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증권, 해외주식 '날았지만'…수수료 경쟁, 발목 잡히나

1년 만에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1141억원…업계 4위 '껑충'
수수료 무료화 경쟁 심화…카카오페이증권 등 경쟁사 추격
"수수료 의존도 낮추고, 차별화된 서비스로 충성고객 확보해야"

양민호 기자

2024-12-27 15:57:38

토스증권CI. ⓒ토스증권
토스증권CI. ⓒ토스증권
[빅데이터뉴스 양민호 기자] 국내 증시 부진으로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토스증권이 지난해 3분기 첫 흑자 전환 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대형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수수료 인하와 경쟁 격화로 향후 성장 모멘텀 유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는 미래에셋증권이 1802억원으로 1위, 이어 삼성증권 1453억원, 키움증권 1294억원, 토스증권이 1141억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을 뛰어넘었다.

토스증권은 지난 2021년 12월 해외주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외화증권 위탁수수료 순위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21년 21위(8500만원)에서 2022년 8위(380억원), 2023년 5위(667억원)를 거쳐 올해 3분기 4위(1141억원)까지 올라섰다.

이러한 성장세는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토스증권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7.9% 증가한 1199억원, 영업이익은 8배 늘어난 296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02억원으로 연간 목표의 2배를 조기 달성했다.

토스증권의 가파른 성장세는 해외주식 시장의 확대와 함께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 2022년 업계 최초로 실시간 소수점 거래를 도입했으며, 직관적인 UI와 토스뱅크 앱과 연동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데이터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토스증권의 MTS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지난 8월 1137만명으로 업계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해외주식 시장 자체의 성장도 토스증권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와 인공지능(AI) 열풍, 국내 증시 부진 등이 맞물리며 '2차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일반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지난 2020년 1월 5조원 수준에서 2024년 11월 89조원으로 18배 가까이 급증했다. 11월 기록한 거래대금 89조원은 해외주식 사상 최고치이며, 당시 국내 증시 거래대금의 약 25% 수준에 해당된다.

이처럼 해외주식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면서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토스증권은 업계 최저 수준인 0.1% 수수료율을 내세웠지만, 다른 증권사들은 각종 이벤트를 통해 이보다 더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하거나 아예 수수료를 없애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실제 증권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수수료 혜택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신규 고객에게 3개월 무료 거래에 이어 9개월간 0.03%의 수수료를, 키움증권도 3개월 무료 혜택과 함께 해외주식 첫 거래 시 33달러(약 4만8000원)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메리츠증권이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을 내놓으며, 시장 경쟁은 더욱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8일부터 2026년 말까지 '수퍼365 계좌'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미국 주식 거래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전면 무료로 전환했다. 이는 기업금융(IB) 중심 사업을 영위해온 메리츠증권이 리테일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토스증권이 수수료 경쟁 심화로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핀테크 증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의 약진도 토스증권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최근 최대 5% 이자 혜택을 제공하며 지난 21일 기준 예수금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미국 주식 거래 활성화 △종합 계좌의 사용자 편의성 증대 △증권 홈 화면 개편 △미국 주식 10호가 시세 제공 및 호가 터치 주문 등 서비스 개선이 예수금 증가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해외주식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카카오페이증권의 공격적인 행보는 토스증권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토스증권은 이러한 도전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리서치센터를 출범하고 투자 정보 제공을 강화했다. 토스증권 투자 커뮤니티는 12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80만명을 돌파하며, 연초 대비 150%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토스증권이 해외주식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수수료 경쟁 심화와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익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수수료 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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