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상점에 게시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안내문. ⓒ 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4121810153402806edcbfa73b712519113026.jpg&nmt=23)
18일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은 지난해 8월 한국조폐공사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통합 운영 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조폐공사는 준비 부족으로 인해 당초 약속한 내년 1월1일 서비스 개시가 불가능하다고 소진공에 통보했다.
조폐공사가 밝힌 서비스 지연의 주요 원인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미비와 9개 카드사, 13개 밴사와 연동 작업 지연이다. 이 사업은 기존 카드형(KT 운영)과 모바일형(비즈플레이 운영) 온누리상품권을 통합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오는 2025년 1월1일부터 2026년 12월31일까지 운영될 예정으로 사업 규모만 557억원7000만원에 달한다.
소진공은 조폐공사 준비 부족으로 기존 사업자인 비즈플레이와 KT에 내년 2월 말까지 긴급 계약 연장을 요청했다. 비즈플레이와 KT는 설 대목을 앞둔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판단하에 사업 손실에도 불구, 연장에 합의했다. 이들은 계약 연장을 통해 발행수수료만 받을 뿐, 연장 기간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와 운영비용은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는 지난 2022년 서울사랑상품권 사태의 재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21년 11월 서울시는 서울사랑상품권 운영사를 기존 비즈플레이 컨소시엄에서 신한카드 컨소시엄으로 교체했다. 이후 2022년 1월20일 새로운 '서울페이+'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곧바로 대규모 결제 대란이 발생했다.
당시 원인은 가맹점 정보 등 핵심 데이터가 제대로 이관되지 않아 결제 오류와 시스템 불안정이 지속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결제 대란 수습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이관 완료까지 20개월이나 소요됐다.
이번 조폐공사의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통합 운영 사업도 서울페이+ 결제대란 사태와 유사하다. 지난 2022년 서울페이+의 경우 충분한 준비 없는 시스템 전환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만큼, 더욱 우려를 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이관에는 최소 6개월의 테스트 기간이 필요한데, 현재 조폐공사의 신규 플랫폼은 채널 테스트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카드사 결제 모듈(CPM) 테스트는 1월 후반에나 가능한 상황이라 3월 오픈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조폐공사의 기존 사업자들에 대한 압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폐공사는 이관 작업에 필요하다며 플랫폼 설계도(ERD) 제출을 기존 사업자들에게 요구했다. 기존 사업자들이 지식재산권을 이유로 제공할 수 없다고 하자, 조폐공사는 이관 업무에 비협조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기존 사업자들은 ERD를 제공하되 이관 확인 용도로만 열람하겠다는 확약서를 받기로 했지만, 조폐공사는 아직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비즈플레이 측은 "만약 ERD가 조폐공사의 하도급 또는 하청 업체를 통해 외부로 유출돼 악의를 가진 해커의 손에 넘어갈 경우, 회사의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비즈플레이는 2017년 정부 보조금 시스템 관련 사업에서 핵심기술이 하도급에 노출돼 직접 손실 34억원과 수백억원의 기회 손실이 발생한 경험이 있다.
이에 더해 조폐공사 불법 하도급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소진공 입찰 조건은 '선불 전자 지급 수단' 발행 및 관리 업무의 하도급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자금융 업무가 전체 사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영역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조폐공사는 최근 '차세대 지급결제 플랫폼'이란 명목으로 지난 13일 '핑거'라는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조폐공사는 기존 운영사에게 하도급 형태로 '선불 전자 지급 수단' 발행 및 관리 업무를 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모든 지역사랑상품권 입찰 사업은 선불전자지급수단 과업에 대해선 하도급을 금지한다"며 "전자 금융에서 선불 전자지급수단에 관련된 IT 업무는 90% 이상 직접 관리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하도급, 재재하도급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해 정부 중요사업에 국민적 피해가 우려된다"며 "자체 기술력이 없어 구축중인 플랫폼도 결제대란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 소상공인의 피해 가중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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