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법사위원장 “김영란법 자괴감 손봐야, 법률전문가 나도 헷갈려”

김태영 기자

2015-03-04 14:12:57

“문제 많은데 여론 눈치 봐 통과시킨 꺼림칙한 걱정도 많다…다듬지 못한 자괴감”

[빅데이터뉴스 김태영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상민 위원장이 국회에서 통과된 ‘김영란법’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고 통탄했다. 당초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과 달리 정부의 심의과정을 거치며 내용ㆍ대상ㆍ규제방법이 많이 변형돼 위헌성도 있고, 애매모호한 규정들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벌써부터 “애매모호한 규정과 위헌적 부분을 손봐야 한다”며 개정작업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변호사 출신인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김영란법의 부정청탁 규정은 법률전문가인 제가 봐도 굉장히 헷갈린다”고 말할 정도로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통과됐다. 김영란법은 앞으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16년 9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지난 2012년 8월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법안을 입법 예고한 이후 약 3년8개월 만이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며 표결에 불참한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위헌성 있고, 결함이 많고 문제투성이인 김영란법 안을 법사위에서 제대로 다듬지도 못하고 여론의 압박 때문에 서둘러 졸속 입법하는 것에 대해서 자괴감이 많아 본회의장에 들어가 표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상민법제사법위원장
▲이상민법제사법위원장

4일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한수진의 SBS전망대>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영란법 국회 통과 소감에 대해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입법 취지는 어떤 국민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 위원장은 “그런데 저희가 심의를 맡은 법안은 당초 김영란법 원안하고는 내용이나 대상, 규제 방법이 많이 변형된 법안이라, 상당히 위헌성도 있고, 또 애매모호한 규정들이 있어서 이게 실행되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우려도 있다고 많은 의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빨리 통과시키라는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서 통과시킨 그런 꺼림칙한 걱정도 많다”고 총평했다.

한수진 진행자가 “그러면 소신을 갖고 더 시간을 두고 논의했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묻자, 이상민 위원장은 “여론의 압박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또 여야합의를 해서 2월 국회에 통과시켜야 된다는 압박을 받다 보니까 사실 결함이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어쨌든 법사위원장으로서 잘 다듬어서 문제없도록 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진행자가 “그동안 의원들이 공부를 덜 한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미리미리 공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하자, 이상민 위원장은 “당초의 김영란법 원안대로 했으면 그대로 통과시키면 되는 일인데, 이게 정부에서 논의하면서 당초 공직자로 한정했던 대상을 민간부분하고 언론인까지 확대시켰다”며 범위가 커져 검토할 게 많아져 불가피했음을 해명했다.

그는 “또 규제방식도 부정청탁의 경우 상당히 애매모호하게 규정돼 있어서 적용을 받는 국민들께서 선의의 피해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안은 통과됐지 서둘러 다시 보안을 해야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법을 만들자마자 개정을 이야기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하자, 이상민 위원장은 “법사위에서 여러 의원들이 법리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걸 듣고 오죽하게 제가 이렇게 결함 많은 법을 통과시켜야 되는, 참으로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 없는데, ‘내용은 빼고 그냥 법안명만 통과시키자’라는 말도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번 김영란법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에 대해 이상민 위원장은 “당초 공직자의 부패구조를 뿌리 뽑기 위해서 대상을 공직자로 정한 것이고, 그걸 일관되게 했으면 논란을 불러들이지 않았을 텐데, 이걸 언론인과 민간 부분까지 확대하면서, 여기에 금융기관, 변호사회, 의사회, 또 비리가 많은 방위산업체라든가 이런 민간 부분은 다 빠져 있다”며 “사실 변명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헌 소지에 대해 이상민 위원장은 “많은 입법방식에 있어서 위헌성을 갖고 있고, 명확하지 않아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규정들이 많기 때문에 결함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빨리 손을 봐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수진 진행자가 “처음 법안을 제안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공직자로만 한정했던 것 같은데, 적용범위가 너무 확대돼서 당혹스럽다’ 이런 말을 남겼다”며 “앞으로 개정 과정에서 적용범위는 분명히 축소돼야 된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상민 위원장은 “축소라기보다 당초 원안대로, 공직자에 한해서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또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당초의 부정부패를 뽑겠다는 그런 기대효과도 거둘 수 있다. 당초 공직사회의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탄생한 법이 김영란법 아니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이걸 쓸데없이 언론이나 민간 부문까지 원칙과 기준도 없이 확대하다 보니까 논란이 자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수진 진행자가 “선출직 공무원들, 정당에는 포괄적인 예외 규정이 들어 있다, 왜 쏙 뺐느냐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상민 위원장은 “그것도 사실은 국민들로부터 꾸지람을 받아도 싼 내용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일반 공직자나 적용대상이 되는 선생님들이나 언론인들한테는 아주 혹독할 정도로 엄격하게 법을 만들어놓고, 그러나 선출직 등 일부 계층에 대해서는 사정이 있으니까 좀 봐주는 듯한 오해를 살 그런 규정을 뒀기 때문에, 이것도 분명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진행자가 “그러면 왜 이런 조항이 생긴 건가요?”라고 묻자, 이상민 위원장도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저도 법사위원장으로서 죄송스럽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지만, 이게 당초 김영란법 원안에서 정부의 심의과정을 거쳐 가면서 변형이 돼 이런 것들을 넣었다”며 “하여튼 저희들이 빨리 손을 보겠다”고 답했다.

김영란법 통과로 ‘검경공화국이 될 수도 있다’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상민 위원장은 “그렇다. 예컨대 앵커도 여러 친구들하고 또 여러 사람들하고 식사를 했는데 거기 종업원이나 또는 옆에 있던 분이 신고해서 경찰서 나가서 조사받아야 되고, 계좌 추적, 압수수색 당해야 된다면, 이런 것들이 굉장히 일반 시민들한테도 두렵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보다 더 철저하게 그런 것들이 부작용이 안 되도록 많은 제동장치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걸 잘 담지를 못한 점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영란법에서 특히 손을 봐야 될 부분에 대해 이상민 위원장은 “김영란법의 당초에 공직자로 한정했던 원안대로 해야 될 것이고, 또 부정청탁의 규정이 15가지는 안 된다고 했고, 9가지는 된다고 했는데, 그게 법률전문가인 제가 봐도 굉장히 헷갈린다”며 “따라서 그것이 누가 봐도 명확하게 애매모호한 규정들을 없애야 되고, 그 이외에 위헌적 부분도 손을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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