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비효율성, 美서 3600TEU급 컨선 1척 건조비로 韓선 2.4만TEU급 3척 짓는다

채명석 기자

2026-05-12 12:35:05

한화 필리조선소 매트슨으로부터 수주 3척 건조 가격이 10억 달러
척당 4953억 원, 8배 큰 2만4000TEU급 한국선 1800억 원이면 건조
감내 불가능한 산업 불균형, 마스가(MASGA) 성공할 수 있나 회의적

한화필리조선소 전경. 사진= 한화오션
한화필리조선소 전경. 사진= 한화오션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36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컨테이너 운반선을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데 드는 비용이 동급 선박을 한국이나 중국에서 짓는 가격보다 5배 비싸다면, 이런 미국 조선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한국이 주도해 미국 조선산업의 부활을 위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이미 보호무역의 틀 속에서 산업 전체 생태계가 고비용 구조로 고착한 산업구조의 틀을 탈바꿈시키기엔 역부족이 아니냐는 회의론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해운사인 매트슨(Matson)으로부터 수주한 하와이 및 중국-롱비치 익스프레스(CLX) 서비스를 위해 설계된 3척의 신형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알로하’급 3600TEU급 컨테이너선 중 두 번째 선박인 ‘말라마’호의 선체 조립 최종 단계에 진입했으며, 같은 날 3호선인 ‘마케나’호 건조를 위한 강재 절단식을 개최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1호선 ‘마쿠아’호는 2025년 8월에 최종 조립에 들어갔다.

알로하급 시리즈 세 척이 모두 인도되면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컨테이너선 중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것이 된다.

해당 계약은 한화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22년에 필리조선소가 수주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세 척의 건조 가격이 무려 총 10억 달러(한화 1조4851억 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척당 건조 비용은 3억3천만 달러(약 4950억 원)가 넘는다.
이 금액이 얼마나 큰 것이냐 하면, 2024년 프랑스 선사 CMA CGM이 4000TEU급 LNG 추진 서브 파나막스급 컨체이너선 10척 발주를 위해 현대미포조선(현 HD한국조선해양)에 견적을 의뢰했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었던 선가는 기존 벙커C유 추진 선박은 척당 6000만 달러(약 775억 원), LNG 추진 선박은 최대 8000만 달러(약 1000억 원)이었다. 한화필리조선소 건조 선박보다 큰 데도, 한국에선 5분의 1 가격이면 선박을 지을 수 있다. 당연히 중국 조선소에선 더 저렴한 가격으로 건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화그룹의 가족이 되기 전 대우조선해양이 2020년 12월 유럽 지역 선주로부터 수주한 세계 최대 크기의 2만4000TEU급 LNG 추진 컨테이너선 6척의 계약 금액은 약 1조836억 원으로, 척당 선가는 1806억 원이었다.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는 3600TEU급보다 약 8배 더 큰데, 이 건조비로 3척 가까이 건조가능하다.

건조 기간도 너무나 길다. 조선해양 전문매체 아이마린(imarine) 보도에 따르면, 한화필리조선소는 계약 체결 당시 세 척의 인도 예정 시기는 2026년 4분기에서 2027년 4분기였다. 하지만, 최근엔 선도선과 나머지 두 척의 인도 예정일이 각각 2027년 1분기와 2027년 3분기, 2028년 2분기까지로 변경되어, 인도 일정이 지연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2022년 계약부터 3호선 인도까지 무려 6년이 걸리는 셈이다.

한국은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는 물론 HJ중공업과 대한조선 등 중견 조선소도 계약 후 설계에서 건조, 인도까지 기간이 평균 1년 반 정도로 늦어도 2년을 넘기지 않는다. 선주 측이 요청하면 조선소의 조업 상황을 고려해 그 일정마저 앞당길 수 있다. 건조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조선소 내 도크 운용 효율을 떨어뜨리고 인건비가 증가하는 등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되므로, 한국 조선소는 선체 크기에 따라 투입 인원과 블록 제조공정을 조정해 예정 시간에 맞춰 선박을 건조해 내고 있다.

3600TEU급 컨테이너선이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최대 크기의 선박이라고 하는데, 이 크기의 선박은 세계시장에서 1980년대 후반에 주류를 이뤘다. 지금은 중형 선박 중에서도 작은 크기에 해당해 장거리 운송에선 운항 경쟁력이 뒤처져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취항하지 않는 근거리 중소 규모 항구만 오가는 피더(Feeder)선 밖으로 사용된다.

최첨단 군함을 건조하는 미국이지만, 상선 부문에 있어선 건조 선박 크기나 건조 능력 등의 면에서 한국보다 40년 가까이 뒤처져 있고, 심지어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후발 국가와도 경쟁이 안될 만큼 낙후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존스 법(Jones Act) 등 각종 보호주의 법안의 틀 안에서 기생해 온 미국 조선산업은 이들 법 규제가 철폐되면 단기간에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이 마스가 프로그램 지원이 성과를 도축하기 위해선 미국의 조선산업을 위축시킨 법 규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