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50년 돌아보기-38] 시황 악화에 벌크사업의 축소, 재편

채명석 기자

2026-05-10 08:24:25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사업 부침 심화하자
선박 매각하고 장기 용선계약으로 구조 조정
유조선‧광탄선도 선복량 과잉으로 수익 못내
사업 양대 축이었던 벌크선 매출 10%대 축소

2015년 10월 7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린 15만t급 벌크선 ‘현대 코미포(Hyundai Komipo)’호 명명식에서 안진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 코미포호는 앞으로 15년 동안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보령항으로 연간 100만t에 달하는 발전용 유연탄을 수송해 한국중부발전에 공급할 예정이다. 사진= HMM
2015년 10월 7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린 15만t급 벌크선 ‘현대 코미포(Hyundai Komipo)’호 명명식에서 안진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 코미포호는 앞으로 15년 동안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보령항으로 연간 100만t에 달하는 발전용 유연탄을 수송해 한국중부발전에 공급할 예정이다. 사진= HMM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해운 시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벌크선 시황을 대표하는 BDI 지수는 2008년 5월 1만1793포인트를 돌파했던 호황기에서, 같은 해 말 663포인트 수준으로 단기간에 급락했다. 철광석·석탄·곡물 등 주요 벌크화물 수요가 세계 경기둔화와 함께 급감했고, 유조선 운임 또한 2009년까지 70% 이상 하락했다.

현대상선은 1990년대 후반부터 벌크·에너지 운송 분야에 진출해 유조선·액화천연가스(LNG)선·광탄선·부정기선 등을 운항해 왔다. 초기에는 회사 매출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그 후에는 컨테이너선부문과 함께 회사 매출의 양대 축을 이루며 성장했다.

그러나 2008~2009년의 시황 급락을 계기로 성장세가 꺾이며 점차 사업이 축소됐다. 시황 악화에 따라 운항 선박의 일부를 감축하거나 장기 용선계약을 조정해야 했다.

다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등과의 장기운송계약 덕분에 장기간의 불황 속에서도 회사 매출의 일정 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다.

2010~2011년에는 중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철광석과 석탄 수요가 일시적으로 회복하면서 벌크선 운임지수가 3000~4000포인트 수준까지 반등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도 호주·인도네시아·중국 항로의 벌크 운항을 확대하고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제철 화주와의 운송계약을 갱신하며 반전을 모색했다.
그러나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세계 원자재 수요가 다시 위축되면서 벌크시장은 장기 침체에 들어갔고, 2015년 2월에는 BDI가 590포인트까지 하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현대상선의 벌크 전용선사업은 장기운송계약을 중심으로 운영돼 일정 물량과 운임이 보장되는 안정적 수익원 역할을 했다. 특히 철광석·석탄 등 원자재 전용선사업은 조선·철강·에너지 기업과 장기계약 형태로 운영돼 컨테이너사업에서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당시 컨테이너부문의 적자 폭이 커지면서 회사 전체의 재무구조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 컨테이너부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대규모 자금 조달, 부채비율 개선, 신규 선박 확보, 얼라이언스 참여 확대 등을 위한 유동성 확보가 필요했다.

결국 현대상선은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현금 흐름이 양호한 사업인 벌크 전용선부문의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컨테이너사업의 손실을 메우고 회사 전체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가장 안정적이었던 벌크 전용선부문을 매각하기로 하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다. 단순한 사업 구조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경쟁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의 일환인 셈이었다.

현대상선의 LNG선 및 유조선 부문은 오랫동안 국가 에너지 수송망의 일부로서 안정적으로 장기계약을 유지하며 회사 수익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2008년 11월에는 2005년 시행된 한국가스공사의 4단계 LNG선 운항권 입찰에서 확보한 운영권에 따라 15만CBM(㎥)급 신조 LNG선 1척을 투입해 운항을 시작하며 사업을 확대했다. 이 운항권은 계약기간이 2028년까지 20년이어서 불황기에도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바탕이 됐다. LNG선은 장기 고정운임 계약 덕분에 해운시황 변동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은 편이었다.

반면 유조선 부문은 시황 변동성이 컸다. 단기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2008년 이후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가 확연했다. 더구나 2009년 한 해에만 54척의 신조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이 인도되는 등 공급 과잉이 심화돼 유조선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0년 상반기에는 중국·인도를 중심으로 원유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고 단일선체 선박의 퇴출 기조가 가속화하는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며 강세 시황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약세로 돌아선 이후 2011년과 2012년에도 약세 시황이 계속돼 유조선 선사들의 손실이 갈수록 증가했다.

현대상선은 장기대선, 장기계약 비중을 높여감으로써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했으나 약세 시장에서 오는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2013년 4월 에쓰오일(S-Oil)과 5년간 약 2000억원 규모의 원유 장기운송계약을 추가로 체결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선복과잉이 계속되는 영향을 받아 사업은 갈수록 위축됐다. 더욱이 2010년대 중반 무렵에는 정유사들이 직접 선박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외주운항 물량이 현저히 감소했다.

이에 현대상선은 2013년 이후 일부 유조선을 매각하거나 운항비중을 축소해 보완적 수송 영역으로 전환하고 장기운송 및 용선 중심의 방어적인 운항으로 유조선사업을 운영했다.

벌크선 시황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했던 시기에도 현대상선은 국내 주요 화주들과의 장기운송계약을 통해 일정한 화물 기반을 유지했다. 2009년 12월에는 포스코와 20년간 8700억원 규모의 원료탄·철광석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해 연간 43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호주에서 매년 380만t씩 총 7600만t의 원료탄·철광석을 들여오는 계약으로, 현대상선은 18만 DWT(재화중량톤수) 규모의 케이프사이즈급 전용운반선 2척을 투입했다.

2010년 4월에는 중국 해운회사 산동화이스트머린그룹과 함께 세계 2위의 철강업체인 중국 허베이강철그룹의 철광석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2010년부터 15년간 연간 150만t씩 총 2300만t의 철광석을 실어 나르는 운송을 시작했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연간 2100만 달러, 15년간 총 3억1500만 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거둬들이게 됐다. 동시에 중국의 철광석 등 원자재 운송시장에 진출하는 효과도 거두게 됐다.

2011년 5월에는 한국중부발전과 12년간 1320억원 규모의 유연탄 1200만t을 장기 운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2013년 2월에는 발전 3사와 18년간 7600억원 규모의 유연탄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데 이어 한국서부발전과 15년 동안 연간 100만t씩 모두 1500만t, 1200억원 규모의 유연탄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대상선의 광탄선은 발전회사나 제철회사의 발전용 및 제철용 원료탄과 철광석 등을 장기운송하는 계약을 갱신하거나 또는 신규 체결하며 비교적 꾸준한 수익을 창출해 벌크사업부문의 수익 창출에 기여했다.

그러나 광탄선 역시 2012년 이후 원자재 시황이 다시 하락하면서 운송 계약이 점차 단기화되거나 축소됐다. 2013년 이후에는 신규 수주를 중단하고 기존 계약 위주로 운영했다.

그리고 2015년 이후에는 유연탄·철광석 장기계약이 만료되거나 재조정되면서 플랜트 기자재·시멘트 원료 등 부정기화물 운송만 소규모로 수행하는 사업으로 축소 조정됐다. 결국 2015년 말 벌크 운항선 일부가 매각되면서, 벌크사업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 이하로 축소됐다.
<자료: HMM 50년사>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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