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는 24일 경영 실적 발표 전화회의(콘퍼런스콜)를 열고 올해 1분기 매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42%, 영업이익은 158% 급증한 것으로 역대 1분기 중 최고 실적이다.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달성한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실적 하락폭이 크지 않다.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는 매출 19조2670억원, 영업이익은 8조828억원으로 사상 처음 8조원 시대를 열었다. 일반적으로 연초는 고객사가 연말에 쌓아 둔 재고를 소진하는 시기로 반도체 시장에선 비수기라 할 수 있다.
이 기간 주요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41%에서 42%로 오히려 개선됐다. 당기순이익 역시 8조65억원에서 8조108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호실적을 거둔 배경은 예상보다 가파른 메모리 수요 회복세다. 계절적 요인과는 별개로 AI PC 판매가 늘어난 데다 고성능 스마트폰 출시가 예정되면서 기존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개발 경쟁과 재고 축적 수요가 맞물리며 메모리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AI 반도체인 HBM과 더블 데이터 레이트(DDR)5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증가도 실적을 이끌었다. 특히 HBM은 SK하이닉스가 경쟁사를 압도하는 영역으로 현재 5세대 HBM3E 12단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 중이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들어서 해당 제품을 양산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1분기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점유율(36%)이 삼성전자(34%)를 처음으로 앞질렀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향후 HBM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실적 성장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 1월 글로벌 HBM 시장 규모를 올해 380억 달러(약 55조원), 내년에는 580억 달러(83조원)로 예측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물량 공급 시점 1년 전에 고객사와 합의하는 제품 특성상 올해도 변함 없이 전년 대비 2배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는 HBM3E 12단 제품 판매를 늘려 2분기에는 전체 HBM3E 매출 절반 이상을 12단 제품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AI PC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 모듈인 저전력 압축 부착 메모리(LPCAMM2) 공급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AI 서버용 저전력 D램 모듈(SOCAMM)의 경우 고객사와 공급 시점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램 대비 상대적으로 업황 회복이 더딘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 제품을 적극적으로 공급해 수익을 확대할 예정이다.
반면, 미국발(發) 관세 충격은 업황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 반도체는 상호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품목은 아니지만,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생산된 PC·스마트폰을 비롯한 정보기술(IT) 완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설비 투자 원칙을 준수하며 수요 가시성이 높고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투자 효율성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며 "AI 메모리 리더로서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 한계를 돌파해 이익 창출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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