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안에 노조 동의, 사측 거부로 종료
적자 사업부 성과급 배분 놓고 끝내 이견
파업 시 반도체 생산 차질 현실화 우려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5201206440084100ecbf9426b2233822913.jpg&nmt=23)
20일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8일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노위 2차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이날 오전 최종 조정 불성립으로 종료됐다. 노조는 예정대로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동조합은 사후조정 3일 동안 성실히 임하며 접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19일 오후 10시경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지만 사측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중노위원장이 조정 불성립 선언 직전까지 갔으나 여명구 사측 대표교섭위원이 거부 의사를 철회하고 시간을 요청하면서 협상이 3일차까지 연장됐다”며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도 사측은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했고 결국 사후조정이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사후조정 종료 직후 입장문을 내고 “회사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체계 개편이었다. 노조는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금) 체계가 회사 재량 중심으로 운영된다며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연봉 50% 상한 폐지 및 명문화된 제도화를 요구해왔다.
반면 회사 측은 기존 OPI 틀을 유지하면서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적용 기간 역시 영구 제도화 대신 일정 기간 운영 후 재논의하자는 입장을 유지했다.
막판 협상에서는 중노위 중재안을 바탕으로 영업이익의 12%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이를 부문 공통 60%·사업부별 40%로 배분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방안을 3년간 제도화하고 연봉 50%를 초과하는 성과급은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식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막판 절충안까지 도출됐지만 적자 사업부에 대한 보상 범위와 제도화 수준 등을 둘러싼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공유한 내부 설명 자료에는 영업이익 12% 기준 적용 시 DS 메모리 사업부 성과급 규모가 연봉 대비 700%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MX사업부와 DX공통 조직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 제시되면서 사업부 간 형평성 논란도 협상 막판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총파업은 정부·법원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이뤄진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공공복리를 위한 기본권 제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법원도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수원지법 민사31부는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반도체 생산라인의 안전보호시설과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반도체 시설은 한번 손상되면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생산 차질은 자동차·가전·정보통신 산업 등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노조는 정부와 법원의 대응이 사실상 회사를 대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정부는 노동조합이 제출한 자료와 현장 목소리는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사측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며 “긴급조정 논리가 내일은 모든 제조업 노동자를 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총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맞춤형 고부가 메모리의 공급 일정과 글로벌 고객사 대응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법원 결정에 따라 안전·보안·웨이퍼 관리 업무는 평시 수준으로 유지돼야 하는 만큼 실제 생산 차질 규모는 노조 참여율과 파업 방식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BM은 고객 요구에 맞춰 생산하는 맞춤형 반도체라 공급 일정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고객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즉각적인 공급처 변경은 쉽지 않지만 장기화될 경우 타 업체 비중 확대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HBM은 일반 메모리보다 가격이 높은 고부가 제품인 만큼 일정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급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고객사들은 백업 물량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다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d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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