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50년 돌아보기-40] 관계사 보유지분 매각해 유동성 확보

채명석 기자

2026-05-12 09:26:54

자구계획안 중 현대상선 보유 지분 매각 큰 비중 차지
현대증권, 예정보다 2년 지연돼 KB금융지주에 넘겨
현대로지스틱스, 日 오릭스와 공동 SPC 통해 롯데로
비상장 계열 투자지분 단계적 정리, 현대아산·현대L&R

현대증권 여의도 사옥
현대증권 여의도 사옥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을 지탱하는 핵심 계열사로서 관계사들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었다. 금융계열의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을 비롯해 물류 계열의 현대로지스틱스, 현대부산신항터미널(HPNT), 해외터미널의 지분을 보유했고, 그 외에도 비상장 투자법인과 펀드 등 여러 비핵심 자산에도 투자하고 있었다.

당시 현대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계획한 3조3400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관계사들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현대증권 매각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최대의 과제였다. 당시 현대증권은 그룹 금융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룹 내에서 현대상선 자금 수혈이 제한된 상태에서 현대증권 매각 대금은 사실상 현대상선의 채무상환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핵심 재원이었다.

2014년 국내외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현대증권 인수 의향서를 접수하는 것으로 매각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15년 6월, 일본계 투자회사인 오릭스PE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22.56%를 약 6475억 원에 인수하게 되었다. 당시 시장은 이 거래가 현대그룹 자구 계획의 결실이라 평가하며 현대상선의 단기 유동성 위기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되면서 이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거래가 종결되는 수순만이 남았다. 그런데 그 이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 심사가 예기치 않게 지연되었다. 자베즈파트너스(현대증권 2대 주주)와 현대그룹 간의 이른바 파킹딜(parking deal) 형태의 계약이 있다는 이면계약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검토를 중단하는 등 파행이 빚어진 것이다.

그러자 오릭스PE는 규제 불확실성과 법적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심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2015년 10월 19일 인수 포기를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과 오릭스 간 체결된 SPA는 해제되었고, 현대증권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오릭스PE의 현대증권 인수가 무산된 직후 현대그룹은 자베즈파트너스가 보유하던 9.54%의 현대증권 지분을 블록세일(시간 외 대량매매)로 정리하여 지배구조 상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그리고 2016년 초 매각 작업을 재개하여 주요 금융지주들이 참여한 가운데 경쟁입찰을 진행했다. 1차 매각 시도 때와는 달리 현대증권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무엇보다 22.56%의 지분만으로도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면서 인수 경쟁이 가열되었다.

경쟁입찰 결과 2016년 4월 1일 KB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가격 및 후속 절차 협상을 거쳐 같은 해 6월 계약이 체결되었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은 11월 상장폐지되고, 12월 30일에는 KB투자증권과 합병하여 새로운 통합증권사인 KB증권으로 출범했다. 이로써 2013년의 자구계획에 포함되었던 금융계열사 매각 계획은 3년여의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다. 현대증권 등 금융3사의 매각대금은 총 1조25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현대증권 매각은 그룹 차원에서는 비핵심 부문을 과감히 정리하고 해운·물류 중심의 경영구조로 재편한 상징적 조치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매각 과정이 2년 이상 지연되는 바람에 그동안 현대상선의 유동성 압박은 더욱 심화되었다. 예상했던 6천억 원 이상의 매각 대금이 제때 유입되지 못해 2015년 현대상선은 채권단 지원 없이 단기차입으로 버티는 구조에 내몰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대증권 매각은 현대그룹이 자구계획을 자력으로 이행했다는 상징적 성과로 평가되며, 이후 채권단이 주도한 현대상선 구조조정의 정책적 명분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현대상선이 현대그룹과 함께 공을 들인 또 하나의 구조조정 과제는 그룹의 핵심 물류 전문회사인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것이었다. 2013년 당시 현대상선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약 15% 내외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그룹·현대상선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에 착수하여 2014년 여름 일본 오릭스와 공동으로 만든 특수목적회사(SPC)에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9%를 약 6000억 원에 넘기는 거래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약 4000억 원 수준의 현금이 유입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딜은 현대상선·현대글로벌 등 매각자 측과 오릭스 측 사이의 경영권 매각 성격의 거래로, 당시 시장에서는 “해운 중심 체질 전환의 신호탄”이라 평가했다.

현대그룹은 당초 계획에도 없던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이라는 초강수 자구책을 선택함으로써 유동성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당초 자구책 원안에서는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업공개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었으나, 지분 매각 제안을 받고 이 방식이 기업공개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오릭스 측과 협의를 진행해 최종 계약을 타결지었다. 이 거래 이후 2016년 말 오릭스 측이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가운데 71%를 롯데그룹이 인수했고, 같은 해 12월 주총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현대로지스틱스는 롯데그룹의 택배·물류 체계로 편입되었다. 이로써 경영권이 이전되며 최종적으로 현대그룹과 완전 분리되었다.

현대상선은 비상장 계열 투자지분도 단계적으로 정리했다. 먼저, 2015년 11월 11일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아산 지분 33.79%를 현대엘리베이터에 358억 원에 매각했고, 현대L&R 지분 49%도 254억 원에 정리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오릭스PE가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하는 바람에 현대증권 매각 작업이 중단되는 파행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의 운영자금 조달 계획도 차질이 빚어졌다.

현대증권 재투자 자금을 제외한 4500억여 원으로 산업은행 신탁담보대출을 상환하고, 나머지 2500억여 원을 차입금 상환 및 운영자금으로 쓰겠다는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진 현대상선은 발 빠르게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스마트업유한회사로부터 2500억 원을 차입했다. 현대증권 지분을 활용한 신탁담보대출로,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주관해 국내 투자자를 모집했다. 현대상선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산업은행에 현대증권 주식을 신탁하고 빌린 1986억 원을 상환했다. 여기에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1392억 원의 운영자금을 차입해 유동성 위기 해소에 투입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및 현대L&R 매각 자금과 차입 자금을 포함해 총 45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했다. 이 패키지는 채권단이 요구한 현금 창출력 제고 조치를 가시적으로 이행한 사례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이는 급한 불을 끈 것일 뿐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었다.

<자료: HMM 50년사>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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