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위기는 변화의 타이밍을 놓친 데서 비롯됐다. 10여 년 전만 해도 파격적인 저가 공세와 대형 점포 확대로 이마트의 턱밑까지 추격했던 홈플러스지만 소비자들이 쿠팡 등 이커머스로 대거 이탈하는 동안 오프라인 매장의 체질 개선에 실패했다.
특히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감행한 '자산 유동화(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전략이 치명타가 됐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점포를 팔아 현금을 쥐었지만, 매달 수십억 원씩 나가는 임차료는 고정비 폭탄이 돼 돌아온 것이다.
경쟁사들이 수천억원을 들여 매장을 리뉴얼할 때, 투자 여력이 고갈된 홈플러스 매장들은 노후화되며 고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마트 이용객들은 주차나 매장 동선, 멤버십 혜택 때문에 한번 발길을 돌리면 좀처럼 기존 매장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른바 '락인(Lock-in)' 성향이 강하다. 이미 현장에서는 홈플러스 이탈 고객을 잡기 위한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납품 창구가 사실상 이마트와 롯데마트 두 곳으로 좁혀지면, 유통 대기업의 '바잉 파워(구매 협상력)'는 막강해진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가 인하 압박이나 판촉비 분담 요구가 거세져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소비자들 역시 단기적으로는 두 마트가 펼치는 초저가 신선식품 경쟁의 수혜를 보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쟁 체제가 무너지면 할인 행사가 줄어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해 오프라인 마트의 연쇄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해묵은 '유통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의무휴업일 지정이나 영업시간 제한, 새벽배송 금지 같은 규제들이 정작 쿠팡, 네이버 등 온라인 공룡들과 싸워야 하는 오프라인 마트의 손발을 묶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판도 변화를 단순히 '이마트 대 롯데마트'의 승자독식 싸움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홈플러스의 빈자리를 얼마간 나눠 갖는 수치적 점유율 확대보다 더 중요한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금 마트들이 뺏어와야 할 시장은 쿠팡에 뺏긴 장바구니"라며,"이미 모바일 쇼핑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다시 오게 만들 혁신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양강 체제에서도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선 빅데이터뉴스 기자 cys4677@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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