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희망의 불씨 지피는 편의점 행보…CU·GS리테일 '편리미엄' 박차

이태영 기자

2025-10-31 07:41:38

‘미코노미’ 트렌드 부각 업계 쟁탈전 가속화…'취향 저격'으로 소비자 공략

올해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추이 그래프 ⓒ 대한상공회의소
올해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추이 그래프 ⓒ 대한상공회의소
[빅데이터뉴스 이태영 기자]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등 유통업계가 올해 3분기부터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지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수치가 102다.

RBSI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다음 분기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직전 분기까지 75에 머물러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으나 이번 102라는 수치는 유통업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고조됐음을 시사한다.

올해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소매업태별 전망치 그래프 ⓒ 대한상공회의소
올해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소매업태별 전망치 그래프 ⓒ 대한상공회의소
소매업태별 전망치를 확인해 보면 편의점 업계가 108로 나타나 강력한 성장을 예고했다.

이는 ‘미코노미(Me-conomy)’ 트렌드가 현재 경제 상황과 맞물려 강력하게 재부상한 점이 자리 잡고 있다.
미코노미는 ‘나(Me)’와 ‘이코노미(Economy)’를 합성한 단어로 이전부터 자신이 주체가 되는 소비 활동이고 ‘나를 위한 지출’을 뜻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 트렌드는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했다. 첫째는 일상 지출을 극도로 합리화하는 ‘짠테크형’ 소비이고 둘째는 불안정한 상황에 자신에게 즉각적인 만족감과 보상을 제공하는 ‘작은 사치형’ 소비다.

이처럼 미코노미 트렌드가 현재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재정의되면서 편의점 업태 성장을 견인했다. 실제로 소매업태별 전망치에서 편의점(108)이 기준치를 크게 웃돌며 전체 유통업계 기대지수(102) 상승에 핵심 동력이 됐다. 미코노미는 단순한 소비 심리가 아닌 3분기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인 실질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미코노미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BGF리테일의 CU가 박차를 가하고 있다.

CU는 고물가로 외식이 부담스러워진 1인 가구에게 고품질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으로 ‘나만을 위한 합리적인 한 끼’를 제공하고 ‘연세우유 크림빵’ 등 컬래버레이션 상품으로 ‘나를 위한 확실한 행복’을 선사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CU는 이러한 미코노미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이전부터 ‘편리미엄(Convenience+Premium)’ 전략을 구사해왔다. 고물가 장기화로 짠테크형 소비가 절정에 달한 올해 3분기 들어 이 전략 이 극대화돼 편의점 성장 핵심 동력이 됐다.

편리미엄은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기 위해 더 높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소비 트렌드를 나타낸다.

CU가 꺼내 든 첫 번째 카드는 ‘편리미엄과 소분 절약’ 전략이다. 일상 소비는 극도로 아끼지만 시간과 노력은 아끼고 싶지 않은 ‘짠테크형 미코노미’ 소비자를 조준했다.

고물가로 외식 비용이 급증하자 소비자는 외식(外食) 대신 내식(內食)을 택했지만 대형마트 대량 구매는 1인 가구에게 음식물 낭비와 보관 부담이라는 한계를 안겼다.

CU는 이러한 니즈를 파악해 고품질 가정간편식과 소포장 신선 식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맛집과 협업한 프리미엄 간편식은 외식 수준 만족도를 제공하면서 가격은 저렴해 외식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소포장 채소, 미니 과일 등은 음식물 쓰레기 부담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절약 상품으로 짠테크형 미코노미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CU에서 단독 판매중인 연세우유 크림빵 시그니처 디저트 라인업 중 KBO 리그 소속 프로구단 '두산 베어스'와 컬래버한 시리즈인 '연세우유 먹산생크림빵' 연출 이미지 ⓒ BGF리테일
CU에서 단독 판매중인 연세우유 크림빵 시그니처 디저트 라인업 중 KBO 리그 소속 프로구단 '두산 베어스'와 컬래버한 시리즈인 '연세우유 먹산생크림빵' 연출 이미지 ⓒ BGF리테일
두 번째 카드는 ‘작은 사치’와 ‘취향 저격’이다. 이 전략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대한 보상 심리 소비자가 고가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확실한 행복을 주는 상품에 지갑을 여는 심리를 저격해,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이색적인 컬래버 상품과 프리미엄 디저트로 공략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2년 1월 출시돼 CU에서 단독 판매 중인 연세우유 크림빵 시그니처 디저트 라인업이 있다.

출시 직후부터 ‘전문점 퀄리티’와 ‘압도적인 크림 용량’으로 SNS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CU는 이를 통해 편의점 디저트 시장을 재편하는 성과를 냈다

전문점 수준 품질과 압도적인 양을 앞세워 즉각적인 만족감과 SNS 인증을 통한 나를 위한 소비 가치를 완성해 인기를 얻었다.

또 ‘4캔 만 원’ 가성비 맥주를 넘어 소용량 와인(하프 보틀)이나 트렌디한 하이볼 상품군을 확대했다.

‘혼술’ 문화에서 ‘프리미엄 경험’과 ‘나의 취향’을 포기하지 않는 가치 보상형 소비자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고 있다.

단순한 취함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술 만족도를 극대화하려는 나를 위한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주요 경쟁사들인 GS25, 세븐일레븐 역시 미코노미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고물가 속 합리적 소비와 가치 소비 트렌드를 모두 아우르는 복합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GS리테일의 GS25는 '혜자로운 집밥' 등의 가성비 HMR 라인업과 '호텔 협업' 등의 하이엔드 프리미엄 상품을 양 축으로 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선명히 내세우고 있다.

우선 2023년 2월 재출시된 혜자로운 집밥 도시락 브랜드는 높은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GS25의 짠테크형 HMR 라인업을 대표한다.

고물가 시대에 외식 비용을 절감하려는 짠테크형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한 끼'라는 심리적 보상을 제공해 핵심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고가 호텔이나 유명 파티시에와 협업을 통한 프리미엄 디저트 등 하이엔드 상품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조선팰리스 호텔 셰프와 협업한 프리미엄 밀키트나 유명 파티시에가 참여한 베이커리 등이 있으며, 불안정한 상황 속 나에게 보상하는 '작은 사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은 1인 가구 '미니 마트' 역할 강화에 집중하는 실용성 전략과 함께, 이색적인 트렌드 상품으로 젊은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감성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소용량 축산물이나 수산물 등 요리에 필요한 소용량 식재료 구색을 대폭 확대해 1인 가구 근거리 장보기 채널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이 전략은 대형마트 방문의 번거로움과 음식물 낭비 부담을 줄여주는 편리미엄과 짠테크를 결합했다.

이외에도 기존 주력 상품에 이색적인 협업을 시도하거나 차별화된 트렌디 디저트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포켓몬, 잔망루피 등 인기 캐릭터 IP를 활용한 한정판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재미와 희소성을 더하고 SNS 인증을 통해 만족감을 얻으려는 젊은 소비자층의 감성 만족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미코노미 경쟁'을 펼치는 것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1인 가구의 불안정한 삶 속에서 '작은 행복'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되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이태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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