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롯데·한화 '깜짝 흑자' 돌풍...구조재편 고삐 죈다

김유승 기자

2026-05-13 16:48:20

LG화학·롯데케미칼 등 석화 분야 일제 흑자 전환
중동 전쟁 인한 판가 상승·재고 효과 '일시 특수'
장기 불황 전망 지속…체질 개선·효율화 필요성↑

전남 여수시 석유화학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남 여수시 석유화학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올해 1분기 중동 전쟁 특수에 힘입어 줄줄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장기화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유례없는 '보릿고개'를 겪던 기업들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이번 실적 개선은 외부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2027~2028년까지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잠깐의 반등으로 구조재편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16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73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긴 적자의 터널을 빠져나왔으며,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341억원의 이익을 내며 2023년 3분기 이후 첫 흑자를 기록했다.

정유업계의 화학 사업 역시 나란히 반등했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127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고, S-Oil의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255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 석유화학 부문도 350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주요 업체들이 모두 적자 늪에서 벗어났다.

이번 1분기 석화기업의 실적 호조 배경에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요인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 중동 전쟁 발생 전 확보한 저가 원재료가 투입되면서 발생하는 ‘원재료 투입 시차(래깅) 효과’와 재고평가손익 환입이 수익성 지표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또, 전쟁 여파로 중동과 유럽 등 글로벌 화학 설비의 셧다운 규모가 커진 점도 공급 압박을 완화했다. 제품 판가가 상승하며 정기보수로 인한 물량 감소분을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석화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요 석유화학 단지가 지정학적 위협에 노출되면서 글로벌 에틸렌 설비의 약 12%가 물리적 타격을 입거나 생산력이 저하됐다.
나프타(납사) 조달 차질로 인한 아시아와 유럽의 가동률 하향까지 고려하면 전체 공급량의 약 25%가 차질을 빚으며 지난 4년간 업계를 괴롭혔던 고질적인 공급 과잉 국면이 예상치 못하게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증권가는 2분기까지는 실적을 낙관하고 있지만, 고가 납사 투입에 따른 ‘원료 역래깅’ 우려가 상존하는 데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석화 산업은 사이클이 확실한 사업인 만큼 2027년에서 2028년 이후에 반등이 가능할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난이 다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국영업체를 중심으로 신규 증설을 강행하는 동시에 정부 주도로 노후 설비를 정리하며 원가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중동에서 계획된 약 300만 톤 규모의 증설이 지정학적 불안으로 지연될 가능성은 커졌지만, 글로벌 전체 증설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최근 확보한 재무적 여력을 발판 삼아, 사업 재편과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정부가 직접 구조재편을 독려하고 있는 현시점이 체질 개선의 마지막 적기라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국내 NCC 전체 생산설비(1470만 톤)의 약 25%에 해당하는 370만 톤 규모의 설비 감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한 약 2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 패키지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개별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정부 주도 석유화학 구조재편에 맞춰 HD현대케미칼과 협력해 대산 공장의 NCC 설비 감축에 착수했다. LG화학은 국내외 설비 합리화를 추진하며 연내 사업 재편 협업 모델을 최종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여수 2호와 울산 산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참여 기업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S-Oil이 하반기 가동을 앞둔 180만 톤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는 업계의 공동 감산 목표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S-Oil 측은 "최신 고효율 설비를 가동하는 것은 업계의 체질 개선에 부합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설비의 효율성은 실제 가동해 봐야 아는 것이지만, 사업 재편에 적극적인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증설 움직임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업체들은 단순한 업황 반등을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으로 사업 재편에 참여해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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