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화재 ‘HMM 나무호’는 2023년 中서 발주한 MPC

채명석 기자

2026-05-06 15:41:21

2023년 CSSC 산하 황푸원충조선소에 발주해 ‘MHH 나래’급 4척중 3번 함
국내 조선사는 선가·납기 맞출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중국 조선소에 발주
2026년 1월 인도 받아 운항 4개월 만에 사고, 예인선으로 두바이항으로 이동
사고 결과 따라, 건조 감리했던 한국선급 책임 제기될 듯

호르무즈해협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한 HMM의 다목적 화물선(MPC) ‘HMM 나무(HMM NAMU)’호. 사진= HMM
호르무즈해협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한 HMM의 다목적 화물선(MPC) ‘HMM 나무(HMM NAMU)’호. 사진= HMM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호르무즈 해협 정박 중 화재가 발생했던 ‘HMM 나무(HMM NAMU)’호는 2023년 3월 HMM이 국영 중국선박공업집단(CSSC) 산하 황푸원충조선소(Huangpu Wenchong Shipyard)에서 발주한 3만8000DWT(재화중량톤수) 크기의 HMM 나래(HMM MARAE)급 다목적 화물선(MPC, Multi-purpose Cargo Ship) 4척 중 3호선이다.

HMM은 2025년 9월에 1호선인 ‘HMM 나래(HMM NARAE)’호를 시작으로 12월에 2호선 HMM 나루(HMM NARU), 2026년 1월 HMM 나무와 ‘HMM 나비(HMM NABI)’호를 순차적으로 인도받았다.

MPC는 잡화류, 강재, 자동차, 플랜트류, 코일, 합판, 비료 등 여러 종류의 화물 수송에 적합하도록 설계되고 적정 하역설비를 갖춘 선박이다. 화물창 하부에는 벌크화물인 석탄·광석·곡류 등을 싣는 경우가 있고, 화물창 상부와 상갑판에 컨테이너까지 적재할 수 있도록 중간 갑판을 설치하고 상갑판과 같이 각각의 창구 덮개를 갖추고 있다.

HMM 나래급 MPC는 CSSC 자회사인 상하이선박연구설계원(SDARI)에서 설계했다. 길이 182m, 폭 30m, 흘수 16m이며, 400t 크레인 2기와 200t 크레인 1기, 탈황탑, 러더볼 에너지 절감 장치, 부채꼴 덕트와 사이드 스러스터(선박을 좌우로 움직이게 하는 장치) 커버를 탑재해 각종 드라이 벌크화물, 대형화물, 중량물 적재에 사용하거나 컨테이너와 위험물을 다룬다. 3만8000DWT급은 현존하는 MPC 가운데 가장 큰 선형이다.

해당 선박은 HMM이 비컨테이너 화물 운항사업을 키우기 위한 선대 확충 차원에서 발주했다. HMM은 선 세계 각지에 구축한 기항지 ‘허브항’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중형 조선사가 아닌 중국에 발주했다는 사실에 잠시 입에 오르내렸다. MPC는 2020년 4월 현대상선에서 사명을 바꾼 HMM가 벌크선에 이어 중국 조선소에 건조를 맡긴 두 번째 선종이다.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HMM이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견이 제시됐던 것이다.

이에 업계는 HMM이 중국에 건조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했다. 국내 중견 조선소들이 해당 선박을 건조할 수는 있겠지만, 납기와 함께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인 선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HMM 측은 “당연히 국내 조선소에 우선하여 일감을 맡긴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국내 조선소를 대상으로 건조할 곳을 물색했지만, 선가와 납기 등 모든 면에서 여의치 않아 (중국 조선소에) 발주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가의 경우 3만8000DWT급 화물선은 지금은 사라진 신아SB, 21세기조선, 통영삼호조선의 주력 건조 선종이었고, 대선조선도 많이 건조했으나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줬다. 중소 조선소가 사라지면 그 시장을 중국에 빼앗길 것이라는 예측을 했는데, 그 상황이 현실화 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결국 가격 때문이다. 같은 선종을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려면 중국 조선소보다 척당 500만 달러(약 67억 원) 이상을 더 지불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면서 “정책자금 지원을 받은 HMM은 국내 조선소를 우선시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높은 가격으로 국내 조선소에 건조를 맡긴다면 건조 비용은 물론 항해할 때 운임도 높여야 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지면 더 큰 낭패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께(한국시간) 호르무즈 해협 내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에서 HMM 나무호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배에는 한국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24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으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고 원인으로 이란의 공격을 지목한 바 있다. HMM에 따르면 한국시간을 기준으로 6일 오후부터 사고 선박인 HMM 나무호에 대한 예인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예인 목적지는 사고 발생 해역과 인접한 두바이항으로 이르면 오는 7일 오후, 늦으면 8일 오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HMM 나무호가 두바이항에 접안하면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가 시작된다. 두바이 현지의 한국선급 지부 인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관, 소방청 감식 전문가 등이 조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낮은 선가와 납기 때문에 중국 조선소에 발주해 인도 받은 선박이었지만, HMM 나무호의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재로 HMM은 절감한 건조비 보다 더 많은 금액을 피해 보상비용으로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때마침 세계 곳곳에서 항해 중이던 선박에 원인 불명의 화재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전쟁으로 피격 가능성이 큰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사고라, 피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바이항구에 접안시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해야 겠으나 만약, 선박의 결함이 발견됐을 경우 HD현대를 제치고 세계1위 조선업체가 된 CSSC와, 선박을 건조한 주력 조선소인 황푸원충조선소, 선박을 설계한 SDARI에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HMM은 최초 발주 당시 HMM 나래급 MPC 4척 추가 건조 옵션 계약도 체결했는데, 사고 결과에 따라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선박 건조를 감리했던 한국선급(KR)의 책임론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KR는 2014년 4월 16일 침몰 사고를 일으킨 유람선 세월호를 감리했던 기관이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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