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초격차' SK하이닉스, ADR로 기업가치 재평가 나선다

김다경 기자

2026-06-25 09:00:00

오는 7월 10일 나스닥 상장 예정
최대 45조 시설투자 재원 확보
용인·청주·EUV 등 시설투자에 투입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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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과 나스닥 상장을 공식화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대 45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해 대규모 시설투자에 나서는 동시에 미국에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고 글로벌 투자자 저변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사회를 열고 신주 발행을 통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공모 및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 상장을 결정했다. 나스닥 상장 예정일은 오는 7월 10일이며 청약 및 납입은 7월 14일 진행된다. 신주의 국내 상장 예정일은 7월 29일이다.

ADR은 국내에 상장된 주식을 기반으로 미국 투자자들이 현지 증시에서 해당 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코스피 상장을 유지한 채 미국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상장 방식으로 꼽힌다.

최대 발행 한도는 1779만주로 전체 발행주식 수의 약 2.5% 수준이다. 전날 종가인 255만5000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발행 총액은 약 45조4534억원 규모다. 다만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발행가액과 모집 규모가 확정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ADR 상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에 관심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 호황을 바탕으로 대규모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을 이어가는 만큼 추가 실탄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올해 3월 이천에서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순현금 100조원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AI 시대에서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강화된 재무 체력이 필요하다"고 전한 바 있다.

이는 과거 반도체 업황 침체기마다 재무 체력이 시장 주도권을 좌우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D램 업황 악화 당시 삼성전자는 대규모 현금을 바탕으로 설비투자를 지속한 반면 여러 경쟁사들은 투자 축소와 구조조정에 나섰다.

다만 회사 측은 "자금 조달 자체를 ADR 추진의 주된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I 시대 핵심 메모리 공급자로 자리 잡았음에도 글로벌 경쟁사 대비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미국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월 ‘GTC 2026’에서 "한국 주주뿐만 아니라 미국과 글로벌 주주에게도 노출될 수 있어 더 세계적인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 역시 주주총회에서 "세계 최대 주식시장인 미국에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조달 자금은 전액 시설투자에 투입된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을 비롯해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구축과 장비 투자, 극자외선(EUV) 스캐너 취득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ADR 상장이 미국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요 이해관계자 역시 미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투자와 맞춤형 AI 칩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HBM 수요를 좌우하고 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가속기 개발에 나서더라도 HBM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 뿐만 아니라 각자의 빅테크 기업들이 연산 칩 설계를 직접 수행하더라도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초고속 메모리인 HBM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ADR 상장이 향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PHLX) 편입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TSMC 등 글로벌 대표 반도체 기업 3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다만 실제 편입 여부와 시점은 상장 방식과 거래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ADR 이후 얼마나 안정적으로 '글로벌 AI 메모리 대표주'로 자리매김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가 예상 규모로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 기준 편입 자격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8%, 삼성전자 21%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며 기술 리더십 강화에도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TSMC 역시 미국 ADR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넓히며 미국 빅테크와의 접점을 강화해왔다"며 "SK하이닉스 역시 HBM 경쟁력을 토대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적정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d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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