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퓨리 1조 원대 펀드 첫 투자처 선정...텔레그램도 유사 프로젝트 가세
개인 그래픽카드 모아 구글·MS 이긴다...탈중앙화 AI 컴퓨팅 시장 급부상

비트퓨리는 10억 달러(한화 1조 4,698억 원) 규모 AI 펀드 조성 후 첫 투자처로 곤카 AI를 선택했다. 암호화폐 채굴 기업이 탈중앙화 AI 인프라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곤카 AI는 고성능 그래픽카드(GPU)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컴퓨팅 파워를 빌려주고 암호화폐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엔비디아(Nvidia)의 최신 GPU부터 개인용 게이밍 그래픽카드까지 약 20종을 지원한다.
핵심은 엔비디아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Azure) 등 거대 기업이 독점한 AI 컴퓨팅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기존에는 AI 개발에 필요한 막강한 컴퓨팅 파워를 쓰려면 비싼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지만, 곤카는 전 세계에 흩어진 개인과 소규모 업체의 GPU를 연결해 저렴한 대안을 제시한다.
창업자인 다비드(David)·다니일(Daniil) 리베르만 형제는 증강현실(AR) 스타트업을 스냅챗 모기업 스냅(Snap)에 매각한 경력의 연쇄 창업가다. 이들은 프로젝트 지분 10%만 보유하며 4년간 매각이 금지돼 있다.
곤카 AI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올해 8월 출시 당시 80개였던 GPU가 10월 500개, 현재는 5,00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업계 1위인 비트텐서(BitTensor·GPU 8,000개, 시가총액 30억 달러)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곤카 AI가 속한 탈중앙화 AI 컴퓨팅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Pavel Durov)가 지난 10월 유사 프로젝트 '코쿤(Cocoon)' 출시를 예고하며 경쟁에 가세했고, 곤카 AI는 앞서 2023년 오픈AI 투자사 코투 매니지먼트, 솔라나 투자사 슬로우 벤처스 등으로부터 1,800만 달러(한화 264억 5천만 원)를 유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곤카 AI와 같은 탈중앙화 AI 컴퓨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머신러닝 전문가 이반 세로프는 "비트퓨리가 곤카 AI에 투자하며 '탈중앙화 AI는 유행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하나의 산업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곤카 AI의 핵심 경쟁력은 안정성과 경제성이다. 러시아 최대 온라인 마켓 아비토의 R&D 책임자 알렉산드르 리즈코프는 "곤카 AI처럼 분산된 네트워크는 일부 서버가 다운돼도 계속 작동하는 게 핵심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 니키타 주보레프는 "AI 스타트업이 늘면서 곤카 AI와 같은 저렴한 컴퓨팅 파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초기 비용 부담 없이 필요할 때만 컴퓨팅을 빌려 쓸 수 있어 스타트업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세로프는 곤카 AI가 제공하는 구체적 장점으로 ▲소수 기업의 GPU 독점 타파 ▲복잡한 기업 계약 없이 토큰으로 즉시 구매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금융·의료 등 민감 분야의 데이터 보안 강화를 꼽았다.
물론 과제도 있다. 세로프는 "수년간 다듬어진 AWS 같은 서비스와 비교해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네트워크 지연, 데이터 보안, 서로 다른 GPU 환경 조율 등이 기술적 난제"라고 지적했다.
규제 리스크도 변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암호화폐 토큰을 증권으로 분류하면 엄격한 고객확인제도(KYC)가 적용될 수 있다.
리즈코프도 "수천 개 독립 시스템을 탈중앙화 원칙을 지키면서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게 최대 도전"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1년 비트코인 채굴로 시작한 비트퓨리는 현재 시가총액 70억 달러의 사이퍼 마이닝(Cipher Mining)과 40억 달러의 헛8(Hut8) 등 2개 상장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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