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고지의무 위반”이라는 말, 정말 소비자의 잘못일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19115506014959aeda6993417521136223.jpg&nmt=23)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자주 마주하는 분쟁 사유는 단연 ‘고지의무 위반’이다.
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 등 고액 보험금이 수반되는 중대 질병일수록, 보험사는 과거 진료 이력을 근거로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소비자는 이를 “계약 당시 내가 잘못 고지한 탓”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실제 보험금 분쟁 구조를 들여다보면, 고지의무 위반 판단은 단순한 사실 문제가 아니라 해석과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필자는 원수보험사 본사에서 고지의무 위반 심사 및 보험금 최종 결재를 직접 경험한 뒤, 현재 독립 손해사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고지의무 위반이 어떤 구조로 판단되고, 소비자들이 어떤 점을 특히 유의해야 하는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고지의무 위반 판단의 출발점은 ‘과거 진료 기록’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자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내역이다.
보험사는 이 자료를 통해 계약 전 어떤 진료가 있었는지, 어떤 약이 처방되었는지 증상이 반복되었는지 등을 역추적하고, 이를 현재 보험사고와 연결해 고지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진단이 확정되지 않은 검사 기록, 일시적 증상, 예방 목적 처방까지도 모두 ‘고지 대상’으로 확대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기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위반이 되는가
실무에서 고지의무 위반 주장은 다음 논리로 전개된다. “과거 진료 기록이 존재한다 → 청약서에 기재되지 않았다 → 고지의무 위
반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고지의무 위반이 성립하려면 단순 누락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음 두 가지 요건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1) 계약자가 해당 사실을 질병으로 인식할 수 있었는지
2) 보험사가 고지 대상임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는지
그럼에도 실제 심사 구조에서는‘기재 여부’가 판단의 중심이 되고, ‘인식 가능성’과 ‘설명의무 이행 여부’는 형식적으로만 검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액 보험금일수록 ‘연결 논리’는 강화된다
보험금 지급액이 클수록, 보험사는 과거 진료 기록을 현재 사고와 연결하려는 시도를 강화한다.
예컨대, 과거 단순 두통 진료 → 수년 후 뇌질환, 일시적 심전도 이상 → 이후 심장질환과 같은 연결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고의로 숨겼는지’보다는 ‘기재되지 않았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지의무 위반 분쟁의 본질은 ‘의학’이 아니라 ‘구조’
많은 소비자들은 이 문제를 의학적 사실의 문제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실무에서 고지의무 위반은 약관 해석, 설명의무 이행 여부, 질병 인식 가능성, 심사 구조가 결합된 법·구조적 판단 영역이다.
보험사의 1차 통보는 최종 판단이 아니다. 내부 결재 라인에서 여러 단계의 해석을 거쳐야 최종 결론이 내려진다.
가장 위험한 대응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고지의무 위반 통보를 받은 소비자 중 상당수는 “내가 잘못했나 보다”라며 이의제기조차 하지 않고 포기한다. 그러나 실제 분쟁 사례를 보면 설명의무 미이행, 과도한 확대 해석, 의학적 비약으로 뒤집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지의무 위반 분쟁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무대응이다. 보험은 미래를 대비한 약속이다. 그 약속이 과도한 해석 하나로 무너지는 구조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이제는 ‘고지의무 위반’이라는 말의 이면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 칼럼리스트 소개
김영환
주식회사 손해사정법인 건승 이사
원수사 보험금 심사부서 근무
손해사정사, C/AKLU, 보험조사분석사, 개인보험심사역, 보험계약관리역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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