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전기차 내놓는 르노코리아…'세닉' 가격 놓고 막판 고심

성상영 기자

2025-06-23 18:00:00

르노 '세닉 E-테크 일렉트릭' 8월 출시
초도 물량 완판 시점이 흥행 지표 될 듯
프랑스보다 2000만원 낮춰야 경쟁력有
"합리적 가격 책정에 최선…조만간 공개"

르노코리아가 오는 8월 출시 예정인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닉 E-테크 일렉트릭' 외관 ⓒ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가 오는 8월 출시 예정인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닉 E-테크 일렉트릭' 외관 ⓒ르노코리아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르노코리아가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을 오는 8월 출시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낸다. 르노 세닉은 르노코리아가 2020년 소형 전기 해치백 '조에'를 내놓은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모델이다. 전기차 수요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세닉의 국내 판매 가격이 흥행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다음 달 4일 서울 성동구 르노 성수에서 '밋 더 세닉' 행사를 열고 일반 고객에게 세닉을 공개한다.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세닉이 모습을 드러내는 건 지난해 부산모빌리티쇼 이후 두 번째다. 르노코리아는 세닉을 정식 출시하기에 앞서 소비자와 미디어 초청 행사 등을 통해 관심을 끌어낼 예정이다.

세닉은 유럽에선 이미 판매 중인 차량으로 대부분 정보가 알려져 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470㎜, 전폭 1864㎜, 휠베이스(축간거리) 2785㎜로 국내 판매 차량은 218마력을 내는 전기 모터와 87킬로와트시(㎾h)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이다. 환경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상온에서 복합 443㎞다.

세닉이 르노코리아에게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조에가 2022년 단종된 이후 3년 동안 비어 있는 전기차 라인업을 채우는 동시에 향후 나올 '오로라2'과 '오로라3'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르노가 추진하는 중장기 신차 개발 계획 '오로라 프로젝트'는 지난해 출시된 그랑 콜레오스(오로라1)를 시작으로 2026년과 2027년 각각 준대형급 차종을 내놓는 게 핵심이다. 세닉을 국내 시장에 투입함으로써 매년 1대씩 신차를 선보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현재 르노코리아가 그랑 콜레오스 '원 툴'이라는 점도 세닉의 흥행이 중요한 이유다. 현재 르노코리아 내수 판매량 가운데 80%가량을 그랑 콜레오스가 책임지고 있다.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그랑 콜레오스의 월별 판매량은 지난해 11월 6582대를 정점으로 올해 △1월 2040대 △2월 4106대 △3월 5195대 △4월 4375대 △5월 3296대로 하락 추세다. 사실상 그랑 콜레오스가 내수 판매 실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오로라2가 출시될 때까지 명맥을 유지할 버팀목이 필요한 셈이다.
르노코리아는 세닉의 판매 목표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약 1000대 수준인 초도 수입 물량이 얼마 만에 완판되는지가 흥행을 판가름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지난 1~5월 평균 1000여 대, 기아 EV3는 같은 기간 월 평균 2000대가량 팔렸다. 최근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돌풍을 일으킨 BYD '아토 3'는 정식 출시 2개월 만에 총 1000대가 판매됐다.

국내 출시 가격과 트림(세부 모델) 구성에 따라 세닉을 향한 소비자 반응은 엇갈릴 전망이다. 세닉이 생산되는 프랑스에선 △테크노 △에스프리 알핀 △아이코닉 등 3가지 트림으로 판매되는데, 보조금과 부가세를 반영한 가격은 4만4990유로(약 7150만원)부터 시작한다. 하만 카돈 오디오와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투명도 가변 선루프)를 포함해 모든 사양을 탑재한 아이코닉 트림은 5만490유로(8020만원)에 달한다.

사양 구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이오닉 5는 5064만원, EV3는 4415만원부터 구매 가능하다. 수입 전기차 중에서는 폭스바겐 ID.4 프로 라이트 모델이 5299만원에 판매 중이다. 프랑스 현지 가격보다 2000만원은 저렴하게 들여 와야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얘기다.

르노코리아는 세닉의 국내 판매 가격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점도 가격을 쉽게 정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양 구성과 트림별 판매 가격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showing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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