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분 주가 변동 매달 정산…기준가 반년 새 절반
양도목적에 상환 없어…우주·AI 23조 투자 계획
한화오션 지분, 전환사채 반영 시 국책은행이 한화 앞질러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최근 한화오션 주식 2216만9660주를 1조3833억8678만4000원에 양도하는 안을 결의하고 시간외대량매매로 넘겼다. 주식은 결제일인 21일 양수인에게 넘어갔다. 양수인은 키움증권과 특수목적회사 6곳이다.
한화시스템은 군함 전투체계와 레이더 같은 방산 전자장비를 만들고 기업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업체다. 한화오션은 선박과 수상 부유 구조물을 건조하는 조선사로 한화그룹이 2023년 인수한 대우조선해양이 이름을 바꾼 회사다. 한화시스템 지분 46.73%와 한화오션 지분 30.44%를 보유한 두 회사의 최대주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PRS는 주식을 넘기면서 일정 기간 주가가 오르거나 내린 만큼을 원래 주인이 정산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의결권과 배당은 주식을 넘겨받은 쪽으로 옮겨가지만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은 한화시스템에 남는다. 예를 들어 증권사가 기준가격 6만2400원인 주식을 5만2400원에 팔면 한화시스템이 1주당 1만원을 물어주고 7만2400원에 팔면 1만원을 받는 구조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3년간 계열 관련 투자를 지속 집행해왔다. 지난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약 5000억원, 같은 해 11월 유상증자에 약 1563억원을 투입했다. 2024년에는 필리조선소, 지난해에는 오스탈(Austal) 지분 인수가 이어졌다. 한화시스템은 7월 2040년까지 우주위성에 약 20조원, 2032년까지 국방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약 3조원 등 모두 약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공시한 상황이다. 설비 확충과 미래사업 투자로 한화시스템의 자금 소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양도대금이 차입금으로 잡히는 배경에는 한화시스템이 한화오션 주식을 보유해 온 방식이 자리한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오션 주식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으로 분류해 왔다. 계열사 지분이지만 투자 목적의 금융상품으로 보유해 왔다는 뜻이다. PRS 계약을 붙인 지분 매각은 회계상 매각으로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화시스템은 해당 분류 때문에 담보부 차입으로 처리한다. 한화시스템이 주식을 판 것이 아니라 주식을 맡기고 돈을 빌린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모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는 동일한 거래가 자본으로 잡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을 연결 자회사로 둔 채 자회사 지분 일부를 외부 투자자에게 넘긴 자본거래로 처리한다. 차입 부담은 한화시스템에만 남는다는 뜻이다.
한화시스템의 연결 총차입금은 6월 말 3조3911억원에서 거래 후 4조774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키움증권과 특수목적회사들이 한화오션 주식을 시장에 매각하는 만큼 차입금이 줄고 전량을 매각하면 1조3834억원이 부채에서 빠진다. 전량 매각이 끝나면 한화시스템에는 차입금 없이 한화오션 주식이 빠지고 현금이 늘어난 효과만 남는다는 것이 신용평가업계의 설명이다.
계약기간은 1년으로 만기는 내년 10월이다. 만기까지 주식이 모두 매각되지 않으면 당사자 간 합의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지만 그만큼 한화시스템이 부담하는 금융수수료가 늘어난다는게 신용평가업계의 판단이다.
정산 주기는 기존 대비 짧아졌다. 지난 4월 진행된 1차 계약은 3개월마다 정산하지만 2차 계약은 매월 정산한다. 기준가격은 1차 계약 12만8000원에서 2차 계약 6만2400원으로 반년 새 절반 아래로 내려왔다. 신평사들은 1차 계약 기초자산 상당 부분이 이미 매각·정산된 것으로 분석한다. 1차 계약의 만기는 내년 4월이다.
신평사들은 확보 자금이 기존 차입금 상환보다 신규 투자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한화시스템이 전략적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근거다. 한화시스템이 공시한 양도목적에도 차입금 상환은 들어 있지 않다.
한화시스템은 2차 양도를 결의한 16일 같은 이사회에서 잠실마이스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112억8000만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잠실마이스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전시·컨벤션 시설과 돔야구장 등을 짓는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시행법인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은 2028년까지 이 회사에 모두 약 345억9300만원을 나눠 출자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보유할 잠실마이스 주식 전부에 근질권을 설정해 신한은행 등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주단에 담보로 제공하는 안도 함께 의결했고 담보금액은 출자 예정액과 같은 345억9300만원이다.
신용평가사 3곳은 모두 확보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점검 대상에 올렸다. 정산에 따른 현금 부담도 함께 점검하기로 한 신평사도 존재한다.
통상 차입 부담은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6월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6.73%, 계열회사 한화에너지가 12.80%를 갖고 있고 이들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59.53%다.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 1.02%를 빼면 나머지 39.45%가 일반 주주 몫이다.
한화오션 지배구조도 달라졌다. 한화그룹의 한화오션 지분은 37.68%에서 30.44%로 줄었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를 모두 직접 보유해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된다. 다만 신용평가업계 일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실적을 계속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는지를 점검 대상에 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신고한 한화오션 최대주주 측 지분에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2022년 12월 체결한 주주간계약과 기본합의서로 묶인 공동보유자여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주식을 양도하려 하면 두 은행은 같은 조건에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두 은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이사와 감사위원을 지명할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
이번 거래로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바뀌는 경우를 반영한 최대주주 측 지분 구성은 역전됐다. 이 기준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은 25.61%로 한국산업은행 12.83%와 한국수출입은행 15.87%를 더한 28.70%보다 낮다. 거래 전에는 한화시스템 지분을 더한 한화 측 몫이 두 국책은행 합계보다 많았다. 다만 현재 발행주식 기준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0.44%가 한국산업은행 15.25%를 크게 웃돈다.
금융수수료와 정산 내용은 4분기부터 한화시스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의 올 3분기 경영실적 발표일은 오는 27일이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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