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표이사 직속 'RX사업추진실' 신설…로봇사업 본격화

조재훈 기자

2026-07-21 10:00:00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 전략 주도한 이동건 부사장 영입
서울 R&D캠퍼스 메인 거점...미·중·일 글로벌 연구거점 구축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 / 이미지 = 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 / 이미지 = 삼성전자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삼성전자가 로봇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신설한다. 그동안 전사에 분산돼 있던 로봇 관련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고, 중장기 전략 수립부터 핵심기술 개발, 사업화까지 아우르는 통합 추진체계를 구축해 로봇 사업 기회를 본격적으로 창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조직 개편으로 기존 DX(디바이스경험)부문 산하에 있던 '미래로봇추진단'이 대표이사 직속 RX사업추진실로 격상·재편된다. 삼성전자는 2024년 말 국내 대표 로봇 전문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35%로 늘리며 최대주주에 오른 데 이어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휴보' 개발자로 잘 알려진 오준호 KAIST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이번 RX사업추진실 출범은 이같은 준비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사업화 추진 체제로의 전환으로 로봇 사업에 대한 삼성전자의 의지와 무게중심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 새 수장으로 로봇 업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을 전진 배치했다. 이동건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이 Robotics전략팀장으로 선임돼 중장기 로봇사업 로드맵을 담당하게 됐다. 이 부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운영 방향을 포함한 그룹의 로봇 전략 전반을 주도해온 인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로봇 경쟁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경쟁사 핵심 인재를 전격 영입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약 6억6000만달러에 인수한 이후 로봇을 그룹의 핵심 미래 사업으로 키워왔다. 이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그룹의 로봇 전략 수립과 실행을 총괄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의 전략 방향타를 쥘 인물로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략 핵심 인사를 선택한 것은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에서 단순한 하드웨어 기업이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RX사업추진실에는 세계적 수준의 로봇 연구자들도 합류할 예정이다. 지능형 자율 로봇 시스템 및 로봇제어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는 김현진 서울대 교수와, 로봇 손(Hand) 및 조작(Manipulation)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창출해온 김의겸 아주대 교수가 합류한다.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해 중장기 관점에서 로봇 사업화 역량을 쌓아간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인재 영입이 단순한 R&D 강화를 넘어 로봇 기술 경쟁의 핵심 축이 하드웨어에서 'AI 기반 자율제어'로 이동하는 흐름에 대응한 포석으로 읽히고 있다. 실제로 제조업 DNA나 기계공학 기반 인력만으로는 지금 로봇 경쟁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인식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으며, 피지컬 AI로 가기 위해서는 결국 두뇌를 만드는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RX사업추진실은 서울R&D캠퍼스를 메인 거점으로 삼는 동시에 구미사업장에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해 로봇의 빠른 현장 투입 기반을 마련한다. 로봇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데이터 활용을 강화하고, 서울R&D캠퍼스 연구조직과의 밀착 협업을 통해 로봇 지능화·제어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앞서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로봇 수요는 공장 등 산업현장뿐 아니라 가정과 식당, 병원, 요양시설 등 사회 곳곳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로봇 관련 투자를 경북 구미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구미 데이터 팩토리 구축 계획은 이 같은 투자 로드맵의 구체적 실행 조치로 해석된다.

글로벌 연구 거점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로봇 기술 수준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미국·중국·일본에 각각 글로벌 연구거점을 두고 현지 특화 기술·생태계 활용과 우수 인재 확보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은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진전돼 왔다. 삼성전자는 2023년 1월 레인보우로보틱스 유상증자에 59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10.2%를 확보한 데 이어 같은 해 3월 추가 매입으로 지분을 14.7%로 늘렸다. 이후 2024년 말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35%까지 확대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동시에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이번 RX사업추진실 출범은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기반 구축'에서 '사업화 실행'으로 넘어가는 분수령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표이사 직속 체제로 출범하는 RX사업추진실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기반으로 기술개발 속도를 높이고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함으로써 차별화된 로봇 경험과 사업 기회를 창출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혁신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성장 사업을 적극 발굴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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