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최고가격제 손실보전 5.7조 vs 1.8조…11월 확정에도 연내 지급 '안갯속'

김유승 기자

2026-10-30 16:13:34

정부, 11월 말 2분기 보상액 확정 목표...이의신청 없으면 12월 지급
업계는 국제 시세·정부는 생산 원가 기준...손실 추산액 수조원 차이

시민들이 주유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시민들이 주유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업계 손실보전 규모를 오는 11월 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이의신청이 없으면 12월 중 첫 보상금 지급이 가능하지만, 손실 산정 기준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입장 차가 커 실제 지급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유업계는 최근 실적 개선과 경유 수출 제한 완화로 한숨을 돌린 상황이지만, 향후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3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정유 4사가 제출한 최고가격제 관련 손실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오는 11월 말까지 2분기 보상액을 확정하고, 정유사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12월 중 첫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산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이 이어질 경우 지급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

최고가격제는 지난 3월 13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가 휘발유·경유·등유의 판매가격 상한을 정해 소비자와 산업계의 유류비 부담을 낮추는 대신, 정유사에 발생하는 손실은 일정 기준에 따라 보전하기로 했다.

쟁점은 손실을 산정하는 기준이다. 정유업계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국내 최고가격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에 판매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기회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부는 실제 원유 도입 및 생산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하는 방식으로 보전액을 산정할 방침이다. 국제 시세와의 차액을 모두 손실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양측이 추산하는 손실 규모에도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부터 9월 말까지 정유사들의 손실 추산액은 최대 5조71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으로 판매하지 못한 데 따른 기회비용을 포함한 수치로, 실제 회계상 영업손실과는 차이가 있다.

반면 원유 도입 가격 상승분을 기준으로 계산한 손실액은 6월까지 약 4400억원, 9월 말 기준 약 6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각종 부대 비용 상승분을 반영해도 약 1조8000억원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손실보전을 위해 확보한 예비비 4조2000억원 내에서 정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업계는 오는 11월 말 확정되는 보상액이 기대 수준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가 실제 지급 시점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들이 정부의 산정 결과를 수용하면 연내 지급이 가능하지만, 보전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이의신청과 재검토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첫 지급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행히 정유업계는 최근 실적 개선으로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 차질로 정제마진이 상승하면서 주요 정유사들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덕택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매출 28조7738억원, 영업이익 3조704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32.5%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와 윤활유사업을 맡은 SK엔무브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2058억원, 1조906억원에 달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3분기 매출 10조437억원, 영업이익 90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71.3% 증가한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에쓰오일 등 다른 정유사들도 정제마진 강세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경유 수출 제한이 일부 완화된 점도 정유업계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산업통상부는 29일 정유사가 내수 공급 의무를 이행하고 적정 재고를 확보할 경우 오는 11월부터 경유 수출량을 전년 동월의 11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지난 3월 수출량을 전년 동월 수준으로 제한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중동산 중질유 공급 차질로 경유 가격이 특히 크게 오른 만큼 이번 조치는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휘발유와 등유는 이번 완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유종별 수급 여건이 다른 만큼 국내 공급 안정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급 불안이 발생하면 경유 수출 한도도 다시 축소할 수 있다.

다만 최근의 실적 호조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업계의 불안 요소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변동성이 큰 데다 향후 원유 도입 가격이 제품 판매가격보다 높아지는 역래깅이 발생하면 다시 수익성이 악화돼서다. 정유사들이 사업 다각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손실보전 결과에 관심을 갖는 배경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향후 유가가 하락할 경우 역래깅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실적이 양호할 때 재무적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손실보전 규모를 합리적으로 결정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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