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19로 인한 호주대학의 온라인 시험과 학점 정책

2020-06-29 14:19:26

사진 = 편지원
사진 = 편지원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전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한창 시험기간이던 호주의 대학가는 매우 한적했다.

대부분의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한국 대학에서는 비대면 성적 평가 방식과 그 공정성, 그리고 학점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기도 했다.

한국보다 엄격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호주, 특히 뉴사우스웨일즈(NSW) 주에 속한 시드니의 대학들은 이번 학기뿐 아니라 다음 학기까지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국보다 학기가 빠른 시드니의 맥쿼리대학교의 경우에는 7월 중순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다가오는 2학기에는 최소한의 실습과목을 제외한 대부분이 비대면 수업으로 이루어지며, 더불어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같은 국제교류 프로그램은 내년 1학기까지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제 막 시험을 마친 한국의 대학생들과는 달리, 호주 맥쿼리대학교의 시험기간은 6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약 3주간이었다. 과목마다 시험 일정이 크게는 2주 이상 차이가 나는 학생들도 있었으며 처음으로 진행되는 전면 온라인 시험이다 보니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맥쿼리대학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시간에 하나의 플랫폼을 활용해 각자의 시험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공지하였다.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해 학생이 자신의 학번을 입력하면 그 학생이 현재 듣고 있는 과목의 구체적인 시험 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한 기존에 활용해온 온라인 수업 플랫폼을 활용해 시험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해야한다는 부담도 없었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온라인 플랫폼의 강점을 활용하여 일부 대형과목의 경우 학생들이 시험 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이상의 일정 선택권을 주기도 했다. 이는 온라인으로 동시에 많은 과목의 시험이 이루어지면서 같은 날 여러 시험을 치러야 하는 고충을 겪는 일부 학생들을 돕기 위함이었다.

동일한 전공의 경우 시험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교수진들이 합의하에 일정을 조정하였으나, 한 전공의 수업만 듣는 학생들은 극소수로 시험이 중복되는 사례가 매우 많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시험 기간 이전 혹은 이후 대체과제를 제출하는 과목들도 많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종강일은 학생들마다 그 차이가 매우 컸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현재 호주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학생들의 어려움을 인지한 맥쿼리대학교에서는 현지 아침시간으로 시험 응시가 불가능할 경우 ‘대체시험’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7월 둘째 주에 이루어질 ‘대체시험’은 이를 선택한 학생에게는 그 어떤 불이익 없이 기존에 치러진 시험과 겹치지 않는 다른 문제가 제공된다.

이와 동시에 학생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정상적 시험의 응시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대체시험을 신청할 수 있다. 교수진은 대체 시험 신청을 받은 후 학생들에 맞춰 새로운 문항을 제작한다.

그 사례로 심리학 수업의 강의 콘텐츠 중에는 일부 불안장애 및 포비아를 유발할 수 있다는 ‘트리거 워닝(Trigger warning)’이 존재하기도 했는데, 관련 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이 원한다면 이 부분을 공부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도록 대체시험을 신청해 치를 수 있다.

온라인 시험 문항의 경우 대체로 답이 정해져있는 단답형 퀴즈형태가 다수였으나 소수의 필기형 시험도 존재했다. 이는 서술형 답안이 요구되는 일부 과목의 경우 에세이와 같은 과제로 시험을 대체했거나 관련 시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시험이 자료검색을 활용할 수 있는 ‘오픈북 방식’으로 치러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논란도 존재했다. 시험 공지사항에 따르면 ‘오픈북 방식’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실질적으로 시험시간에 제한을 두며 자료검색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는 새로운 형식의 문항을 제작하는 방식을 채택하며 논란을 최소화하였다.

필자가 이번 학기에 수강한 과목의 시험 공지사항에는 한 학기동안 온라인으로 이루어진 수업에 따라 공부의 방식과 시험 응시 방식 또한 달라질 수 있다며 오픈북 방식과 수업내용을 검색하는 등의 행위에 대한 엄중한 제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수업자료를 검색하는 것만으로 풀 수 있던 단순 문항은 100문항 중 10개 이내로 매우 적었다.

학생들 또한 자신이 빠른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자료를 참고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자신만의 필기노트를 만들고 공부내용을 정리하는 학습 방식을 택했다. 한국보다도 더 많은 과목의 시험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음에도 그 형평성과 공정성에 관련한 논란은 대두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과 다른 호주대학의 특성에 의한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로, 한국 대학의 수업들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맥쿼리대학의 경우 한 과목의 평가항목이 매우 상세하고 조밀해 시험 자체의 비중이 전체 한 학기의 학점을 좌우할 만큼 크지 않았다.

또한 각 항목별로 상세한 피드백이 제공되며 항목별 점수 공개가 의무화되고 있기 때문에 학점 부여의 공정성 및 신뢰도도 유지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대학생의 경우 취업난으로 인한 학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점도 호주와 차이가 있다.

현재 한국 대학가에서는 ‘선택적 패스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학생들과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 밖에도 비대면 시험 및 강의에 대한 불만들이 대두됨에 따라 대학에 구체적인 방안들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련 학점 정책으로 호주 맥쿼리대학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심리적인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별상황(Special Consideration)'이라는 새로운 학점 정책을 내놓았다. 이는 낙제학점(F와 LF 학점)을 받은 학생의 경우 성적표에 낙제로 표기되지 않고 ’SC‘로 표기되도록 하는 것으로, 낙제를 받아 졸업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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