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국내 최초로 고부가가치 중량화물운송시장 진출
2007년 사업 영역 확대 위해 300DWT 이상 운송사업 추진
해외 플랜트 화물의 육상·해상 통합운송 서비스로 차별화
2010년 3월 ㈜동방, 현대택배와 합작 ‘현대동방아틀라스’ 설랍

통상 원전이나 플랜트 등 대규모 건설 사업에 필요한 화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발전기나 기계설비 등 무게가 300t을 넘는 중량화물과, 그 외의 자재나 소모품 등 일반화물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중량화물은 화물 자체가 무겁고 고가인 데다, 현지로 이송 후에도 이상 없이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육상 및 해상운송에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당연한 이치이지만,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가 확대되면 중량화물의 운송 수요도 크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유럽이나 일본의 해운업체들이 중량화물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형편이었다.
현대상선은 1996년에 국내 최초로 중량화물운송사업에 진출해 국내에서는 최고의 중량화물 전용선단인 1만~3만DWT(Deadweight, 재화중량톤수)급의 선박 3척을 운영해 왔다. 1997년에는 한국고속철도공단에서 실시한 고속철도 차량 수송권 입찰에서 수송권을 획득하고, 6000CEU(Car Equivalent Unit, 자동차 1대를 운반할 수 있는 표준 공간 단위, 약 10㎥를 의미)급 자동차 전용 운반선을 투입해 1998년과 1999년에 걸쳐 프랑스가 제작한 고속철도 차량 200량을 프랑스 서부의 라팔리스항에서 국내 마산항으로 전담 수송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국내 해운기업 최초로 극동발·중동향 300DWT 이상 중량물운송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상대적으로 약세인 중량화물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해외 플랜트 화물의 육상·해상 통합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주력 사업인 벌크·컨테이너의 해상운송을 넘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중동·아프리카·동남아 등 해외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의 기자재·중량물·모듈화 화물을 일괄 운송·관리하는 종합물류 모델을 구상한 것이다.
그 무렵에는 한국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설계, 조달, 시공) 기업들이 중동·동남아 등지에서 대형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플랜트 기자재·중량물 운송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였다. 이에 현대상선은 해상 수송은 물론 내륙 운송과 현장 인도까지 일련의 과정을 한꺼번에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해외 플랜트 화물 육·해상 통합운송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단순하게 선박을 이용한 운송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은 경쟁사들도 가능한 영역이다. 하지만 원스톱 솔루션 제공자(One-stop solution provider)로서 플랜트 화물의 일괄 운송을 제공하는 것은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로, 특히 대형 EPC 업체들의 물량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 서비스를 위해 현대상선은 2010년 3월 국내 최고의 중량화물 육상운송 업체인 ㈜동방, 물류업체인 현대택배와 손잡고 합작법인 '현대동방아틀라스HD Atlas Co., Ltd.'를 설립했다. 신설 법인이 플랜트 사업에 사용되는 중량화물의 육상운송을 담당하고, 현대상선은 해상운송 부분을, 현대택배는 일반화물의 육상운송 부분을 분담하는 구조이다.
구체적으로 서비스의 구조를 살펴보면, 해상운송(컨테이너·중량 화물선)+내륙운송(트레일러·레일)+통관·하역·현장설치 지원 등 3단계의 서비스를 엔드 투 엔드(End-to-End) 운송 관리 방식으로 패키지화해 제공한다. 운송 품목은 발전 플랜트, 정유·석유화학 설비, 액화천연가스(LNG)·전력 플랜트 기자재, 압력용기, 터빈, 파이프 모듈 등 중량급의 플랜트 설비들이다. 또한 서비스 지역은 중동(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 동남아(베트남, 인도네시아), 아프리카(나이지리아), 중남미 등 플랜트 건설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여기에 국내 EPC 업체들과 협업해 기자재 집하·선적·현장 인도까지 관리한다.

현대상선의 해외 플랜트 화물 통합운송 서비스는 국내 업체들의 플랜트 사업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신규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중량화물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내에 프로젝트화물중량·플랜트 기자재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2010년에 3척, 2011년에 3척의 중량화물선을 추가로 도입해 총 9척의 중량화물 전용선단을 갖췄다. 또 새로운 항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2011년 극동~인도 항로를 시작으로 2012년에는 극동~홍해유럽, 2014년에는 극동~호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사업은 수많은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 화물을 운송하면서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UAE향 정유 플랜트를 비롯해 쿠웨이트향 정유설비 기자재, 사우디아라비아향 정유화학 플랜트 기자재 등 중동 지역으로 향하는 화물이 많았고, 나이지리아·앙골라에 전력 플랜트 기자재를 운송하기도 했다.
화물의 성격상 운송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2년 가스발전소에 필요한 화물 LPG Mounded Bullet(액화석유가스 마운트형 저장 탱크)을 여수에서 UAE(아랍에미리트) 무사파로 운반할 때는 부두의 제원 제한으로 선박의 입항이 불가했고, 선복제한으로 선적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항만청에 안전작업이 가능하다고 설득해 접안에 성공했고, 선복제한으로 인한 애로사항도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화물 2기 전량을 본선 갑판에 비스듬히 위치시키는 방식으로 무사히 선적을 완료했다. 화물을 비스듬히 선적하기 위해선 많은 안전장치가 요구됐지만, 이로 인해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어 경제적인 효과를 얻었다.
2014년 초에 인도 문드라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까지 발전소용 가스보일러를 운반할 때는 장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고중량에 높이 15m짜리 보일러를 선적하려면 여기에 맞는 스프레더하중을 분산시켜 주는 장비가 필요한데, 문드라에는 장비가 없었던 것이다. 현대상선은 현지 제작업체를 수배, 스프레더를 자체 제작한 후 적시에 선적을 완료했다.
현대상선의 이 같은 서비스와 문제해결 능력은 고객 만족과 더불어 깊은 신뢰를 심어 줬다. 덕분에 현대상선의 플랜트 화물 통합운송 서비스는 불황기 새로운 수익원으로서 ‘종합 해운·물류 서비스 기업’으로의 진화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자료: HMM 50년사>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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