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홀딩스 지분법 손실 추정치 435억...신임 한경록 대표 취임 1년 만에 '비상사태'
새한제지서 한솔제지까지 60년…'담합 낙인' 흑자전환 성과 한순간에 흔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부과된 과징금 1425억8000만원은 한솔제지의 연결 기준 자기자본 6976억원의 20.44%에 달한다. 이는 한솔제지가 보유한 현금만으로는 납부 자체가 불가능한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한솔제지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56억원으로 2024년 말 505억원에서 49.2% 줄어든 상태다. 과징금 1426억원 대비 현금으로 충당 가능한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나머지 82%, 약 1170억원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과징금 확정 시 손실은 지주사인 한솔홀딩스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솔제지 지분 30.52%를 보유한 최대주주 한솔홀딩스는 자회사 과징금이 충당부채로 인식되는 순간 지분법으로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1426억원의 30.52%를 적용하면 최대 435억원 규모다. 한솔홀딩스의 지난해 연결 당기순이익은 89억원 흑자였지만 이익 대부분이 자회사 비지배지분에서 나온 것으로 한솔홀딩스 주주에게 귀속되는 순이익은 -6억원으로 사실상 적자 상태였다. 따라서 그룹 지주사의 재무 건전성까지 동반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동자산 처분을 고려할 수 있으나 현금화는 어려운 재무 구조로 보인다. 유동자산은 매출채권 3355억원, 재고자산 3729억원 등으로 총 8210억원이다. 그러나 재고자산의 경우 한국수출입은행 무역금융 관련 양도담보로 1820억원 한도가 이미 설정됐으며 매출채권 일부도 담보로 묶여 있다. 한솔제지가 공시에서 "공정위 최종 의결서 수령 후 법령 및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며 행정소송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현금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소송을 제기하면 집행이 유예되는 동안 시간을 벌 수 있고 최종 납부액 감경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익잉여금 상황도 여의치 않다. 당기말 이익잉여금은 1546억원으로 전기 1610억원에서 64억원 줄었다. 세부 내역을 보면 법정적립금 136억원과 임의적립금 1534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오히려 -125억원의 '결손' 상태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연차배당 71억원과 중간배당 48억원을 합쳐 총 119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는데 과징금 충격이 현실화되면 향후 배당 재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회계 처리도 변수다. 행정소송 시에도 회계 원칙상 의무 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시점에는 충당부채로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대 1426억원이 단기간에 비용으로 반영되면서 2026년 재무제표에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39억 원의 당기순이익으로 흑자전환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대규모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한솔제지 대표이사에 취임한 한경록 대표는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맏사위다. 그룹의 차기 경영자로 거론되는 조 회장의 장남 조성민 부사장과 함께 3세 경영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 대표는 취임 직후 대전공장 생산라인 출신의 현장 전문가 오준균 생산기술총괄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친환경 제품 '프로테고', '테라바스'를 앞세워 북미·일본 등 글로벌 시장 개척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담합 제재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초반 경영 행보에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1965년 새한제지공업으로 출발한 한솔제지는 1968년 삼성그룹에 인수됐으며 1991년 계열 분리 후 한솔제지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5년 1월 인적분할로 존속회사인 한솔홀딩스와 신설회사인 한솔제지로 나뉘어 같은해 1월 2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는 2024년 대규모 손실을 털어내고 1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룬 바 있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아직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종 의결서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의결은 있는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피신고인에게 의결서 정본이 송부된다. 의결에 불복할 경우에는 의결서가 송달된 날로부터 30일내에 다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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