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부른 '칩플레이션'…애플 이어 삼성도 가격 인상 압박

김다경 기자

2026-06-26 15:27:45

AI 데이터센터發 메모리 품귀 장기화…IT 기기 가격 인상 본격화
애플, 맥·아이패드 가격 인상…삼성도 상반기 일부 제품 가격 조정
업계 "원가 부담 한계"…하반기 플래그십·PC 등으로 확산 가능성

뉴욕 애플 스토어 [사진=애플]
뉴욕 애플 스토어 [사진=애플]
[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심화된 '칩플레이션'이 결국 IT 완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며 가격 조정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온라인 스토어에서 맥북 가격을 최대 300달러, 아이패드는 최대 200달러 인상했다. 학생용으로 출시한 맥북 네오도 출시 3개월 만에 100달러 올렸으며 맥미니, 홈팟, 비전 프로 가격도 함께 조정했다.

애플은 "AI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장으로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가 이례적으로 급증했다"며 "부품 가격이 이처럼 빠르고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전례가 없다"고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가격 급등을 "1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홍수"라고 표현하며 원가 부담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애플은 핵심 수익원인 아이폰 가격은 유지한 채 맥과 아이패드 등 비스마트폰 제품군의 가격만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격 경쟁력은 유지하면서 다른 제품군에서 원가 부담을 일부 반영해 수익성을 방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사장)은 올해 초 인터뷰에서 "메모리 반도체 부족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어느 기업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며 "다른 소비자 전자제품 전반에도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히며 가격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S26 시리즈의 출고가를 전작보다 일부 인상한 데 이어 일부 중저가 스마트폰 가격도 잇달아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 출시될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다른 IT 기기로도 가격 인상 기조가 확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특히 중저가 제품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이 낮은 제품일수록 전체 원가에서 메모리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모바일 D램과 낸드 가격까지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메모리 공급 부족과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중동·아프리카는 7%, 유럽은 6%, 아시아태평양은 3% 각각 감소했다. 특히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글로벌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이 지난해 467달러에서 올해 565달러로 약 2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메모리 가격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주요 IT 업체들의 가격 조정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한 메모리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 출시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도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메모리와 저장장치 원가 부담이 지속되면서 애플의 아이폰 프로 모델과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모두 가격 조정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완제품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부품 가격이 오르면 완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다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dk@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