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타인, 사물, 공간처럼 단정하기 어려운 존재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 만남은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것 같지만, 어느새 감정이나 기억의 일부로 스며들어 우리 안에 남는다. 그런 흔적들은 시간이 지나며 천천히 퇴적되고, 결국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결로 자리한다. 이번 전시는 그 흔적을 더듬어가며,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자국을 남기고 살아가는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참여 작가 네 명—권지영, 박소연, 양유완, 양진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촉’을 수집하고 해석하며, 서로 다른 감각의 층위를 한 공간 안에서 조용히 교차시킨다. 감정의 떨림, 반복되는 리듬, 형태가 가진 결, 기억의 조각 같은 요소들이 서로 반응하며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권지영의 작업은 손끝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남겨둔 흔적을 따르며, 연결과 단절, 미세한 결의 변화를 통해 감정의 형태를 드러낸다.
박소연은 호흡이나 깜박임처럼 눈에 띄지 않는 반복에서 한 사람의 고유한 결이 형성되는 방식을 탐구한다.
양유완은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순간의 떨림과 긴장을 포착하며, 관계의 온도와 닮은 흐름을 보여준다.
양진아는 시간의 단편과 기억의 점에서 출발해, 잊힌 장면들이 현재와 다시 맞닿는 순간을 또 다른 일기의 형태로 구성한다.

이번 전시는 네 명의 작업이 단순히 병치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감각의 지층이 겹쳐지며 만들어낸 하나의 단면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관람자는 이 공간을 천천히 지나가며, 삶 속에서 우리가 경험한 많은 접촉들이 어떤 흔적을 남기고, 또 어떻게 지금의 우리를 구성해왔는지를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될 것이다.
본 전시는 화성시문화재단과 반도문화재단의 2025 화성 에세나 지원금으로 추진되었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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