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리쇼어링' 청사진 낸 재계…1300조 국내 투자

성상영 기자

2025-11-17 10:58:34

삼성 450조·현대차 125조 '역대 최대'
반도체·AI·전기차·소부장 전방위 투자
신공장 건설 계획도…정부 "규제 해결"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가 열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기선 HD현대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뒷줄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가 열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기선 HD현대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뒷줄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재계가 약 1300조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 청사진을 내놨다. 역대 정부마다 3년 또는 5년 단위로 공개된 투자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삼성은 경기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을 재개하고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로봇 같은 신사업을 앞세워 국내 사업 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 SK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LG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역량을 집중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간 각각 450조원, 125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도널드 드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으로 인해 대미 투자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폭 늘린 와중에 나온 계획이다. 해외 사업장을 확장하면서도 국내 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한국형 리쇼어링(외국으로 나간 생산 시설을 본국으로 되가져오는 것)'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평택 반도체 공장 5라인(P5) 골조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산 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새롭게 조성되는 평택 5라인은 2028년 가동을 시작한다.

삼성은 광주·전남과 부산·울산, 경북, 충남 등 주요 권역마다 데이터센터를 짓거나 기존 생산 라인을 보강하는 등 비수도권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수한 유럽 공조기기 업체 플택트의 국내 생산 공장을 광주에 세운다. 삼성SDS는 전남과 경북 구미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만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에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을 AI 반도체 패키지 기판 거점으로 육성한다.

현대차그룹은 로봇과 전기차, 수소,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같은 그룹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한다. 오는 2030년까지 국내에 투자되는 125조2000억원 가운데 신사업과 연구개발(R&D)에 각각 50조5000억원, 38조5000억원이 쓰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국내에 새롭게 건립을 추진하는 것 중에는 AI 데이터센터와 AI 애플리케이션센터, 수전해 플랜트가 포함됐다. 데이터센터는 피지컬 AI(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AI) 로봇과 자율주행차에서 생성되는 막대한 용량의 학습 데이터를 저장하게 된다. AI 애플리게이션센터는 피지컬 AI 로봇을 실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울러 국내 완성차 생산 규모를 늘려 기존 울산·광주·광명 등에 운영 중인 사업장을 글로벌 수출 전진기지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18만대 수준인 완성차 수출 대수를 2030년 247만대로 늘리겠다며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이번 투자 계획은 전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 맞춰 전격 발표됐다. 이날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SK그룹과 LG그룹도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회의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600조원 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구광모 회장은 "향후 5년간 예정된 국내 투자(100조원)의 60%를 소부장 기술 개발과 확장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미국 조선업 재부흥 사업인 '마스가 프로젝트'를 이끄는 한화와 HD현대그룹도 각각 11조원과 15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정부는 규제 대폭 완화·철폐로 화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인이 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규제 완화, 철폐 같은 가능한 것을 지적해주면 신속하게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howing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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