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하림, 닭고기서 라면·밥·만두까지...‘신선함'으로 승부 건다

김유승 기자

2026-09-17 17:42:47

익산 퍼스트키친·치킨로드 공장 투어…생산 전 과정 ‘신선함’에 초점
라면·즉석밥·만두 생산라인 한눈에...원재료·제조공정 차별화 주력
도계부터 가공까지 이동시간 최소화...일부 제품 24시간 내 생산
프로틴 등 신제품 출시 잇따라…HMR 중심 종합식품기업 전환 속도

전북 익산 하림 '치킨로드'에서 하림 직원이 이날 도계한 닭을 손질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전북 익산 하림 '치킨로드'에서 하림 직원이 이날 도계한 닭을 손질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다른 식품 회사 직원들이 보면 미련하다고 말할 정도로 원재료 품질과 신선함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17일 찾은 전북 익산 하림 '퍼스트키친'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치킨로드’에서 반복해서 등장한 단어는 ‘신선함’이었다. 하림은 도계한 닭의 이동 시간을 최대한 줄여 식품 원료로 투입하고, 자체 플랫폼을 통해 도계 다음 날 소비자가 고기를 받아볼 수 있도록 유통하고 있다. 원재료 품질 강화와 생산·물류를 직접 연결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하림이 내세우는 식품 경쟁력이다.

하림은 이 같은 생산·유통 체계를 기반으로 신선육과 육가공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가정간편식(HMR)과 라면·즉석밥, 어린이식, 단백질 음료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익산 퍼스트키친은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생산거점으로, 라면과 즉석밥, 만두 등 다양한 식품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날 공장에서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퍼스트키친'의 면 생산라인이었다. 이곳에서는 원재료가 배합되고 면을 익힌 뒤 일정한 크기로 잘라 틀에 담고, 튀김과 냉각·건조·포장을 거쳐 라면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면 생산에서도 하림이 강조한 것은 원재료였다. 인공 조미료 대신 실제 식재료를 활용하고 약 20시간 동안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생산시설로 이동하는 공간에는 관람객이 대형 솥 안으로 들어간 듯 꾸민 미디어 공간도 마련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영상에서는 각종 재료가 끓고 육수가 우러나는 모습을 구현해 제품 제조 과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하림 직원들이 컵라면 제품을 시식용 용기에 담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하림 직원들이 컵라면 제품을 시식용 용기에 담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투어 이후에는 주요 제품을 직접 맛보는 시식도 진행했다. '삼계탕면'은 삼계탕 특유의 달큰한 풍미와 은은한 약재 향이 면에까지 배어 있는 점이 두드러졌다. 국물만 맛봤을 때는 라면 특유의 풍미가 일부 느껴졌지만, 면과 함께 먹자 삼계탕의 맛과 향이 보다 선명하게 살아났다. '유니짜장'은 일반적인 인스턴트 짜장라면보다 중식당에서 접하는 유니짜장 소스에 가까운 풍미가 특징이었다. '장인라면 얼큰한맛'은 매운맛을 내면서도 국물의 뒷맛이 비교적 담백하고 깔끔했다.

하림은 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생산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유탕면 3개와 건면 2개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향후에는 더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연내 총 6개 라인을 구축해 제품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퍼스트키친' 내 '밥 키친'에 설치된 즉석밥 모양 조형물 모습. 사진=김유승 기자
'퍼스트키친' 내 '밥 키친'에 설치된 즉석밥 모양 조형물 모습. 사진=김유승 기자

이어 찾은 밥키친에서는 즉석밥 생산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림은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제조환경을 철저하게 관리해 제품의 소비기한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쌀 선별부터 포장까지 전 공정을 무균실 수준의 클린룸에서 진행해 공기 중 부유물까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밥을 짓는 과정에서는 고압 스팀을 활용해 천천히 뜸을 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제품을 냉각해 포장지가 밥알에 지나치게 밀착되는 것을 최소화한다. 포장지가 밥에 강하게 달라붙을 경우 밥맛과 식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공정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제품 시식 시에도 즉석밥 특유의 시큼한 냄새 없이 밥 특유의 향이 뚜렷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하림 직원이 만두 및 너겟 제품을 시식용 용기에 담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하림 직원이 만두 및 너겟 제품을 시식용 용기에 담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만두 생산라인에서는 하림의 '원 웨이 생산구조' 체계를 살펴볼 수 있었다. 하림은 사육부터 도계·가공까지 이어지는 자체 공급망을 활용해 도계 후 3일 이내의 신선한 냉장육을 만두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냉동육 대신 냉장육을 사용해 고기의 육즙과 식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식한 더미식 만두는 피를 베어 물자 속에서 육즙이 떨어질 만큼 수분감이 있었다. 멕시칸 너겟 역시 속살이 촉촉한 편으로, 일반적인 너겟보다 가게에서 판매하는 치킨에 더 가까운 식감이었다.

투어 도슨트가 '오드그로서' 배송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투어 도슨트가 '오드그로서' 배송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생산 단계에서 확보한 신선도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물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하림은 자체 신선식품 플랫폼 ‘오드그로서’를 통해 제품을 산지와 생산시설에서 소비자에게 빠르게 전달하고 있다. 달걀은 산란 당일, 닭고기는 도계 당일 출고하는 등 식재료의 맛이 가장 좋은 시점에 유통해 다음 날 소비자가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퍼스트키친'에 이어 찾은 ‘치킨로드’에서는 닭이 도계돼 신선육과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림은 동물복지 사육환경에서 키운 닭을 전용 이송상자로 옮긴 뒤 닭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가스 스터닝' 방식으로 기절시켜 도계한다고 설명했다. 전기 충격 대신 가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모세혈관 손상을 줄이고 혈액을 원활하게 제거할 수 있어 품질 관리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투어 토슨트가 하림의 '에어칠링' 공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투어 토슨트가 하림의 '에어칠링' 공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김유승 기자

도계 이후에는 전기 자극으로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티뮬레이션’ 공정이 이어졌다. 이는 육질을 보다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냉각 과정에서도 일반적인 방법인 얼음물 활용 대신 찬 공기를 이용하는 ‘에어칠링’ 방식을 적용했다. 닭을 물에 직접 담그지 않아 수분 흡수를 막고 교차오염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에어칠링'을 마친 닭을 직접 만져보니 표면에는 촉촉함이 남아 있으면서도 차가운 기운이 전해졌다.

하림은 가공식품에서도 원료의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계공장과 육가공공장 등을 한 공간 안에서 연결하는 ‘원웨이 시스템’을 구축해 공정 사이 이동 시간을 줄였다. 실제로 삼계탕의 경우 도계부터 가공까지 24시간 안에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가공식품 생산라인에서는 원료 준비부터 일정한 형태로 만드는 성형, 튀김옷 등을 입히는 도포, 튀김, 동결, 포장까지 자동화 설비를 따라 제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생산 기반을 활용한 제품 확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림은 올해 닭 특수부위 별미요리, 탕수육·깐풍기·꿔바로우·유린기 등 중화 닭요리를 잇달아 선보였다. 닭 단백질을 활용한 프로틴 음료 사업도 함께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하림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등 HMR 시장은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현재 시장을 두드리는 단계"라며 "품질을 최대한 강조하는 식품 철학을 바탕으로 글로벌 종합 식품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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