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 작가, 의도와 우연 교차하는 '숨겨진 지도'展 개최

임이랑 기자

2025-08-29 15:41:09

숨겨진 질서와 우연한 아름다움 발견하는 특별한 기회 제공

ⓒ나윤선 작가
ⓒ나윤선 작가
[빅데이터뉴스 임이랑 기자] 나윤선 작가가 다음달 3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리나갤러리에서 개인전 'Hidden Bearings — 비가현도 秘可現圖 : 숨겨진 지도'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의도된 규칙과 계산되지 않은 우연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지도를 그려내는 작가의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조명한다.

전시의 제목인 '비가현도(秘可現圖)'는 '숨겨졌으나 언제든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잠재적 지도'를 의미한다. 이는 작가의 작업 방식과 철학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스스로 설정한 규칙 안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이는 무한한 선택지 앞에서 창작이 마비되는 현대적 환경에 대한 직관적 반응이자, 익숙한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적 제약이다. 모든 계획은 캔버스 위 네 개의 좌표라는 최소 단위로 축소되며, 그 이후의 붓질, 색의 겹침, 농담 등은 모두 계산되지 않은 우연의 영역에 맡겨진다.

이 과정을 통해 작품에는 두 개의 지도가 동시에 형성된다. 첫 번째는 작가가 설정한 규칙이 찍어둔 '보이지 않는 좌표망'이다. 작가는 이 흔적을 물리적으로 남기지 않고 덮어버리기에 관객은 이를 직접 볼 수 없다. 두 번째는 물감의 흐름, 예상치 못한 색의 겹침, 마르면서 생긴 미세한 균열 등 작가가 제어할 수 없는 우연이 만들어낸 '형상과 흔적의 지도'이다. 관객이 실제로 마주하는 이미지는 바로 이 우연의 총합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작품 속에 숨겨진 한국 전통성의 재해석이다. 작가는 한국 전통화의 상징체계를 '보이지 않는 레이어'로 작품에 끌어들인다. 십장생에 등장하는 학, 구름, 파도나 모란도의 꽃잎과 같은 길상 모티프들은 명확한 형태로 드러나지 않고, 미세한 패턴이나 색의 대비를 통해 암시적으로만 존재한다. 이로 인해 작품은 겉으로는 현대적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전통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

결국 나윤선의 ‘비가현도’는 의도된 과거의 행위(좌표)와 우연이 빚어낸 현재의 사건(이미지)이 공존하는 독특한 시공간을 창조한다. 관객은 '감춰진 원인과 드러난 결과'라는 퍼즐 앞에서 작품을 감상하게 되며, 작가가 추구하는 '제로의식 상태'—의도와 우연이 서로를 인지하지 못한 채 공존하는—를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모든 것은 규칙 속에서 발화되었지만, 단단한 규칙 속에서도 새로운 길과 가능성은 끝없이 생겨난다"며 "작은 변화 속에서 관객이 발견하는 모든 순간들이 길상의 현재형이며, 화면은 그 경험을 위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숨김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지도, 그것이 비가현도"라고 설명했다.

관객들에게 일상적인 시각 경험을 넘어 숨겨진 질서와 우연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전시는 9월 3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리나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며 오프닝 리셉션은 9월 5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iyr6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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