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애달픈 연말,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하여

2019-12-20 11:03:48

<김정순 /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김정순 /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너무 춥다. 겨울의 낭만은 마치 한 번도 느껴본 적조차 없었던 듯, 추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어려운 이들의 겨울나기가 눈에 밟히면서 겨울이 더 불편하게 다가온다. 나이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래저래 추위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어쩌면 얼마 전 인천의 한 대형 마트에서 겨우 우유 2팩, 사과 6개를 훔치다 적발된 젊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을 위한 온정어린 미담에 어려운 이들이 떠올라서 더 그럴 수도 있다. 작년에 비하면 아직 그리 심한 추위도 아닌데 필자의 마음이 이리 위축되는데 어려운 이들에게는 얼마나 더 혹독하게 느껴질지, 겨울이 참 팍팍한 계절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나마 방송에는 올해도 송년 희망나눔과 이웃돕기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거금을 쾌척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의 명단이 심야 방송 시간대 자막을 채우고 있다. 유독 한해의 끝자락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가 더 빛을 발하곤 한다. 고귀한 신분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걸맞게 어려운 이들을 위한 송년의 나눔은 비록 아쉽게도 반짝하고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래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더 부각 된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사회의 기득권 층, 다른 말로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처럼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높은 지위를 이용해 오히려 국민을 실망시킨 대형 사건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우리 사회에도 어느 정도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필자의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빅데이터뉴스 산하 글로벌빅테이터연구소의 한 조사에서도 재벌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지 가늠하게 해주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우리나라 10대 재벌 기업의 사회공헌과 관련된 정보량,빅테이터 분석을 통해 이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마인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사회 헌신 마인드에 대한 빅테이터 조사 결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1위로 압도적으로 정보량과 빈도수가 높게 나타났다. 빅테이터 분석 결과로 본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책임 의식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어서 앞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긍정 이미지가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2위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전체 11명의 사회공헌 정보량 중 최태원 회장이 63.41%를 기록함으로써 사실상 혼자서 11명 전체 사회공헌 정보량의 반이 훨씬 웃도는 관심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 결과로 최태원 회장의 진정성 어린 사회공헌 의지가 확인된 셈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재벌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팽배하다. 삼성을 비롯 여러 재벌 후손들의 3세 혹은 4세 시대 돌입기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시기에 큰 과제 중 하나는 사회 공헌을 얼마나 실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들의 사회공헌 척도가 자사의 브랜드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도 이혼 스캔들 등 사생활 관련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회장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알려지면서 호의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은 국민의 크나큰 관심사로 금수저니 경영세습이니 하는 사회적으로 비판적인 인식을 불식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재벌 3.4세 오너 경영인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과 안정적인 계승을 원한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기업도 살리고 오너 경영에 대한 편견도 줄임으로써 기업 이미지도 살리는 데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답이다.

해마다 년 말 이맘때면 뉴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의 임직원들이나 봉사 단체 회원들이 좁은 골목길에 긴 줄로 서서 땀을 흘리며 연탄을 나르는 모습이다. 이뿐이 아니다. 빨간 장갑을 끼고 단체로 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풍경 역시 년 말이면 볼 수 있는 익숙한 장면 중 하나다.

그나마 최근에는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이런 나눔조차 줄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애달픈 연말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거나 그들의 욕구 반영을 중시하는 사회 실현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은 계층 간 격차나 대립을 줄이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최고의 수단이라는 것은 부정 할 수 없을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과 확산이 절실한 계절이다. <김정순 /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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