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아베총리와 고이케 도쿄도지사의 혐한(嫌韓)태도에 우려표명

- 트럼프의 트위터 소통방식도 비판

기사입력 : 2020-07-28 11: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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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남영진
한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현재 일본의 두 인물이 있다.

밀리언 셀러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70)와 아베 신조(安倍晋三.66)총리다.

특별히 친한파도 아닌 무라카미씨가 지난 7월12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이후 일본의 혐한(嫌韓)분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1923년 일어났던 간토(關東)대지진 후 도쿄등지에서 벌어졌던 조선인 학살 사건을 거론하며 아베정부가 코로나19사태이후 위기 상황에서 정치인과 미디어가 말과 글로 외국인혐오를 선동하는 것을 경계했다.

무라카미는 7월12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종의 위기 상황에 있는 경우, 예를 들면 간토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것을 진정시켜 가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무라카미의 이 발언은 시기적 맥락이 있다. 7월1일 간토대지진 희생자 추도식과 7월5일 도쿄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있었던 코로나19 대응과 일본 정계의 흐름 때문이었다.

재선된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추도식에 추모문을 보내지 않은 것을 비판한 것이다.

간토대지진은 일제 강점기인 1923년 발생해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경찰의 “조선인의 동요가 우려된다”는 보고서가 새어나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됐고 조선인 6,000여명이 희생양이 돼 대량 학살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일본 당국은 성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자경단과 경찰, 군인 등을 앞세워 재일 조선인ㆍ중국인을 조직적으로 살해했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진상규명은 제대로 안됐다.

무라카미는 “1960,70년대 학교 내 분쟁 시대에 말(언어)이 혼자 걸어가고 강한 말이 점점 거칠게 나가는 시대에 살았다.

결국 그 시대가 지나면 그런 말이 전부 사라지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런 것을 봤기 때문에 이렇게 말에 대한 경보를 발신하고 싶다”면서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언급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통방식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무라카미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하는 것처럼 제한된 문자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일종의 발신 중심이 되고 있다”며 그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7월1일 희생자 기념식에 이어 7월5일에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 百合子.68)현지사가 재선됐다.

참의원과 중의원 8선, 아베정부에서 방위상과 환경상 등을 지낸 고이케 지사는 4년 전인 2016년 소속정당인 자민당에서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방송앵커출신인 고이케는 이름은 연못(小池)의 작은 백합(百合子)인데 아베와 비슷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여성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할 말은 하고 행동도 확실하다. 지난4월 아베총리가 코로나19 확진자를 축소 발표한다는 의심을 받을 때 젊은이들에게 “가라오케, 유흥주점에 가지마라”고 아베정부와 다른 주문을 해 아베와 결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일본 대표 극우단체인 '일본회의'의 국회의원 간담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평화헌법 개정을 주창하는 '개헌파'로 아베 총리와 안보 면에서 궤를 같이 해온 극우 성향의 정치인이다.

고이케 지사는 이번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사실상 범여권 후보로 분류된다.

이번 재선으로 인기가 떨어진 아베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런 고이케 지사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안 보냈다.

지난 수 십 년간 도쿄도지사가 추도문을 보내왔지만 고이케가 도쿄도지사가 된 이후로는 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혐한단체인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 관련 활동을 하면서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재특회는 아베총리조차 재일한국인의 눈치가 보여서 활동은 하지 않을 정도의 극우 정치단체다.

무라카미는 정치적인 발언은 자제해왔지만 일본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소신은 계속 밝혀왔다.

지난해 도쿄신문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역사를 배경으로 살고 있고, 역사는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반드시 밖으로 나온다.

역사는 자신들이 짊어져야 하는 집합적인 기억"이라고 했다. 그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의 만행을 인정하는 내용이 나온다.

일본 우익들이 공격했지만 그는 "자기 나라에 좋은 역사만을 젊은 세대에게 전하려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꿋꿋이 맞섰다.

그는 또 자신의 아버지가 제국주의 시절 일본군이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월간지 문예춘추에 “초등학생 때 아버지 부대가 1938년 중일전쟁 당시 중국에서 중국군 포로를 처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무라카미는 당시를 회상하며 "아무리 불쾌하고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것이 있더라도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그러지 않으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가 어디 있을까."고 반문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년째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의 대표 작가다.

'노르웨이의 숲' 등 초기작이 영미권과 유럽에 번역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등이 번역되면서 현재까지 하루키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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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무라카미 하루키


"비스킷 통에 여러 가지 비스킷이 가득 들어있고,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걸 자꾸 먹어버리면,

그 다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거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걸 겪어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통이라고...“ (트위터 글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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