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도 참 좋은데"…안 팔리는 이유? [성상영의 正주행]

성상영 기자

2025-10-25 05:00:00

판매량 낮지만 소비자 인식은 '긍정적'
HEV 대비 자연스러운 주행 질감 장점
정숙성·승차감 돋보여…"SUV 안 같아"
DCT 탑재, '말타기' 현상 없이 부드러워
'파썬' 넣어도 4000만원↓…'가성비' 챙겨

르노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모델 외관 =성상영 기자
르노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모델 외관 =성상영 기자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르노코리아를 오랜 부진에서 구출한 일등 공신 '그랑 콜레오스'가 2026년형으로 돌아왔다. 그랑 콜레오스는 지난해 9월 첫 출시 이후 SM6, QM6, 아르카나로 이어지는 흥행 계보를 이으며 르노코리아의 '원 톱'으로 자리 잡았다. 출시 초기와 비교하면 판매가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지만 연식 변경 모델 출시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신형 그랑 콜레오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중간 트림(모델 등급)부터 선택할 수 있게 됐고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인포테인먼트 화면) 바탕화면 위젯을 통해 좀 더 직관적으로 공조 설정이 가능해졌다. 신규 외장 색상으로 '새틴 유니버스 화이트'가 추가되고 회색 계열 나파 인조 가죽 시트가 에스프리 알핀 트림에서 선택지로 제공된다.

연식 변경치고는 꽤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본질은 거의 그대로다. 출시 초기 호평을 받은 주행 성능, 안락함, 편의성 등 요소가 균형을 잘 이뤘다. 그랑 콜레오스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여전히 뛰어난 상품성을 갖췄다.

2026년형 출시를 코앞에 뒀을 즈음,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2WD를 타봤다. 앞서 언급한 변화를 빼면 2025년형과 2026년형은 차이가 없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모델 실내 =성상영 기자
르노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모델 실내 =성상영 기자
◆하이브리드 기세에 눌린 가솔린의 매력
출시 후 1년을 맞는 동안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모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인공지능(AI) 기반 키워드 추출 기법으로 품질 연관 단어를 분석한 결과 '안정적이다', '우수하다', '편리하다'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된 상위 5개 키워드로 나타났다. 빅데이터뉴스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블로그·카페·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게재된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모델 관련 게시물 2900여건을 모두 분석했다.

아쉽게도 긍정적 인식이 판매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모델은 하이브리드 E-테크와 비교하면 비주류다.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그랑 콜레오스는 지난달 총 3019대가 팔렸는데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이 2592대로 86%나 된다. 나머지 400대 정도가 가솔린 2.0 터보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품질 관련 언급 키워드 상위 10개 =성상영 기자
르노 그랑 콜레오스 품질 관련 언급 키워드 상위 10개 =성상영 기자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에 대한 거부감, 하이브리드 차량의 낮은 유지비 등이 가솔린 2.0 터보가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밀린 이유로 풀이된다.

막상 두 모델을 모두 타보면 가솔린 2.0 터보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선 차량 가격이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300만원 이상 저렴해 초기 비용 부담이 적다. 실제 주행 연비가 나쁘지도 않다. 또한 3종 저공해차로 분류돼 하이브리드 모델(2종 저공해차)과 똑같이 공영 주차장 요금 5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약 450㎞를 시승하는 동안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는 하이브리드 쏠림 현상에 작은 의구심을 갖게 했다.

