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영의 正주행] 폭스바겐 아틀라스, '거거익선' 트렌드에 딱…"흥행 예감"

성상영 기자

2025-05-30 16:55:41

폭스바겐이 국내에 내놓은 첫 대형 SUV
동급 최장 길이…3열 좌석에도 앉을 만해
장거리 정속 주행에 최적화된 '미국 맛' 車

지난 28일 인천 중구 영종도에 있는 한 카페에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가 전시된 모습 =성상영 기자
지난 28일 인천 중구 영종도에 있는 한 카페에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가 전시된 모습 =성상영 기자
[인천=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장 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틀라스가 폭스바겐코리아를 침체 늪에서 건져 올리기 위해 전격 투입됐다. 수입 SUV 시장에서도 '거거익선(巨巨益善·클수록 좋다는 뜻)'이 새로운 흐름이 되면서 아틀라스가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낼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인근 '더 리버'에서 만난 아틀라스는 대형 SUV가 갖춰야 할 미덕을 골고루 지니고 있었다. 과하지 않지만 볼륨감 있는 생김새, 제법 앉을 만한 3열 좌석, 큰 불만을 가질 일 없는 편의사양, 여기에 납득 가능한 가격까지. 무난하지만 균형이 잘 잡힌 차였다. 폭스바겐이 회심의 카드로 꺼낸 아틀라스를 인천 중구 영종도까지 왕복 약 140㎞에 걸쳐 타 봤다.

폭스바겐 아틀라스 앞좌석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 =성상영 기자
폭스바겐 아틀라스 앞좌석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 =성상영 기자
◆익스플로러 '정조준'…넉넉한 공간으로 승부 걸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아틀라스 판매 가격을 7000만원 아래로 책정했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같은 고급 수입 브랜드 대형 SUV가 1억원을 가뿐히 넘는 점을 생각하면 '독일 국민차'라는 이름에 부합한다. 한 체급 낮으면서 플래그십(기함) 역할을 맡은 투아렉(약 1억원)보다도 3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그 결과 아틀라스의 경쟁 상대가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도요타 하이랜더 같은 차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올해 1~4월 판매량이 1252대로 가장 많은 익스플로러가 주된 표적이다. 폭스바겐이 국내 시장에서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꾹꾹 눌러 담은 차가 아틀라스라는 얘기다.
외관부터 보면 상당히 잘 정돈돼 있다. 폭스바겐 차가 늘 그렇듯 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드러난 윤곽은 한 체급 아래인 티구안 올스페이스(장축 모델)를 부풀려 놓은 모습이다.

폭스바겐 아틀라스 1·2열 좌석 전경. 해당 차량은 7인승 모델 =성상영 기자
폭스바겐 아틀라스 1·2열 좌석 전경. 해당 차량은 7인승 모델 =성상영 기자
다만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 면적을 키우고 후면에 일(一)자형 리어램프(후미등)를 채택하면서 체급에 걸맞은 웅장함을 보여준다. 국내에 수입되는 아틀라스는 모터스포츠 감성을 더한 R-라인으로 일반형보다 역동성이 조금 더 강조됐다.

실내로 들어오면 '폭스바겐 차는 올드(old)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굴곡을 최소화 한 수평적 형태에다 중앙 인포테인먼트를 확실히 구분지어 주면서 신차 느낌을 담았다. ID.4이와 함께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문 내장)에 나뭇결 무늬 장식으로 고급스러움을 가미했다.

전장(길이) 5095㎜로 동급 차량 중 가장 긴 차체를 자랑하는 만큼 공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이날 시승한 차는 7인승 모델로 좌석 배열은 2×3×2 형식이었는데, 2열뿐 아니라 3열까지 거주성에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6인승 모델은 2열이 독립형 좌석인 2×2×2 배열이다. 공간을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고자 한다면 2·3열을 접었을 때 완전히 평평해지는 7인승이 유리할 듯하다.

3열에 앉아 보니 키가 180㎝인 기자에게 아주 불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자세로 앉으면 머리가 천장에 닿아 엉덩이를 앞으로 살짝 빼야 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두 시간 정도는 탈 만하겠다 싶었다.

아틀라스 7인승 모델 3열 좌석을 접은 모습 =성상영 기자
아틀라스 7인승 모델 3열 좌석을 접은 모습 =성상영 기자
부드러운 주행에 최적…탈수록 느껴지는 '미국 맛'

편의사양도 아쉽지 않게 들어갔다. 수입 경쟁 모델에 들어간 것들은 거의 다 적용됐다. 1열 통풍시트, 2열 열선시트와 햇빛 가리개(선 커튼), 전면 유리 주행 정보 표시 장치(헤드업 디스플레이),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빠짐 없이 갖췄다. 열선·통풍시트, 공회전 방지 장치(ISG) 같은 기능을 터치스크린에서 조작하도록 해 불친절하지만, 요즘 유럽·미국 브랜드 차와 비교하면 양반이다.

아틀라스는 폭스바겐 미국 공장에서 북미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차답게 주행 질감이나 성능도 현지 소비자 취향에 들어맞는다. 폭발적인 가속력이나 하체를 꽉 조여 놓은 느낌은 없었지만, 장거리를 정속으로 달리기에 알맞았다.

실제로 몰아보면 파워트레인(구동계) 특성이 명확하다. 동급 차 중에서 가장 작은 2.0ℓ 가솔린 엔진에 터보차저(과급기)를 달아 실용 영역에서 성능을 내도록 했다. 최고출력은 273마력, 최대토크는 37.7㎏f·m로 숫자만 보면 부족해 보이지만, 낮은 엔진 회전수(rpm)에서도 꾸준히 속력을 높여 나갔다. 시승 여건상 다양한 환경에서 달리진 못했지만, 평지에서 100㎞/h까지는 답답하지 않게 가속했다.

폭스바겐 아틀라스를 비스듬히 바라본 모습 =성상영 기자
폭스바겐 아틀라스를 비스듬히 바라본 모습 =성상영 기자
다운사이징(크기 축소) 엔진이 들어간 만큼 연비는 준수하다. 제원상 복합 연비는 8.5㎞/ℓ였는데, 서울 올림픽대로 정체 구간을 통과해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달린 결과 11.8㎞/ℓ를 기록했다. 80㎞/h로 정속 주행하면 연비가 16㎞/ℓ까지도 나온다는 게 폭스바겐코리아의 설명이다. 공차중량 1984㎏에 사륜구동 차량인 점을 생각하면 효율성이 좋은 편이다.

소음·진동·불쾌감(NVH) 면에서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승차감은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안락함에 초점이 맞춰졌다. 불쾌감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요철을 걸러 냈다. 하지만 바닥에서 노면 소음, 창문에선 바람 소리가 다소 거슬렸다. 영종도까지 가는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노면이 거친 데다 강풍이 수시로 부는데, 이는 감안할 부분이다.

시승 구간이 단조로운 탓에 조향 감각이나 굽은 도로를 돌아 나가는 실력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추후 별도 시승을 통해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

가격은 7인승 6770만1000원, 6인승 6858만6000원이다. 사양이 비슷한 미국 판매 가격이 5만4000달러(약 7460만원)인 점을 생각하면 폭스바겐코리아가 아틀라스 흥행에 꽤나 진심인 듯하다. 경쟁 모델들의 국내 판매 가격은 6290만~7403만원이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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