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재계 ‘추모의 달’…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 되짚는다

채명석 기자

2026-11-02 11:05:50

8일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12주기, 15일 최종건 SK그룹 창업 회장 53주기
17일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 회장 24주, 19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 회장 39주기
창업 회장 흔적서 복잡한 시대이 극복, 불투명한 미래 헤처나갈 지혜를 얻는다

(왼쪽부터)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 최종건 SK그룹 창업 회장,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 회장, 이동찬 코오롱그룹 선대 회장. 사진= 각사
(왼쪽부터)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 최종건 SK그룹 창업 회장,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 회장, 이동찬 코오롱그룹 선대 회장. 사진= 각사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재계가 ‘추모의 달’ 11월을 맞아 창업주와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과 유훈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8월과 더불어 11월에는 주요 그룹 창업주들의 기일이 유난히 몰려 있다. 인공지능(AI) 주도의 새로운 산업 추세가 보편화한 2026년이지만, 희망의 기쁨보다는 절망의 한숨이 더 깊어졌고, 반도체가 상식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두면서 그 혜택을 함께 얻기는커녕 오히려 그늘에 있는 기업과 종사자들이 오히려 더 짙어진 어두움에 신음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소한의 도리와 선의는 지켜나갔던 기업들도 생존에 몰려 오로지 수익에만 열중하며 구성원 이해관계자들과의 궤를 끊어버리는 상황이 목격되고 있다. 이럴수록 창업주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기업 본연의 의미를 재설정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기본적 토대를 얻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일은 김중원 전 한일그룹 전 회장이 6주기 기일을 맞는다. 김중원 전 회장은 1982년 부친인 김한수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뒤 한일그룹을 이끌었다. 국내 기업 최초로 1억 달러, 1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한일합섬을 주축으로 1986년 국제상사, 1987년 진해화학, 1996년 우성건설 등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한일그룹의 재계 순위를 14위(자산 기준)로 끌어올렸다. 한일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해체됐다.

4일은 두산그룹 명예회장을 지낸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의 17주기, 8일은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12주기 기일이다. 박용오 회장은 박두병 두산그룹 선대 회장의 차남으로 그룹을 이끌다가 형제간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으며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하며 독립했다. 하지만 고인이 별세 후 회사를 맡아왔던 박경원 부회장이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회사를 매각했다. 이후에도 부도 위기와 법정관리를 겪었고, 결국 2018년 10월 감사의견 거절로 주식시장에서 상장 폐지되었다.
이동찬 명예회장은 부친인 이원만 선대 회장을 도와 코오롱그룹이 현재의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키워낸 사실상의 창업주다. “사업으로 나라에는 이익을, 후손에는 풍요로움을, 사원에겐 보람을 주고 싶다”고 말했던 이동찬 명예회장은 사업은 물론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서 노사관계 발전에 크게 공헌해 지금도 존경받고 있다.

15일은 최종건 SK그룹 창업 회장의 53주기 기일이다. 아들인 최신원 SK네트웍스 명예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SK가스 대표이사 부회장), 조카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등 SK 일가는 매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선영에 모여 그를 추모하고 있으며, 올해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최종건 회장 기일이 범 SK가 형제들을 이어주는 ‘끈’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이날은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17주기 기일이다. ‘개성상인’ 마지막 세대에 해당하는 허영섭 회장은 다른 개성 출신 기업인과 마찬가지로 탄탄한 재무구조와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제약기업 녹십자를 세계적인 백신 및 생명공학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먼지가 쌓여도 이 땅에 쌓이게 해야 한다”며, 연구·개발(R&D)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했던 한국에 ‘목암생명공학연구소’를 세우는 등 백신 안보와 필수약품 국산화에 족적을 남겼다.

이틀 후인 17일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 회장의 24주기다. 장남인 조양호 선대 회장(2019년 별세)이 생전에 매년 경기도 용인 신갈 선영에서 추모식을 하지만 형제 간의 갈등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일을 거의 없었다. 지금은 그룹을 이끄는 장손 조원태 회장이 기일을 모시고 있다고 한다.

19일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 회장의 39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범삼성가 일원이 모두 함께 모이지는 않고, 시차를 두고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을 참배하는 그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창업 회장 타계 이후 20여 연간은 삼성, CJ, 신세계, 한솔 등 범삼성가가 함께 모이는 공동 행사로 치러졌다. 하지만 2012년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간의 유산 상속 분쟁이 불거진 이후 갈등이 생기면서 공동 추모식은 중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측이 기일 오전 먼저 치르고, 오후에 장손인 이재현 회장의 CJ그룹과 신세계, 한솔 등 다른 범삼성가 기업들이 지낸다.

19일은 김준형 행남자기 명예회장 18주기 기일이다. 1942년 순수 민족자본으로 생활도자기 전문 회사인 행남자기를 창업했고, 1957년에는 순수 국내기술을 이용해 본차이나 개발에 성공하는 등 업계를 이끌었다.

24일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현영원 현대상선 창업 회장, 26일은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각각 20주기 기일이다. 한국 해운업계를 대표해 온 두 거목은 우연하게도 같은 해 이틀 사이에 별세했다. 특히 두 사람의 타계 후 한국 해운업을 주도해 왔던 양대 축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경영난에 빠지며, 전체 산업의 침체로 이어지는 불운까지 겪었다. 결국 한진해운은 파산했고, 현대상선은 현대 품을 떠나 채권단 관리 체제로 전환했다. 현대상선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적기 투자를 통해 부활에 성공해 현재 HMM으로 사명을 바꾸고 유력 글로벌 선사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해운업계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를 업계 추모 주간으로 보내고 있다.

26일은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12주기다. LS그룹을 창업한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과 고 외무 여사의 셋째 아들이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 회장,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조카다. 국내 최대 구리 제련업체로 대표적인 비철금속 기업인 LS니꼬동제련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해 2조 원대 초반이던 매출 규모를 6년 만에 9조5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29일은 이재준 대림그룹 명예회장 31주기 기일이다. 이재준 명예회장은 1939년 회사의 민족자본으로 회사의 전신인 부림상회를 설립했고, 광복 후 사명을 대림산업으로 바꾼 뒤 건설업외길에만 매진했다. 한국 최초로 태국, 베트남 등 해외 건설공사에 진출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25일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탄생 111주 년이다. 범현대가는 25주기이기도 한 올해 2월 25알 현대자동차그룹 주관으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추모 음악회 ‘이어지는 울림’을 개최했다. 탄생 100주년이었던 2015년에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진행한 것을 제외하면 매년 25일은 조용히 지내고 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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