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심부름인 줄 알았는데 ‘보이스피싱 수거책’?…법원 “몰랐다고 해도 처벌 가능”

이병학 기자

2025-10-20 09:00:00

단순 심부름인 줄 알았는데 ‘보이스피싱 수거책’?…법원 “몰랐다고 해도 처벌 가능”
[빅데이터뉴스 이병학 기자] 최근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의자는 1만 5천 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 청년층으로 확인됐다. ‘고수익 알바’, ‘당일 지급 퀵심부름’ 등으로 위장된 채용공고를 통해 범죄 조직이 청년들을 현금 수거책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단순히 서류를 전달하는 아르바이트로 알았다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대부분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란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교부받아 다른 조직원에게 넘기는 역할을 말한다. 조직의 ‘총알받이’로 불리는 이들은 범죄의 말단이지만, 실제 법적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현재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가중처벌되며, 연락책, 전달책, 수거책 모두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본다. 이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도 있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 몰랐다’는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왜 다들 몰래 돈을 가져가시나요, 범죄자 된 기분이에요”라는 메시지를 남긴 피고인도 있었고, 재판부는 이 발언을 “범행의 불법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 단순 심부름이라 믿었다 해도, 범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었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모든 수거책이 동일하게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채용된 경우에 간혹 고의를 부정하는 사례도 있다. 본인이 수행한 업무가 범죄의 일부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도 인식하지 못한 합리적인 사정이 입증되어야 무혐의, 무죄가 가능하다.

법무법인 더앤 김승욱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수거책은 조직의 말단 역할이라 하더라도 범죄 구조의 핵심 고리로 간주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실형이 선고된다”며 “다만 범죄 인식 없이 단순 업무 수행에 그쳤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무혐의, 무죄를 기대할 여지가 있다. 초기 수사 단계에서 진술 방향과 증거 확보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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