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9년 만에 조 단위 '빅딜'…年62조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 '정조준'

獨 공조 업체 플랙트 지분 100% 인수
'AI 허브' 역할 데이터센터 공조 집중 공략
연 평균 18% 성장…5년 뒤 441억弗 규모
하만 이후 최대 M&A…추가 투자 여부 관심

성상영 기자

2025-05-14 16:56:50

삼성전자(왼쪽)와 독일 플랙트그룹 회사 상징. ⓒ삼성전자
삼성전자(왼쪽)와 독일 플랙트그룹 회사 상징. ⓒ삼성전자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독일 공조 업체 플랙트를 인수하고 연간 60조원 규모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 장악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15억 유로(약 2조4000억원)로 2017년 오디오·전장(전기장치) 자회사 하만을 사들일 당시 대금으로 치른 80억 달러(9조원) 다음으로 크다. 하만 인수 이후 9년 만에 성사된 조 단위 '빅딜'이다.

플랙트는 설립된 지 120년 된 유럽 최대 공조 업체다. 박물관·도서관, 공항·터미널과 대형 병원 등 대규모 시설에 공조 설비를 공급해 왔다. 최근에는 대형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발을 넓혀 제품 성능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데이터센터 업계에서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DCS 어워즈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삼성이 플랙트를 인수한 이유는 생성형 AI, 로봇, 자율주행, 확장현실(XR) 등이 확산하며 데이터센터 수요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앙 공조 시장 규모가 올해 610억 달러(86조원)에서 2030년 990억 달러(140조원)로 1.5배 이상 커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 441억 달러(62조원)로 연 평균 18% 성장이 예측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삼성전자는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 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재 보유 중인 가정용·상업용 공조 사업 역량과 플랙트의 기술력을 결합해 공조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점도 삼성이 대형 M&A를 결심한 배경으로 꼽힌다. 고성능 컴퓨터 집합인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다량의 열을 발생시키는데, 안정적인 성능 유지를 위해 원활한 열 방출과 냉각은 필수다. 그만큼 요구되는 기술 수준과 신뢰도가 높아 사업 실적이 많을수록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업계에서 저탄소 냉각 방식으로 주목받는 냉각수 분배 장치(CDU)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졌다. 데이터센터 이외에도 글로벌 제약사, 헬스케어, 식음료, 플랜트 등 60개 이상 대형 고객을 확보하며 탄탄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에어컨을 중심에 둔 개별 공조 사업과 빌딩 통합 공조 제어(b.IoT) 부문에 주력해 왔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무풍 제품과 히트펌프(열 전달 장치)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는 미국 공조 업체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북미 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한 바 있다.

한편, 이달에만 2건에 달하는 M&A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가 투자가 이뤄질 지도 관심이 모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오디오·전장과 더불어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 AI(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의료 기술(소니오) 등 첨단 산업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왔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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