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크로스플랫폼 미래 성장축 부상…'발목잡는 심사체계'

정혜영 기자

2025-10-31 07:19:05

2006년 심사비 체계 도입후 한번도 손질하지 않아 "심사 아닌 장사" 비판
게관위, 플랫폼마다 심사비 중복 부과…게임사 부담 가중

30일 넥슨이 크로스플랫폼으로 출시한 신작 '아크 레이더스(ARC Raiders)'. ⓒ 넥슨
30일 넥슨이 크로스플랫폼으로 출시한 신작 '아크 레이더스(ARC Raiders)'. ⓒ 넥슨
[빅데이터뉴스 정혜영 기자] 게임 플랫폼 간의 경계가 무너졌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크로스플랫폼(Cross Platform), 이른바 PC·모바일·콘솔을 아우르는 '교차 플레이'를 미래 게임산업의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흐름 속에서 게임사들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은 '콘솔' 시장이다. 글로벌 이용자 기반이 탄탄한 콘솔을 통해 플랫폼의 경계를 실질적으로 허무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콘솔은 엑스박스(마이크로소프트), 플레이스테이션(소니), 닌텐도 스위치 등의 전용 게임기를 TV나 모니터에 연결해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과거 콘솔게임은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높은 개발비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인기가 없었다. 플랫폼 특성상 단품, 패키지 구매 이후 이용자로부터 추가 수익 소위 '현질'로 불리는 페이 투 윈(Pay to Win)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 버전까지 확장한 신작들을 줄줄이 내놓는 이유는 북미·유럽 등 콘솔 이용자가 많은 해외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 2024년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에 따르면 콘솔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 44%에 이어 28% 점유율을 보인다. 일찍이 해외 시장 진출에 눈을 돌린 게임사들은 콘솔 게임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콘솔 이용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콘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솔게임 이용률은 26.7%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주요 게임사들은 이미 이런 흐름에 발맞춰 콘솔을 장착한 크로스플랫폼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컴투스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콘퍼런스콜에서 "2025년 말까지 10개 이상 타이틀을 PC·모바일·콘솔에 동시 온보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넥슨은 신작 '아크 레이더스(ARC Raiders)'을 비롯해 글로벌 콘솔 시장을 겨냥한 크로스플레이 타이틀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 신작 '아이온 2(AION 2)'도 PC·콘솔·모바일을 모두 겨냥해 개발 중이며, 내년 11월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 출시될 예정이다.

펄어비스는 최근 IR 자료를 통해 멀티플랫폼 전환을 자사의 핵심 개발 전략으로 공식화했다.

하지만 현재 시행하는 국내 게임 관련 규제는 이러한 흐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랜 시간 손질되지 않은 기존 심사 체계 때문에, 국내 게임산업은 크로스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성장 전략과 달리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의 심사비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2006년 도입된 제도를 한 차례도 손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사가 아닌 장사"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현재 게관위의 크로스플레이 심사비는 PC·콘솔 게임 건당 약 356만4000원 수준이다. 같은 게임이라도 콘솔로 이식할 경우 추가 심사비가 발생한다.

게관위 2004년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심사 요청 건수는 총 1만1832건이며, 이 중 동일 게임의 복수 플랫폼 중복 심사 비율이 무려 28%에 달했다.

게임업계는 이 같은 제도가 글로벌 게임 산업의 흐름과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한콘은 최근 보고서에서 "크로스플랫폼 지원 여부가 멀티플레이어 게임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제도적 규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국내 게임시장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로스플랫폼은 결국 하나의 게임을 더 넓은 무대에 세우기 위한 게임사들의 전략이다. 게임 개발을 위한 지원 체계가 멀티플레이어 게임 성공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규제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혜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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