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영의 正주행] BYD 씰, 아쉬운 첫 성적…"본 게임은 이제 시작"

성상영 기자

2025-09-19 18:00:00

'지각 출고'에 8월 판매량 136대 그쳐
9월 실적이 초반 흥행 여부 증명할 듯
성능·승차감·가격 3박자 맞춘 상품성
높은 관심도, 판매량 증가로 이어져야

BYD코리아가 지난달 출시한 중형 전기 세단 '씰' 뒷모습 =성상영 기자
BYD코리아가 지난달 출시한 중형 전기 세단 '씰' 뒷모습 =성상영 기자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BYD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중형 전기 세단 '씰'이 다소 아쉬운 첫 성적표를 받았다. BYD 씰의 지난달 판매량은 136대에 그쳤다.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천상계'로 통하는 테슬라를 빼고 '톱5'에 올랐다는 데서 위안을 삼는 정도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평가가 늦어져 지난달 20일 출고가 시작된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지난 7월 16일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면면이 처음 공개된 지 한 달 넘게 지나서다. 엄밀히 따져 보면 지난달 판매량은 열흘 남짓 되는 기간 기록된 결과다.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본격적으로 출고가 이뤄지는 이달부터 BYD 씰의 최대 장점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BYD 씰은 4000만원대 중반 가격에 전·후륜 모터와 소비자 선호 사양을 대거 탑재했다. 다른 수입 전기차에는 거의 없다시피 한 외부 전원 공급 장치(V2L)도 들어갔다.

그러나 BYD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을 앞세우지 않았다. 국내 판매되는 '다이내믹 AWD' 모델을 기준으로 530마력에 달하는 최고 출력을 발휘하고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3.8초 만에 가속하는 등 씰이 고성능 전기 세단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미디어 시승회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여는 패기도 보였다.

BYD '씰' 앞 모습 =성상영 기자
BYD '씰' 앞 모습 =성상영 기자
◆잘 다듬어진 서스펜션, 일상에서 주는 큰 만족
용인 서킷과 주변 도로에서 씰이 보여준 실력은 비범했다. 먼저 출시된 '아토 3'가 뇌리에 새긴 충격 못지않았다. 일부 아쉬운 점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잘 조율된 성능과 편의성은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씰은 서킷 주행보다는 일상에 어울리는 차였다. 코너를 날카롭게 파고 드는 성격보단 탑승객에게 여독을 남기지 않는 안락함이 좀 더 부각됐다. 가장 인상적인 면모 또한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승차감이었다. 씰에는 노면에서 발생하는 진동에 맞춰 서스펜션(현가장치) 감쇠력을 조절하는 주파수 가변 댐핑(FSD)이 적용돼 있다.

요철 정도에 따라 낭창거리지 않게 단단히 잡아주는 모습도 보였다. 과속방지턱을 40㎞/h 정도 속력으로 넘으면 처음 바퀴가 턱에 닿을 때, 정점을 지날 때, 그리고 마무리까지 동작이 깔끔했다. 노면 상태가 시시각각 바뀔 때마다 탑승자에게 적절히 피드백을 전해주는 느낌도 만족스러웠다.

서킷에서는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순간도 있었다. 고속 코너링에서 다소 불안한 움직임이 나타난 탓이다. 시승 당일 악천후가 계속된 날씨를 고려하더라도 타이어 그립에 의존하는 시점이 빠른 편이었다. 서스펜션이 편안한 쪽에 가까운 성향인 만큼 차체가 급선회 구간에서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인 롤(roll)도 있었다.

BYD '씰' 실내 =성상영 기자
BYD '씰' 실내 =성상영 기자
◆'제로백 3.8초' 진짜였네…'다이어트'는 좀 했으면


초중반 가속만큼은 시원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시트로 몸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다. 제로백(0→100㎞/h 가속 시간) 3.8초라는 숫자가 거짓말은 아니었다.

계기반 속력이 130㎞/h를 넘어가니 얘기가 조금 달라졌다. 고속 영역으로 갈수록 처음과 비교해 가속이 둔해졌다. 쉽게 말해 100㎞/h까지는 슈퍼카였다면 그 이후론 무난하게 잘 나가는 중형 세단 같았다. 삼원계 배터리보다 성능 면에서 불리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갖는 한계로 보인다. 모터 힘은 넘치지만 배터리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최고 출력 530마력, 제로백 3.8초라는 수치를 상징적인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뒷심 부족이 흠 잡을 요소는 아니다. 씰은 도심과 고속도로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 뛰어난 전기 세단이다. 더구나 판매 가격을 생각할 때 성능이나 상품성에 대해 관대해지는 게 사실이다.

BYD '씰' 뒷좌석 =성상영 기자
BYD '씰' 뒷좌석 =성상영 기자
실내에 쓰인 소재나 정숙성, 각종 편의 사양을 보면 '싼 티'가 나지는 않는다. 나파 가죽 시트를 비롯해 눈에 보이거나 신체가 닿는 곳에는 가죽과 부드러운 질감의 소재가 적극적으로 쓰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운전자 보조 시스템, 360도 서라운드 뷰 모니터 같은 사양 구성도 괜찮다. 12.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반응이 빠릿빠릿한 점도 좋았다.

차체 크기 대비 무거운 공차중량은 아쉬운 대목이다. 동급 전기 세단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 롱레인지 AWD 모델이 2035㎏인 데 반해 씰은 2205㎏로 170㎏ 더 무겁다.

이는 배터리 효율성과 코너링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모터 출력과 배터리, 휠 크기 등이 달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씰(19인치 휠, 복합 기준 407㎞)과 아이오닉 6(18인치 휠, 533㎞)는 1회 충전 주행 거리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각 주차별 온라인에서 생산된 BYD '씰' 관련 게시물 건수 =성상영 기자
각 주차별 온라인에서 생산된 BYD '씰' 관련 게시물 건수 =성상영 기자
◆매주 생산되는 게시물 200여 건…관심도≠판매량?


온라인에서 BYD 씰을 향한 관심은 꾸준한 편이다. 빅데이터뉴스가 키워드 분석 기법을 활용해 7월 3주차부터 9월 2주차까지 BYD 씰이 언급된 게시물 생산량을 조사한 결과 매주 200건 안팎이 각종 커뮤니티와 블로그,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특히 차량이 출고되기 시작한 8월 4주차(8월 17~23일)에는 가장 많은 322건의 게시물이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높은 관심도가 실제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중국 전기차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의 시선은 여전히 반신반의에 가깝다.

BYD는 씰에 이어 최근 출시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씨라이언 7'을 끝으로 올해 한국 전기 승용차 시장 데뷔전을 마치게 됐다. 가장 소비층이 두터운 중형급 시장을 승부처로 삼은 만큼 BYD가 앞으로 어떻게 한국 시장에 안착할지 주목된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howing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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