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주를 했으면 좋겠다. 캐나다를 기반으로 다른 국가의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도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며 K-방산 확산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것이다. 사업을 통해 거둬들인 부(富)와 쌓아 올린 기술로 한국의 국방력을 높이는데 재투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다. 지금 한국의 원팀은 원팀이 맞는가? 그동안의 경험대로 라면, 최종 사업자 선정을 앞둔 시기엔 후보에 올라온 한국과 독일 기업 간 서로의 약점과 단점을 지적하고 헐뜯어야 하는 게 맞는 것인데, 캐나다 사업은 양국이 정말로 대형 사업을 차지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깨끗하게’ 경쟁한다.
엉뚱하게도 싸움은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화와 HD현대로 봐야겠다.
한화와 한화오션은 자신들이 다 만들어 놓은 캐나다 사업에 HD현대와 HD현대중공업이 공짜로 숟가락을 얹어놓았다고 비방하고 있다.
정부를 비롯해 양 그룹 계열사는 물론 현대자동차그룹과 고려아연 등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캐나다 산업 협력 지원 계획을 발포했다. 즉, 원팀의 얼굴마담은 한화오션이지만, 가능한 모든 구성원이 함께 힘을 모아서 뛰고 있고, 수주를 한다면 참여자 모두의 공이 된다.
그런데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지도 않았는데) 한화오션은 자사가 다 해놓은 사업에 HD현대중공업은 하나도 노력하지 않고 은근슬쩍 무임 승차한다며, 이들을 배척하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애초에 캐나다 사업은 수주할 경우 건조할 잠수함 물량을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나눠서 건조하도록 했는데, 지금은 전부 거제사업장에서 건조할 것이며 대놓고 ‘HD현대중공업 패싱론’을 퍼뜨리고 있다. 기자는 한화의 이런 행동이, 우리 정부가 설정한 원팀의 의의를 대놓고 부정하겠다는 모습으로만 이해된다.
세계 1위를 다투는 거대 기업이 왜 이리 속 좁은 행태를 보이는 걸까. 한화오션은 KDDX 사업에서 불거진 감정을 캐나다 사업에 전이시키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HD현대중공업도 같은 선상에 있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KDDX 사업은 많은 언론에서 다룬 내용이니 여기선 자세한 내용을 생략한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이름을 바꾼 직후부터, 한화오션은 KDDX 사건에 대한 HD현대중공업의 불법적인 행위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를 통해 불법행위를 벌인 HD현대중공업 관계자가 처벌받았고, 회사는 보안 감점을 받아 함정 입찰에서 탈락했다. KDDX 사업도 떨어진 HD현대중공업은 이의신청했으나 한화 측의 반발을 고려하면 뒤집힐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KDDX에서의 감점은 KDDX에서 끝내고, 다음 사업에선 힘을 합쳐야 했는데, 한화와 한화오션은 그렇지 않고 있다. 아예 방산 판에서 HD현대중공업을 퇴출해 버리려는 것 같다.
HD현대와 HD현대중공업은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한도를 넘어선 한화와 한화오션에 이젠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화 너희는 깨끗했냐?”라고 반문하고 싶어 한다. 한화오션 직원들도 HD현대중공업의 기밀을 들여다보는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한화오션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생존했다는 원죄를 안고 있다. 대우그룹 패망 때 채권단 체제로 넘어가며 주인 없는 기업이 된 후, 한화오션의 전신 대우조선해양은 분식 회계 등 갖가지 부정을 저질러 경영진이 법적 처벌을 받은 데 이어 2017년 경영 위기에 빠지자,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12조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살아나며 한화그룹에 인수됐다.
산업 논리로만 따지면, 적자를 내고 독자생존이 어려운 기업은 도태되어야 맞는데, 한화오션은 세금으로 살렸다. 한화오션을 살리기 위해 투입한 12조 원은 몰락한 한국의 중견 조선업체 여러 개를 살릴 수도 있는 규모이자, 다른 제조업에 투자했으면 지금과 같은 제조업 공동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세금으로 살린 한화오션에게 정부와 HMM 등 해운사는 선박 상당 몫을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다. 공개입찰을 했다면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었던 몫이다.
누가 나쁘고 좋고를 따지겠다는 게 아니다. 서로가 드러내고 싶은 장점과 감추려는 단점을 갖고 있으니, 이를 이해하고 함께 걸어가라는 거다. 은퇴한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의 조선업계가 깽판이라고 인상을 찌푸린다. 현대-대우-삼성일 땐 낮엔 싸우다가 밤엔 어깨동무하는 화해의 문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싸움터로 변질되었다는 거다.
대한민국 원팀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수주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화오션이 모든 영광을 다 차지하길 바란다. 기업은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해야 하며, 승리를 위해선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얻은 결실이라는 점에서 그럴 권리가 있다. 그래서 HD현대중공업 등 타 업체와는 완전히 틀어져서 앞으로의 원팀 구성에서도 비난하고 싸우는 문화를 정착 시켜줬으면 좋겠다.
궁금한 게 있다. 보안 감점이 적용돼서 한화오션이 KDDX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에서 승리했다고 하는데, 왜 기술력 점수에선 뒤졌을까. 기술을 도난당했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그 기술을 더 좋게 해서 월등한 경쟁 우위를 차지했어야 HD현대중공업의 반발을 누를 수 있지 않았을까.
또 하나,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에 이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인수해 육해공 방산을 아우르는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되겠다고 하는데, 해외에서 싸워도 모자랄 여력을 비좁은 한국 기업과 싸우는 데 소모하며 분열을 조장하는 좁은 도량의 기업에 한국 방위산업의 절대 역할을 맡기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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