단으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압박을 받게 되었다.
2009년 들어 해운시장의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데다 현대상선의 실적도 대규모 적자로 반전되자, 현대그룹의 주요 채권은행들로 구성된 재무구조평가위원회가 2010년 5월 현대그룹을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으로 지정했다. 재무구조평가위원회는 현대상선의 영업손실과 부채비율 상승, 대북사업 중단으로 어려워진 현대아산 등 계열사의 실적 악화를 이유로 내세웠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은 금융권 부채가 많은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재무구조가 취약한 곳을 대상으로 하는데, 재무구조개선약정이 체결되면 계열사나 보유자산 매각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이고 유동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라고 요구했다.
부채·유동성 지표부채비율 인하 등의 개선 목표와 달성 일정, 비핵심 자산 및 계열사 매각, 투자 축소 등 구체적인 재무개선 방안 등을 명시한 약정을 체결하고 재무개선 로드맵을 제출하라는 요구였다. 더불어 대규모 차입이나 신규 투자, 자산 처분 등은 주채권은행에 사전협의 및 보고하라며, 약정 미체결 시 채권은행들이 공동으로 신규 여신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재무구조개선약정 자체가 기업의 이미지와 사업에 제약을 준다며 체결을 거부했다. 마침 2010년 들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특히 현대상선은 1분기에 흑자로 전환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으므로 재무구조개선약정이 오히려 재무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현대그룹과 채권단과의 갈등이 고조되었다. 채권단은 곧바로 신규 여신 공동중단 등의 제재를 가동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법원에 공동제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채권단은 12월 6일까지 약정을 체결하라고 다시 통보하며 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현대건설 인수전 과정에서 대출약정 증빙이 미흡했던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채권단과 현대그룹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던 2011년 4월 금융감독원이 현대그룹을 주채무계열은행권 총 여신 0.1% 이상인 채무자 선정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게 돼 채권단의 압박에서 일단 벗어났다. 2010년 현대상선의 실적이 좋았고, 회사채 등을 통해 은행권 부채를 줄인 것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압박에서는 벗어났지만, 현대상선의 자금 유동성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현대상선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가 누적되면서 시장에서는 현대그룹 전반의 자금 사정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졌다.
현대건설 인수전을 거치는 동안 그룹의 자금 사정이 노출된 상태에서 채권단도 현대상선을 포함한 그룹의 유동성 및 부채관리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지속적으로 재무개선을 요구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실패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호텔·레저 및 연수원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2012년에 서울 남산의 6성급 호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을 인수하고, 양평 남한강변에 현대종합연수원(브랜드명 ‘블룸비스타’) 건설도 추진하여 2013년 10월 개관했다. 그룹 차원에서 호텔·레저 사업을 육성하려는 전략의 일환이었으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이미 악화된 재무구조에 추가적인 자금 부담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2011년 이후 3년간 누적적자가 1조 원을 넘어선 현대상선으로서는 채권단 관리와 구조조정 압력이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현대건설 인수 실패와 반얀트리·블룸비스타 등 비핵심 투자를 둘러싼 자금 동원은, 해운업 불황이라는 외부 요인과 맞물려 현대상선의 재무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 것이다.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채권단의 압박이 더해지고 여론의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되자, 현대그룹은 시급하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여 신용위험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2013년 12월 22일 고강도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자구계획안은 파격적이었다. 현대그룹은 그룹 내에 잠재된 유동성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3조34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자구계획의 핵심은 금융계열사 매각이었다. 현대그룹은 그룹 전체를 살리기 위해 금융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이를 통해 약 1조 원 안팎의 현금을 조달키로 했다. 또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 매각과 벌크 전용선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해 약 1조5000억 원을 조달하고, 현대상선이 보유한 국내외 부동산과 유가증권, 선박 등도 매각하여 4800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자본확충 노력도 계속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의 외자 유치를 추진하고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를 추진하여 3,200억 원 이상을 마련키로 했다. 이와 함께 그룹 내 사업을 축소하고 집중화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내부 구조조정도 강도 높게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이 같은 자구 계획으로 확보하게 될 유동성으로 1조3000억 원 정도의 부채를 상환하여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사 기준 부채비율을 2013년 3분기 말 493%에서 200% 후반대로 대폭 낮추고 2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나아가 금융부문 매각 이후에는 그룹의 자원과 역량을 현대상선 중심의 해운, 현대로지스틱스의 물류, 현대엘리베이터의 산업기계,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등 4개 부문에 집중하여 향후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가겠다는 전략도 내놓았다.
<자료: HMM 50년사>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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