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업계와 언론사들이 공통적으로 짚는 대목은 이번 CEO 인선에서 '전사적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KT는 최근 유례없는 해킹 사고를 겪었고,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도 남아 있다. 차기 CEO의 과제가 단기적으로는 사고 수습, 장기적으로는 성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제시한 직무수행계획서 항목에도 전사적 위기관리, 대내외 신뢰 회복 등이 포함됐다. 일반적인 CEO 요건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재 KT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위기 대응 경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식 절차상 KT이사회의 인선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사외이사들은 정치권 외부 기류와 KT 노조 를 비롯한 내부 분위기도 함께 살피고 있다.
과거 정권들처럼 이사회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은 보이지 않고 있다. 개별 사외이사와 후보자의 이해충돌 문제 등이 부각될 뿐이다.
노조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최근 발표한 입장문과 메시지에서 ‘외풍 차단’, ‘조직 안정’, 등의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특히 정치권 이력과 연결된 후보에 대해 내부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해킹 사고 이후 조직 전반에 “다시 정치 논란에 휘말려선 안 된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내부 기류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KT는 '결국 내부 출신 CEO가 선임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고, 내부 출신 박윤영 후보와 다른 후보들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7인 후보군 발표 당시 홍원표 후보가 포함되면서 내부 분위기가 반전됐다. 홍 후보의 KT 출신 이력이 알려지며, 완전한 외부 인사로만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후 3인 후보로 압축되자, 과거 박윤영 후보와 경쟁했던 내부 출신 탈락 후보를 지지하던 일부 부서장·임원들이 홍 후보 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주 전과 비교하면 KT 내부 분위기와 확연히 달라졌다.
홍 후보가 SK쉴더스 대표 시절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커뮤니케이션 사례가 다시 언론에 소개되면서 KT 내부 관심이 커진 측면도 있다.
3인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정치권 입김이 다소 줄어든 시점에서 KT 이사회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KT는 이사회가 커질수록 내부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CEO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가, 아니면 이사회 눈치를 보는가?”
“결정은 이사회가 하고 책임은 CEO가 지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 아닌가?”
KT 이사회가 어떤 CEO를 선출할지도 중요하지만, 선출 이후 어떤 거버넌스 체제로 나아갈 것인지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혜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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