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계는 생존 위한 현실적 결정 했는데
‘모노즈쿠리’ 기술자, 외부 기술 도입 반대
굴욕적인 한국의 건조 기술 받아들여서라도
일본 내에서 LNG선 건조 역량 키우겠다. 의지

특히 ‘모노즈쿠리’라는 전통에 여전히 젖어서 외부의 도움이 아닌 자신들만의 기술로 만들어내겠다는 폐쇄주의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까지 낳고 있다.
혼돈의 심리는 일본 언론의 시각에서 엿볼 수 있다. 이들 언론은 공통으로 △멤브레인형 LNG선 건조 경험 △숙련 용접공 △설계·엔지니어링 인력 △LNG 탱크 제작 및 품질관리 경험 등 4대 요소가 부족하므로 “한국의 도움 없이는 단기간 재건이 어렵다”라고 꼬집는다. 4가지 요소는 LNG선 건조를 위한 필수 조건이니 이를 못한다는 건 경쟁력이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일본 정부도 같은 견해를 보인다.
그렇지만, 일본 언론은 한국에 기술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상당히 역설적이라며 기술협력에 신중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일본이 LNG선 시장에 복귀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중국 조선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기 때문인데 한국의 기술지원을 받는 게 옳은 일이냐는 것이다. 조선기술은 국가의 핵심 역량이기 때문에 경쟁국과 협력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제기했다.
이렇듯 엇갈리는 찬반 여론을 달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꺼낸 논리는 “한국과 협력하면서 일본 자체 기술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다시 사이토 히데아키(Hideaki Saito) 일본조선공업회(Shipbuilders’ Association of Japan, SAJ, 이하 공업회) 전무의 10월 29일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십오너스 포럼(Shipowners Forum)’에서의 발언으로 돌아와 보자. 이날 히데아키 전무는 “10년 전 마지막으로 LNG운반선을 인도했던 일본은 다시 이 시장으로 복귀하려 하고 있다”면서, “현재 LNG운반선을 건조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며, 일본은 이들 중 한 국가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겉으로 보기엔 일본 조선업게의 미래를 그리는 듯 보이지만, 속내는 조선산업에서 퇴출당할지 모른다는 일본 정부와 업계의 극단적인 위기감이 묻어난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급해진 일본이 중국 조선업의 급격한 굴기와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인정할 수 없었던 한국을 끌어들여서라도 힘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드러났다. 일본은 LNG선 시장이 중국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기술 유출 우려와 중국의 추격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이에 일본은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한 일이 손을 잡고 시장 지배력을 나누어 갖자“는 명분으로 한국의 동참을 유도하려고 하고 있다.
NYK와 MOL, K-Line 등 일본의 대형 해운사들은 일본 조선소가 LNG선을 만들지 못하자 막대한 물량을 한국과 중국 조선소에 발주해 왔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해상 안보 리스크가 커지면서 일본 정부는 주요 국가 에너지원인 LNG를 실어 나를 배를 중국 조선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일본 해운사들에 ‘안전한 자국산 선박’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을 빌려오려는 경제 안보 측면의 진의도 포함되어 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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