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는 단순한 주의나 경고가 아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현 단계에서 통제가 필요한 사안인지”를 판단해 내리는 사법적 조치로, 접근금지, 연락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제한 등이 포함된다. 특히 최근에는 이른바 ‘전자발찌’로 알려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잠정조치 또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조치가 내려졌다는 사실 자체가 사건이 이미 일정 수준의 위험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는 의미가 된다.
문제는 많은 피의자들이 잠정조치를 ‘임시 조치’ 정도로 가볍게 인식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잠정조치가 내려진 이후의 행동은 사건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접근금지 상태에서의 문자 한 통, 해명을 위한 연락 시도, 우연을 가장한 접촉조차 수사기관에서는 재범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단순 스토킹 혐의가 구속 필요성 판단이나 추가 혐의(잠정조치 위반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최근에는 초범이거나 물리적 폭력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안전하다고 평가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은 연락 빈도와 패턴, 경고 이후의 태도 변화, 피해자의 불안 호소 내용, 주변 진술, 메시지·통화 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종합해 재범 가능성을 판단한다. 이 단계에서 내려진 잠정조치는 이후 구속 여부나 처벌 수위 판단의 중요한 전제가 된다.
따라서 스토킹 사건에서는 사실관계 다툼 이전에 ‘위험도 관리’가 먼저다. 자신의 행위가 법적으로 스토킹 요건에 해당하는지, 정당한 사유로 설명될 여지가 있는지, 반복성과 지속성이 실제보다 과장돼 평가된 부분은 없는지 등을 초기 단계에서 정리하지 못하면 수사 흐름이 불리하게 굳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잠정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는 개인적인 판단으로 행동하지 않고, 모든 대응을 법률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초기 변호사의 조력이다. 잠정조치 단계에서 어떤 자료를 제출하고, 어떤 진술을 선택하며, 피해자 접촉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사건은 불구속 수사로 이어질 수도, 반대로 신병 확보 단계로 급격히 전환될 수도 있다. 초기 대응은 단순한 해명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평가하는 재범 위험과 위해 가능성을 법리와 자료로 통제해 나가는 전략적 과정에 가깝다.
또한 스토킹 사건은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여러 객관적인 정황에 비추어 보아 상대방에게 불안과 공포를 유발했는지, 행위가 반복·지속됐는지, 경고 이후 통제가 이뤄졌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이며, 잠정조치는 그 판단이 본격화되는 출발선에 해당한다.
법무법인 더앤 유한규 대표변호사는 “스토킹 사건에서 잠정조치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이 단계에서의 대응이 미흡하면 이후 구속 여부나 처벌 수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정적인 대응이나 독자적인 해명 시도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잠정조치가 논의되거나 내려진 시점부터는 반드시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대응 전략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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