◆하이브리드는 못 따라오는 순수 내연기관의 맛

대부분 운전자에게 익숙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선사한다는 게 가솔린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전기 모터와 엔진이 번갈아 동력을 만들어내는 하이브리드는 연비나 정숙성 면에서 가솔린 모델보다 낫지만, 출발할 때 엔진 회전수가 서서히 오르며 매끄럽게 속력을 높이는 순수 내연기관의 질감을 흉내내지는 못한다.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는 시종일관 잘 숙성된 가속 반응과 질감을 보여줬다. 운전자에게 '운전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충실했다.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만큼 정직하게 속력을 내고 줄였다. 하이브리드차와 달리 전기 모터와 엔진의 토크(회전력)가 서로 달라 발생하는 이질감도 없다. 급가속을 하지 않는 한 터보 차량 특유의 지연 현상(터보 래그)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뒷좌석 =성상영 기자
르노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뒷좌석 =성상영 기자
이는 동승자에게도 충분히 이점으로 작용한 듯했다. 승차 정원(5명)을 꽉 채워 서울에서 경기 김포, 양주, 강원 철원 일대로 약 300㎞를 이동하는 동안 동승자들은 한결 같이 "SUV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세단 못지않게 조용하고 안락했다는 반응이었다. 승차감과 안정성 있는 거동 사이에 균형을 이루도록 잘 조율된 서스펜션(현가장치)도 큰 역할을 했다.

많은 소비자가 '비호감' 변속기로 꼽는 DCT는 예상 외로 부드러웠다. 일반적으로 수동 변속기에 기반을 둔 DCT는 정차 후 재출발 또는 변속을 할 때 꿀렁이거나 심한 경우 일명 '말타기'를 하는데 그랑 콜레오스는 그런 불편함이 거의 없었다. 일반 자동 변속기 차량을 탔을 때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이 역시 승차감을 높인 요소로, 기존 DCT에 대한 편견을 버려도 좋을 만했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모델 적재 공간 =성상영 기자
르노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모델 적재 공간 =성상영 기자
◆하이브리드 대비 낮은 연비·출력, 단점일까?

가솔린 모델이 하이브리드에 밀리는 건 연비, 최고 출력 정도가 사실상 전부였다. 그랑 콜레오스 두 모델의 공인 연비를 비교해 보면 가솔린(2WD 기준)은 11.1㎞/ℓ, 하이브리드(테크노 트림 기준)는 15.7㎞/ℓ다. 최고 출력은 가솔린이 211마력, 하이브리드가 245마력으로 후자가 30마력 정도 높다.

막상 실제 주행에서는 연비가 큰 단점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시승을 모두 마친 뒤 계기반에 표시된 연비는 11.5㎞/ℓ.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7말 8초' 휴가철에 에어컨을 '풀가동'한 상태에서 공회전 시간이 길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 80㎞/h 안팎으로 정속 주행하면 16㎞/ℓ 이상 연비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고 출력 역시 두 모델 간 차이가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가솔린 모델이 하이브리드보다 100㎏가량 가벼워 오히려 경쾌한 맛이 있었다.

아울러 애매한 3열 좌석을 넣는 대신 확실하게 넓은 2열 좌석과 트렁크로 내부를 구성한 점은 동급 차량 가운데 그랑 콜레오스가 내세우는 차별화 지점이다. 편안하고 실용적인 패밀리카를 원하지만 전장 4.8m가 넘어가는 현대차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가 부담스러운 소비자에게 알맞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모델 뒷모습 =성상영 기자
르노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모델 뒷모습 =성상영 기자
◆3000만원 중반대 '테크노' 트림이 가성비 좋아

가솔린 모델은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이 큰 장점인 만큼 3000만원 중반대에서 4100만원선 이하로 구매할 때 상품성이 가장 괜찮다.

테크노 트림에 아무 선택 사양을 넣지 않더라도 앞좌석 전동·통풍 시트와 티맵 내비게이션, 전동식 트렁크 같은 필수 사양을 모두 누릴 수 있다.

2026년형에 새롭게 추가된 파노라마 선루프를 원한다면 아이코닉 트림으로 한 단계 올라가야 하는데 이 경우 총 가격은 4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2.0 터보 주요 제원

​△전장=4780㎜ / 전폭=1880㎜ / 전고=1680㎜ / 축거=2820㎜

△공차중량=2150㎏

△엔진=2.0ℓ 가솔린 터보

△변속기=7단 습식 듀얼 클러치 / 연료=휘발유

△최고 출력=211ps / 최대 토크=33.2㎏f·m

△연비=(복합)11.1㎞/ℓ (도심)9.8㎞/ℓ (고속)11.9㎞/ℓ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howing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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