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법사위원장 “문제투성 김영란법 졸속 입법 자괴감에 표결 불참”

김태영 기자

2015-03-04 11:53:56

“결함 많고 문제투성이 김영란법을 법사위에서 제대로 다듬지도 못하고 여론의 압박 때문에 서둘러 졸속 입법”

[빅데이터뉴스 김태영 기자]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이른바 ‘김영란법’이 우여곡절과 진통 끝에 어쨌든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본회의 표결에 앞서 최종적으로 ‘김영란법’을 종합 검토하며 체계를 완성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이상민 위원장이 정작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변호사 출신인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위헌성 있고, 결함이 많고 문제투성이인 김영란법 안을 법사위에서 제대로 다듬지도 못하고 여론의 압박 때문에 서둘러 졸속 입법하는 것에 대해서 자괴감이 많아 본회의장에 들어가 표결하지 않았다”고 표결에 불참한 이유를 밝혔다.

이번에 통과된 김영란법은 당초 김영란법과 달리 정부의 심의과정을 거치면서 내용이 상당히 변형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상민국회법제사법위원장
▲이상민국회법제사법위원장


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김영란법의 처리 과정을 설명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통과됐다. 김영란법은 앞으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16년 9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지난 2012년 8월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법안을 입법 예고한 이후 약 3년8개월 만이다.

3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격론과 관련, 이상민 위원장은 “법사위에서는 헌법이나 법리적 문제점이 없나를 심사하는데, 대부분의 의원들이 정무위 안에 대한 위헌성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당초 ‘김영란법’ 원안의 대상은 공직자만 한정했었는데, 뚜렷한 이유도 없이 언론인이나 민간 부분까지 확대됐고, 처벌규정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하지 않고 애매모호해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될 수 있는 우려도 된다는 여러 가지 법리적 문제점들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적용대상에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도 포함된 것에 대해 이상민 위원장은 “당초 정무위 안을 보면 사립학교 선생님들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은 대상이 되는데, 정작 비리가 많은 재단 이사나 이사장은 빠져 있어 법사위에서 이걸 넣자고 강하게 요구를 해서 다행히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용대상에 없는 변호사회나 의사회 또는 방위산업체 또 금융기관, 시중은행, 시민단체 공익적 역할하는 다른 민간 부분은 왜 빠져 있는지 그런 형평성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언론이나 사립학교 선생님들이 공익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김영란법) 대상이 돼야 한다면,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금융기관 또 방위산업체, 변호사회, 의사회 다 포함시켜야 한다”며 “그런데 언론과 학교만 포함된 것이 제가 보기에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관철되지 않았다, 매우 편의적이고 자의적”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상민 위원장은 “저는 (김영란법 적용대상을) 무한정 늘리고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당초 ‘김영란법’ 원안의 취지가 공직사회의 부패구조를 뿌리 뽑겠다고 한 데에 있으니까, 원안대로 공직자만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논리의 일관성이 맞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영란법이 1년 6개월 후부터 발효되는 것에 이 위원장은 “제가 원내대표 합의할 때 들어가지 않았습니다만, 전해들은 바로는 당초 ‘김영란법’ 원안이 (시행 시기가 입법 후) 2년이었는데, 정부안은 1년이어서 절충안으로 1년 6개월을 한 것이지, 무슨 (2016년) 총선이나 정치인들 면피용으로 만든 것은 아니라는 법사위 간사의 설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재홍 진행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19대 국회의원들의 임기 끝날 때까지는 적용을 안 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고 하자, 이 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은 이미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에 의해서 엄격하게 제재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그걸 피하기 위해서 했다는 건 지나친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위원장은 “저는 (김영란법이) 위헌성을 갖고 있고, 결함이 많고 애매모호한 규정들이 많기 때문에, 형사처벌과 관련된 규정들이라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길 수 있어 서둘러 보완을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여론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다 보면 국회에서도 논의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가 있어서, 이를 보완할 추동력이 턱없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이) 1년 6개월 이후에 시행돼 선의의 피해 사례가 없도록 빨리 보완해야 된다. 더구나 위헌성이나 애매모호한 규정, 또 대상에 있어서 형평성이 맞지 않은 부분은 시급히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사위원장으로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을 한 것과 관련, 이상민 위원장은 “법사위에서 제가 오죽하면 법안명만 통과시키고 내용은 그냥 공란으로 놔두자, 나중에 공란을 채우자라는 말을 할 정도로 결함이 많고 문제투성이인 법안을 법사위에서 제대로 다듬지도 못하고 여론의 압박 때문에 서둘러 졸속 입법하는 부분에 대해서 자괴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 위원장은 “그래서 본회의에 들어가서 표결하기가 너무나 개인적인 자괴감이 있어서 들어가지 않았다”며 “설사 들어갔어도 반대 아니면 기권했을 것이다. 입법 취지는 당연히 공감하나 그 내용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박재홍 진행자가 “의원들은 200명 넘게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습니까? 의원님들은 왜 통과시켰을 거라고 보십니까? 표를 의식한 거라고 보시나요?”라는 질문에 이상민 위원장은 “여론의 압박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표를 의식했다기보다는 여론이 빨리 ‘김영란법’ 통과시키라는 압박을 국회의원들이 받고, 또 여야 원내대표 사이에 2월 국회, 어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으니까 다들 떨떠름하고 깨름칙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여야 법사위 간사들도 개정 의견을 내고 있고, 여야 원내대표도 추후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는 의견과 관련, 이상민 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윤근 원내대표도 여론 때문에 통과 안 시키면 엄청난 꾸지람이 있으니 일단 통과는 시키되, 문제 있는 조항들은 빨리 서둘러 보완하자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손을 봐야할 것에 대해 이상민 위원장은 “대상의 형평성이다. 당초의 취지대로 공직사회 부패구조를 뿌리 뽑기 위한 것인 만큼 공직자에 한해서 하면 될 일”이라며 “또 형사처벌의 전제조건이 되는 애매모호한 규정들을 빨리 명확하게 해서 시민들이 혼란이나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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